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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V리그 포청천' 김건태 "심판 자질 더욱 키워야죠"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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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7 (목) 06:26

                           


'돌아온 V리그 포청천' 김건태 "심판 자질 더욱 키워야죠"

경기운영본부장으로 4년 만에 컴백…오자마자 심판 대상 '영어 시험'

7년간 여러 종목 망라한 5천500명 심판 대상으로 '심판론' 강의



'돌아온 V리그 포청천' 김건태 심판 자질 더욱 키워야죠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경기 전부터 심판들의 움직임 자체가 달라졌어요. 행동 하나하나에 긴장하는 모습입니다."

프로배구 현장을 잘 아는 한 관계자가 7일 전한 요즘 분위기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코트의 포청천'이 4년 만에 다시 현장에 뜨자 프로배구 주·부심, 선심 등 30명 판관의 기강이 달라졌다.

김건태(66)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본부장의 등장이 낳은 풍경이다.

배구연맹은 2020-2021시즌 초반부터 유독 심판의 오심, 경기 운영 미숙 등으로 현장 감독들의 불만이 쌓이고, 레이스가 과열되자 사태 '해결사'로 '야인' 김 본부장에게 지난해 12월 SOS를 쳤다.

김 본부장은 7일 "2016년 연맹 심판위원장을 끝으로 프로배구를 떠난 뒤 경기장에 한 번도 가지 않고, 배구도 안 보다가 연맹 측의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고사했다"며 "명예롭게 흔적을 남기고 은퇴하자는 생각에 경기운영본부장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경기운영본부장은 프로배구 경기와 심판 운영을 총괄하는 주요 직책이다.

본부장이라는 벼슬보다는 '심판'이라는 직함이 김건태의 이름 석 자에는 여전히 더 어울려 보인다.

김 본부장은 배구 심판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1985년 심판에 입문해 2년 후 국내 A급 심판 자격을 따고 1998년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로 국제배구연맹(FIVB) 심판 자격을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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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심판으로 굵직한 주요 국제대회에서 판정을 내렸고, 2010년 세계클럽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심판을 본 뒤 국제심판 은퇴식을 치렀다.

2013년 12월 29일엔 우리카드와 한국전력의 경기를 끝으로 국내 프로배구 심판에서도 물러났다.

배구연맹 심판위원장을 두 차례 지내고 아시아배구연맹(AVC) 심판위원과 심판위원장으로 20년 이상 봉직하고 이마저도 2020년 초에 관뒀다.

김 본부장은 2013년 12월부터 2020년까지 7년간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아카데미에서 전 종목을 아우른 심판 5천500명을 상대로 강의도 했다.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이라는 유일한 잣대로 종목 간 심판의 벽을 허문 국내 유일무이한 전문 심판이다.

그는 교수 또는 학교 선생님을 겸직하는 여타 심판과 달리 오로지 심판이라는 직업에 모든 것을 바쳤다.

심판 처우가 그다지 좋지 못한 현실을 고려할 때 사명감으로 버틴 삶이다.

판정 시비로 위기에 처한 배구연맹이 김 본부장에게 도움의 손길을 바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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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본부장은 오자마자 12월 22일 심판 30명을 연맹 회의실로 불러 모아 객관식 23문항, 단답형 약술 3문항 등 총 25문항으로 이뤄진 영어 시험을 봤다.

"외국인 감독도 있고, 외국인 선수만 13명이 뛰는 프로배구에서 이들을 상대로 심판이 영어로 간략하게 규칙, 용어 등을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게 출제자 김 본부장의 설명이었다.

프로배구 심판들의 자질과 수준을 살펴보자는 목적도 있었다.

김 본부장은 심판들에게 오자마자 '카드 뽑는 걸 주저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규정·규칙을 위반한 감독이나 선수를 제재하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제재하겠다'고 다그쳤다.

우왕좌왕하지 말고, 경기에서 중심을 잡고 추상같은 판정을 내리라는 엄명이자 신속하고 정확한 판정과 물 흐르는 듯한 경기 운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라는 지령이었다.

지난달 31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항의를 멈추지 않은 로베르토 산틸리 대한항공 감독에게 레드카드와 세트 퇴장 명령을 거푸 내린 것도 김 본부장의 지시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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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차 심판인 김 본부장은 오심의 유형을 4가지로 분류한다.

김 본부장은 "심판이 규칙을 모를 때, 판정 시 감정을 이입할 때, 심판으로서 자질과 함량이 부족할 때 오심이 일어난다"며 "이런 경우는 용납하기 어려운 실수"라고 규정했다.

이어 "다만 인간 한계를 넘어서는 판정, 1천분의 1초 차이로 순위가 결정되는 육상이나 쇼트트랙의 골인 장면에선 누구라도 수긍할 수 있는 오심이 나올 수 있다"고 예외를 뒀다.

김 본부장은 언제나처럼 후배 심판들의 자질 향상을 위해 수첩에 빼곡히 내용을 적는다.

어느 장면에서 판정을 잘못했는지, 규정을 잘못 적용했는지, 언제 최고의 판정을 내렸는지를 비롯해 심판의 디테일한 액션 등을 빠지지 않고 기록한다.

심판 감독관, 심판실장 등 2단계를 거쳐 심판위원의 판독을 리뷰할 때 마지막으로 김 본부장이 빠진 내용을 지적한다.

일사불란하지 못한 선심의 액션, 절도 있고 우아한 심판의 수신호 등이 모두 지적 대상이다.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김 본부장의 자료 정리, 학구열은 웬만한 젊은이를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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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등 운영 체계를 가리지 않고 자유자재로 스마트 기기를 다루며, 노트북 컴퓨터에는 각종 자료를 통합해 보기 좋게 다듬은 파워포인트 발표 자료가 수두룩했다.

7일 오전에도 손흥민(토트넘)의 유럽축구 무대 통산 150호골을 구경하느라 새벽잠을 설쳤다고 했다.

어떤 판정을 내리는지, 예외적 돌발 상황에선 어떻게 판정하는지 눈여겨 살피고자 김 본부장은 프로와 아마추어, 종목을 가리지 않고 스포츠를 시청한다.

경기운영본부장 취임 후 현장에서 배구 경기를 보고 집에 돌아가 자료를 정리하고, 새벽에는 외국 스포츠를 보며 아침에 연맹 사무실로 출근하느라 하루에 자는 시간은 3∼4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김 본부장은 "잘해야 본전인 심판을 해오면서 나도 사람인데 얼마나 외롭고 피곤하겠느냐"고 한탄하면서도 좋은 심판의 자질을 묻자 "끊임없는 자기관리와 튼튼한 체력으로 피나게 노력하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정립된 이론을 당당하게 설파했다.

김 본부장은 11일엔 프로 13개 구단 감독들, 12일엔 심판들을 각각 대상으로 판정 리뷰 설명회를 개최해 FIVB의 규칙 적용 사례와 프로배구 V리그의 로컬 룰 개선 등을 설명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한다.

심판 감독관들은 김 본부장의 제안으로 4라운드부터는 태블릿 PC로 심판들의 판정을 경기마다 기록해 판정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프로배구로 돌아와서 보니 모든 감독의 매너도 좋고, 산틸리 감독의 불평을 보면서 충분히 이해할 만한 대목이라고 느끼기도 했다"던 김 본부장은 판정 잡음을 줄이고자 심판 교육 강화에 당분간 매진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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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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