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엠스플 이슈] ‘주인공은 마지막에’…비운을 거부한 한동민

일병 news1

조회 890

추천 0

2018.11.03 (토) 07:01

수정 1

수정일 2018.11.03 (토) 07:24

                           
[엠스플 이슈] ‘주인공은 마지막에’…비운을 거부한 한동민


 


[엠스플뉴스]


 


11월 2일 문학구장. 홈 2연승 뒤 원정 2연패에 빠진 SK 와이번스의 더그아웃 분위기는 비장했다. 패배하면 탈락하는 끝장 승부기에 SK 선수들은 더 진지한 표정으로 연습에 임했다.


 


이날 열린 5차전 직전 만난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은 “다른 생각 없이 강하게 들이박는단 마음으로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차례 가을야구를 경험한 김강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모든 걸 쏟아부을 각오가 돼 있었다.


 


이렇게 김강민과 잠시 담소를 나눈 사이 한 건장한 사내가 고갤 푹 숙이고 라커룸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몇몇 취재진이 말을 걸었지만, 이 선수는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올 시즌 41홈런을 날린 SK의 주축 타자인 ‘동미니칸’ 한동민이었다.


 


한동민이 고갤 숙인 이유는 플레이오프에서 극심한 타격 부진이 찾아온 까닭이었다. 정규시즌에 보여준 뜨거운 타격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만 해도 한동민의 시리즈 타율은 0.077(15타수 1안타)에 그쳤다. 부진을 거듭한 한동민은 4차전에서 7번 타순까지 내려가는 굴욕을 맛봤다.


 


PO의 진짜 주인공은 마지막 순간 나타났다


 


[엠스플 이슈] ‘주인공은 마지막에’…비운을 거부한 한동민


 


다행히 한동민은 4차전 9회 2점 홈런을 날리면서 반등의 기미를 보였다. 하지만, 5차전에서도 한동민은 정규 이닝 동안 안타를 때리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사이 경기 흐름은 믿기지 않는 치열한 접전으로 펼쳤다. 양 팀은 6회 상대 수비 실수를 틈타 점수를 주고받았다. 제이미 로맥의 동점 3점 홈런과 대타 최 항의 3타점 역전 적시타가 터진 SK가 6대 3으로 앞서나갔다.


 


차곡차곡 점수를 추가한 SK는 9대 4로 앞선 상황에서 9회 초 수비를 맞이했다. 7회부터 구원 등판한 메릴 켈리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9대 6으로 쫓기는 상황에서 나온 2루수 강승호의 송구 실책에 흐름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켈리가 내려가고 올라온 마무리 신재웅은 2사 2루에서 박병호를 상대했다.


 


‘설마’라는 단어가 떠오를 때 박병호의 방망이가 번쩍했다.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투런 아치였다. SK의 승리를 확신하고 더그아웃으로 몰린 취재진과 박남춘 인천시장 등 현장 관계자는 급히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9회 5득점으로 연장전까지 끌고 간 넥센의 사기가 더 오르는 건 당연했다. 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은 넥센이 되는 분위기였다. 기세를 탄 넥센은 10회 초 김민성의 1타점 적시 2루타로 한 점을 앞서나갔다.


 


반대로 비운의 주인공은 SK가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지만, 탈락 위기 앞에 선 SK엔 ‘홈런’이 있었다. 10회 말 선두 타자 김강민부터 상대 투수 신재영의 3구째 변화구를 통타해 곧바로 동점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진짜 주인공은 마지막에 나타나는 법이다. 플레이오프 시리즈 부진으로 속앓이를 했던 한동민은 풀카운트 승부 끝에 9구째 공을 그대로 걷어 올렸다. 쭉쭉 뻗어간 타구는 비거리 130m짜리 대형 중월 끝내기 홈런으로 이어졌다. 그야말로 극적인 순간에 나온 한동민의 한 방이었다.


 


심리적인 압박이 심했던 한동민 “고갤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엠스플 이슈] ‘주인공은 마지막에’…비운을 거부한 한동민


 


끝내기 홈런을 확신한 한동민의 얼굴에선 경기 전 고갤 푹 숙이면서 보여준 어둠을 찾을 수 없었다. 헬멧까지 집어 던진 한동민은 마치 들소처럼 힘차게 베이스를 돌아 홈을 밟았다. 한동민은 팀 동료들과 함께 힘찬 포효로 그간 마음고생을 깨끗이 씻었다.


 


플레이오프 시작과 종료 사이 한동민의 몸무게는 5kg이나 빠졌다. 그만큼 심리적인 압박감이 컸다. 한동민은 “1차전부터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의욕만 앞섰다. 고갤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주위의 위로가 나를 더 힘들게 했다”며 그간 겪은 심적 고통을 전했다.


 


다행히 이번 끝내기 홈런으로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 한동민이다. 한국시리즈에선 플레이오프 경험을 토대로 처음부터 팀 승리에 보탬이 되겠단 각오다. 한동민은 정말 미친 듯이 뛰었다. 동료들이 3초 만에 베이스를 다 돌았다고 하더라. 다행히 결정적일 때 좋은 타구가 나와서 기분이 좋다. 끝내기 홈런이 반등 계기가 될 듯싶다. 큰 경기를 처음 해봤는데 평소와 달랐다. 초심으로 돌아가 두산을 상대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있다. 마지막 순간 웃는 자가 누가 될지 알 수 없는 까닭이다. 이번 플레이오프 5차전이 더 극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그렇다. 시리즈 동안 가장 부진했던 박병호와 한동민이 마지막이라고 생각되는 순간 해결사 역할을 맡았다.


 


그래도 두 명이 모두 마지막까지 웃을 순 없었다. 박병호는 두산을 상대로 9회 동점 홈런을 날린 뒤 팀은 연장 역전패를 당한 2015년 준플레이오프 5차전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반대로 한동민은 처음 경험하는 가을야구에서 긴 부진 끝에 결정적인 순간 끝내기 홈런을 날린 기분 좋은 반전을 맛봤다. 야구의 희로애락 묘미가 모두 담긴 하루였기에 여운이 더욱 남는 분위기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 <엠스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이전 10 페이지다음 10 페이지

이전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