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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의 작전타임] 대기만성 염윤아, “벌써 다음 시즌 기다려진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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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8 (수) 06:44

                           



[점프볼=이원희 기자] 여자프로농구 KEB하나은행 염윤아(31)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2017-2018시즌 개인 통산 최고 성적을 남겼다.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하며 정규리그 34경기 출전, 평균 8.0점 4.0리바운드 3.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또한 생애 처음으로 정규리그 개인수상(2점 야투상)도 받았다.

염윤아는 대기만성형이다. 2007년 데뷔한 이후 10년 가까이 식스맨 생활만 전전했다. 은퇴를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기다림 끝에 2015-2016시즌부터 빛을 보기 시작했다. 당시 35경기 전경기를 뛰면서 평균 출전시간이 24분58초나 됐다. 2016-2017시즌 정규리그 풀타임을 소화한 염윤아는 올시즌 자신의 역량을 모두 쏟아부었다. 국내선수로 득점 부문 리그 10위, 어시스트 부문 리그 5위에 올랐다. 공헌도는 리그 16위였다.

▶ 커리어하이 시즌

Q. 올시즌 급성장한 느낌이었다. 비결이 있었나.

경기를 뛰면서 실력이 올라왔다고 느꼈다. 기분이 좋다. 전 시즌보다 기록이 좋지 않으면 힘들었을 텐데, 매시즌 ‘작년보다 잘하자’는 목표를 이뤄내고 있다. 또 건강하게 시즌을 마쳤다는 점도 중요하다. 주위에서 실력이 늘었다고들 하셔서 기쁨이 배가 됐다. 

Q. 개인 기술이 좋아졌고, 플레이에도 자신감이 느껴진다.

마음의 문제였던 것 같다. 개인 기술을 연습할 시간이 있었고, 경기 중에도 언제든지 시도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 아버지(염중찬 감독)께서 가드가 파울을 얻거나 패턴에 성공하면 상대팀이 어려워진다고 말씀하셨다. 그간 포스트업만 하다 보니 자신이 없었는데, 한두 번씩 해보면서 재미를 느꼈다.

Q. 포인트가드를 맡은 경험도 많지 않은데, 잘해내고 있다.

신기성 신한은행 감독님이 KEB하나은행 코치로 오셨을 때 처음 가드를 맡았다. 초등학교 때 센터, 중학교 시절에는 포워드로 뛰었다. 고등학교 때 가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팀에 공격할 선수가 없어 계속 포워드를 맡았다. 처음부터 가드를 잘했던 것은 아니다. 1년, 1년 늘었다. 가드는 패스만 주면 되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했고,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패스와 공격 타이밍을 알게 됐다. 제가 다른 가드 선수들보다 신장이 크고 수비를 잘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Q. 올시즌 2점 야투상(54%)도 받았다.

생애 처음으로 상을 받았다. 다들 깜짝 놀랐을 것이다. 제가 무리하게 슛을 쏘지 않고, 정확하게만 던지려고 해서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자신 있게 공격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슛 밸런스가 잡혔다. 이환우 감독님이 체력 훈련을 많이 시키지만, 기술적인 부분도 가르쳐주신다. 도움이 됐다.

Q. 대표팀에 갈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가고는 싶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만약 대표팀에 뽑히면 저에게 좋은 기회이자 경험이 될 것 같다. 다른 팀들의 에이스들이 어떻게 운동을 하는지 보고 싶다. 경기에 뛰든, 뛰지 않든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일 자체가 영광이다. 이전에는 프로팀에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라고 느꼈다. 감개무량하다.

Q. 올시즌 활약이 좋아 집에서도 좋아할 것 같다.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남편 집에서도 엄청 좋아하신다. 많은 분들이 저를 좋아해주시고, 칭찬을 해주셔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된다. 벌써 비시즌이 기다려진다. 이번에는 어떻게 훈련하고, 몸 관리는 어떻게 할지 생각 중이다. 출전시간이 많지 않을 때는 비시즌이 다가오는 게 너무 싫었다. 달라졌다.

▶ 내 단짝, 백지은

염윤아는 경기 출전을 향한 열망과 간절함이 있는 선수다. 이는 KEB하나은행의 주장 백지은(31)도 마찬가지다. 둘은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단짝 친구다. 때 기량 미달로 방출 설움까지 겪었지만, KEB하나은행에 합류한 이후 당당히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투지 넘치는 플레이,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가 장점이다. 악착같은 수비로 팀 골밑을 책임지고 있다.

Q. 백지은과 친하다. 

(백)지은이가 있어 힘이 많이 된다. 둘이 고참이지만, 지은이가 주장으로서 잘해주고 있어 내가 특별히 할 일이 없다. 숭의여고 1학년 때 처음 만났고, 지은이가 전학을 가면서 떨어져 있었다. 둘이 프로에 가서도 휴가 때는 꼬박꼬박 만났다. 지은이가 방출이 되고 용인대를 갔었을 때도 계속 만나왔다. 드래프트에 참여했을 때 ‘우리 팀에 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정말 KEB하나은행에 뽑혔다. 

Q. 올해 두 선수 모두 FA가 됐다.

(백)지은이가 자기를 혼자 남겨두고 떠나지 말라고 했다(웃음). 고참으로 혼자 남으면 후배들을 관리하기 어렵다고 하더라. 같이 떠나거나 같이 남자고 했다. 그런 얘기를 해줄 때마다 고맙다.

  

Q. 또 두 선수는 무명 생활이 길었다.

(백)지은이나, 저나 같은 아픔을 느꼈기에 더 친해지지 않았을까. 벼랑 끝에 몰리면서 서로 의지했던 것 같다. 같이 벤치에 앉거나 경기를 뛰어야 얘깃거리가 생기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친해졌다. 누구는 뛰고, 누구는 뛰지 않았다면, 서운했을 것이다.

Q. 그런데 둘 중 염윤아 선수만 결혼했다.

고등학교 친구 소개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결혼하니깐 너무 좋다. 다들 부러워한다. 저에게 엄청 잘하고, 재밌는 사람이다. 결혼을 하면서 제 성격도 밝아졌다. (백)지은이도 제 남편을 보고 결혼하고 싶다고 하더라. 지은이도 결혼했으면 한다. 근데 남자가 있어야지…(한숨) 

Q. 긴 벤치 생활이 힘들지는 않았나.

똑같이 훈련해도, 후배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 훈련 때 그렇게 열심히 해도 경기에 뛰지 못하는 현실이 저를 힘들게 했다. 가비지 타임 때나 뛸 수 있었다. 비시즌에도 ‘내가 지금 뭘하고 있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도 없었다. 이적을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누가 날 데려갈까’라는 생각에 매시즌 은퇴를 생각했다. 

Q. 주전이 된 비결은 무엇인가.

수비라고 생각한다. 주전경쟁이 치열했고, 그 속에서 수비 임무를 잘 소화해 주전이 될 수 있었다. 공격도 할 줄 아니깐 출전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감사한 일이다.

Q. KEB하나은행에서 오래 뛰었던 김정은(우리은행)이 우승을 차지했다(둘은 1987년생으로 친구다).

(김)정은이가 우승을 하고 나서 축하해줬고, 박수를 쳐줬다. 힘든 시절을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항상 올라가고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김)정은이가 어렸을 때부터 에이스 역할을 하느라 많이 힘들어했다. 제가 도움을 주지 못해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이적해서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 정말 안쓰러웠을 것이다. ‘퇴물’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은행으로 이적해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친구가 우승을 차지해 기분이 좋다.

▶ FA, 염윤아 선수 생각은.

Q. 올해 FA가 됐다. 미래에 대해 생각했나.

아직 잘 모르겠다. 몇몇 분들을 ‘기회가 있을 때 나가보는 게 좋지 않느냐’고 하시는데, 잘 모르겠다. 우선 KEB하나은행과 잘 얘기하고 싶다. 나는 우리 팀에서 뛰는 게 재밌다. 좋은 선수들이 많다. 물론 프로선수가 재미만 찾아서는 안 된다. 성적도 중요하다. 하지만 다음 시즌 좋은 성적을 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환우 감독님도 재계약 하시면서 팀이 더 잘 맞을 것 같다. 사실 이 감독님이 팀을 떠났다면, 저도 나갈 생각이었다. 새로운 감독님이 오셨다면 팀을 다시 짜야하지 않겠나. 하지만 재계약 하시면서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제가 KEB하나은행 유니폼을 입는 게 가장 잘 어울리지 않겠나.

Q. 이환우 감독님은 어떤 분이신가.

확실한 건 평범하지 않으시다(웃음). 그리고 열정이 넘치신다. 꼭 농구에 빠져 사시는 분 같다. 훈련량이 많다고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저희들을 괴롭히는 게 아니라, 농구를 잘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걸 알고 있다. 제가 한 번은 외박을 나가 감기에 걸린 적이 있었다. 이번 휴가 때는 남편을 붙잡고 ‘감기 걸리게 하면 안된다’고 여러 번 말하시더라. 엄청 꼼꼼하신 분이다. 잠도 안주무시고 일을 하시는 걸 보면 대단하다고 느낀다.

Q. 이제 플레이오프에도 나가고 싶을 텐데.

앞서도 말했지만, FA선수들이 모두 남는다면 다음 시즌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대가 되고, 이번 비시즌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팀 분위기도 좋아 걱정이 없다. 아직 팀 전체가 경험이 부족하다. 저나 (백)지은이나 승부처에서 뛴 경험이 많지 않고, 어린 선수들도 많다. 감독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다. 코치진, 선수 모두 경험을 얻었으니 잘해낼 수 있다.

#사진_이원희 기자, WKBL 제공



  2018-03-28   이원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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