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스완지의 수비 집중력, 기성용을 재발견하다

이등병 SoccerNews

조회 4,761

추천 0

2018.03.10 (토) 07:04

                           

스완지의 수비 집중력, 기성용을 재발견하다



카르발랄 감독의 부임 전후로 나뉘는 올 시즌 스완지, 핵심은 기성용이다

[골닷컴] 한만성 기자 = 스완지가 강등권에서 허덕이다가 후반기만 되면 거짓말처럼 경기력이 살아난 건 이번이 벌써 세 시즌째다.

사실 스완지는 게리 몽크 감독이 팀을 구단 역사상 프리미어 리그에서 한 시즌 최다 승점 기록인 2014-15 시즌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스완지는 몽크 감독을 시즌 도중 경질한 2015-16 시즌 12월 말 프리미어 리그 17위로 추락한 상태였고, 당시 강등권인 18위 뉴캐슬과의 격차는 단 승점 2점 차에 불과했으나 프란체스코 귀돌린 감독이 부임해 12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어 스완지는 귀돌린 감독, 밥 브래들리 감독을 연이어 경질한 지난 시즌에도 12월 말 프리미어 리그 꼴찌로 떨어졌지만, 폴 클레멘트 감독 부임 후 가까스로 강등권을 벗어나며 1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 패턴은 올 시즌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아직 스완지는 강등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재 13위 스완지와 18위 크리스탈 팰리스의 격차는 여전히 승점 3점 차다. 올 시즌 팀당 각각 9경기를 남겨둔 현재 생존 경쟁은 마지막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어찌 됐든 지난 12월까지 리그 최하위였던 스완지는 클레멘트 감독을 카를로스 카르발랄 감독이 대체한 후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도 최근 카르발랄 감독 체제의 스완지로부터는 유독 무언가 확실히 달라졌다는 느낌이 든다. 귀돌린 감독, 클레멘트 감독, 그리고 현재 카르발랄 감독이 세 시즌 연속으로 후반기 도중 부임해 스완지를 강등권에서 구해낸 건 결과만 놓고 보면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올 시즌 현 시점의 카르발랄 감독은 그동안 시즌 도중 부임한 스완지 사령탑 중 누구보다 표면적인 성과뿐만이 아니라 팀 성적의 질적 향상까지 이루는 데 성공했다. 아직 올 시즌 9경기가 남아 있지만, 그는 지금까지 프리미어 리그 시즌 도중 스완지 감독으로 부임해 승률 50%를 넘긴 유일한 인물이다.

# 스완지 시즌별 감독 교체 후 승률 및 평균 승점
(시즌 - 부임 후 해당 시즌 승률 | 경기당 승점 - 감독)

2015-16 - 43.7% | 1.56점 - 귀돌린
2016-17 - 20.0% | 0.80점 - 브래들리
2016-17 - 44.4% | 1.44점 - 클레멘트
2017-18 - 55.5% | 1.88점 - 카르발랄

스완지는 올 시즌 카르발랄 감독이 부임한 12월 28일 전까지 승률 15%, 경기당 승점 0.21점으로 최악의 부진에 빠져 있었다. 기록으로 드러난 당시 스완지의 표면적 문제는 수비력이 아닌 공격력인 것처럼 보였다. 당시 20위 스완지는 20경기 11득점, 31실점으로 공격력은 단연 리그 최하위였지만, 실점률은 10위권에 진입한 레스터, 에버턴(당시 나란히 30실점)과도 비슷했다. 심지어 스완지는 당시 13위 스토크(41실점)보다 수비력이 안정적이었으며 강등권 위에 있던 14위 사우샘프턴, 15위 뉴캐슬(이상 30실점), 17위 웨스트 햄(38실점)과도 견줄 만한 실점률을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카르발랄 감독이 스완지를 맡은 후 진단한 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격력이 아닌 수비력이었다. 스완지는 카르발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5승 2무 2패로 대반전에 성공했지만, 평균 점유율은 부임 전 46.9%에서 부임 후 43.07%로 오히려 감소했다. 그만큼 스완지가 감독 교체 후 경기를 주도하는 빈도가 낮아졌다는 뜻이다. 수비력 또한 경기당 실점이 카르발랄 감독 부임 전 1.55실점에서 부임 후 1.22실점으로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이는 혁신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말할 정도로 큰 차이는 아닌 게 사실이다. 그러나 카르발랄 감독은 고쳐야 할 부분을 몇몇 세세한 디테일에서 찾았다.

# 스완지 올 시즌 EPL 카르발랄 부임 전후 태클 성공률

61.0% - 카르발랄 감독 부임 전
72.3% - 카르발랄 감독 부임 후

올 시즌 열린 모든 경기를 통틀어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높은 태클 성공률을 기록 중인 두 팀은 리버풀(66.7%)과 토트넘(66.6%)이다. 스완지는 카르발랄 감독 부임 후 치른 9경기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한 태클 성공 비율이 이 두 팀보다 높았다. 흥미로운 점은 스완지의 태클 '시도' 횟수는 카르발랄 감독 부임 전 경기당 평균 26.2회에서 부임 후 21회로 줄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스완지가 클레멘트 감독 체제에서와는 달리 카르발랄 감독 부임 후 무게 중심을 수비 진영 깊숙한 위치까지 내린 데에 따른 결과다. 카르발랄 감독은 스완지에서 그동안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5-4-1, 혹은 5-3-2 포메이션을 가동 중이다. 안토니오 콘테 첼시 감독,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 등이 최근 풀백이 아닌 윙백을 측면에 배치하는 백스리 수비 전술을 활용했지만, 카르발랄 감독은 스완지에서 공격수 인원을 최소화한 후 아예 수비수 다섯 명과 중앙에 밀집한 허리진으로 무작정 상대에게 달려드는 수비보다는 자기 진영에서 공간을 점유하는 수비를 펼치고 있다.

스완지는 상대와 앞쪽에서 맞서는 수비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며 뒤로 물러서서 위험 지역을 방어하는 수비를 펼치면서 전반적인 '수비 집중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카르발랄 감독 체제에서 스완지의 태클 성공률 72.3%는 팀이 한창 '잘나가던 시절'인 브래던 로저스 감독과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 시절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올 시즌 클레멘트 감독 체제에서 스완지가 기록한 태클 성공률 61%는 팀이 역사상 최초로 프리미어 리그 무대를 밟은 2011-12 시즌 이후 최저치였다.

# 스완지 EPL 승격 후 시즌별 태클 성공률 기록
(시즌 - 태클 성공률 - 팀 순위 - 감독)

2011-12 - 74.6% - 11위 - 로저스
2012-13 - 73.4% - 9위 - 라우드럽
2013-14 - 65.9% - 12위 - 라우드럽, 몽크
2014-15 - 63.0% - 8위 - 몽크
2015-16 - 63.6% - 12위 - 몽크, 귀돌린
2016-17 - 61.8% - 15위 - 귀돌린, 브래들리, 클레멘트
2017-18 - 61.0% - 20위 - 클레멘트
2017-18 - 72.3% - 13위 - 카르발랄

스완지가 수비 진영을 촘촘하게 메우며 상대를 덫에 가두기 시작하자 수비수 한 명이 벗겨지며 수적 열세를 유발하게 되는 드리블 돌파 허용 빈도 또한 크게 줄었다.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 전체를 통틀어 총 20팀의 경기당 평균 드리블 성공 횟수는 9.87회, 성공률은 63.5%.

스완지는 카르발랄 감독이 부임하기 전 드리블 돌파 허용 횟수와 상대 드리블 성공률이 평균치를 훌쩍 넘겼으나 그가 팀을 맡은 후 두 기록을 모두 평균치 이하로 대폭 끌어내렸다.

# 스완지 올 시즌 EPL 카르발랄 부임 전후 드리블 허용 기록
(경기당 상대팀 드리블 성공 횟수 - 시도 횟수 - 성공률)

10.2회 - 15.9회 - 63.9% - 카르발랄 부임 전
5.70회 - 11.2회 - 50.8% - 카르발랄 부임 후

신기한 건 가뜩이나 빈공에 시달린 스완지의 득점력이 카르발랄 감독 부임 후 예전보다 무게 중심을 뒤로 빼며 수비에 더 중점을 두자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카르발랄 감독 부임 전 경기당 평균 0.55골에 그친 스완지는 그를 선임한 후 수비 디테일을 개선하는 데 더 큰 비중을 두고도 평균 득점이 1.55골로 한 골 차나 더 높아졌다.

스완지가 카르발랄 감독 부임 후 공격수 숫자를 줄이고도 득점력을 올린 일차적인 원인은 앙드레 아예유의 복귀라고 볼 수 있다. 아예우는 지난 1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스완지로 복귀한 후 아직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 파괴력 있는 존재감을 자랑하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실제로 그는 스완지가 4-1 대승을 거둔 최근 웨스트 햄전에서 상대 수비를 끌어들이며 내준 패스로 기성용의 선제골을 도운 데 이어 앤디 킹의 결승골로 이어진 헤더, 조르당 아예유가 연결한 페널티 킥을 유도하며 기록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효율성을 발휘했다.

특히 스완지는 앙드레 아예우 재영입으로 그의 친동생이자 공격 파트너 조르당 아예유와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두 살 차이 형제 앙드레와 조르당은 2006년 나란히 고향팀 올림피크 마르세유 유소년 팀에 입단해 함께 활약했다. 이어 이 둘은 2007년부터 가나 대표팀, 2009년부터 2014년까지는 소속팀 마르세유에서 프랑스 리그1 무대를 함께 누비며 오랜 시간 조직력을 다졌다. 특히 올 시즌 전반기 프리미어 리그에서 2골에 그친 동생 조르당은 카르발랄 감독의 부임에 이어 형 앙드레가 스완지에 합류한 후반기에 4골을 터뜨리고 있다.

그러나 카르발랄 감독이 안정감을 불어넣은 개조된 수비진, 아예우 형제가 제 몫을 하기 시작한 공격진 사이에서 열쇠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이는 따로 있다. 이는 바로 최근 한창 주가를 높이며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AC밀란의 관심을 받는 중인 기성용이다. 그는 올 시즌 초반부터 예전보다는 더 공격적인 역할을 맡았으나 카르발랄 감독 부임 후에는 아예 수비형 미드필더보다 중앙 미드필더,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재발견'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올 시즌 카르발랄 감독 부임 전 11경기 0골 0도움에 그친 기성용이 감독 교체 후 12경기 2골 3도움을 기록한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 기성용 EPL 시즌별 전체 패스 대비 전진 패스 비율
시즌 - 전진 패스 비율 (전체 패스 / 전진 패스)

2012-13 - 47.7% (773/1618)
2013-14 - 47.1% (572/1214)
2014-15 - 42.5% (726/1706)
2015-16 - 45.8% (537/1170)
2016-17 - 45.7% (314/686)
2017-18 - 55.5% (661/367)

무엇보다 기성용은 과거와 비교할 때 눈에 띄게 늘어난 전진 패스를 기록 중이다. 그가 2012-13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한 후 지난 시즌까지 활약하며 전체 패스 대비 전진 패스 비율은 매년 40%대에 머물렀다.

기성용은 선덜랜드로 한 시즌간 임대 이적한 2013-14 시즌 거스 포옛 감독 체제에서 더 공격적인 역할을 주문받고도 전진 패스 비율이 47.1%에 그쳤다. 심지어 그는 지난 시즌 손흥민에 앞서 2014-15 시즌 당시 한국 선수로는 프리미어 리그 한 시즌 최다 득점인 8골을 터뜨렸을 때도 정작 전진 패스 비율은 42.5%로 개인 통산 최저치를 기록했다. 후방에서 안정적인 공 점유와 공격적으로 찔러주는 전진 패스보다는 좌우 공간을 열어주는 패스를 지향해야 했던 그에게 저조한 전진 패스 비율은 어찌 보면 당연한 기록이기도 했다.

그러나 스완지가 자기 진영으로 최소 6~7명, 상황에 따라서는 9명까지 배치하며 수비 안정을 꾀하며 단단한 블록을 형성하자 기성용의 공격 본능도 함께 살아나고 있다. 그의 올 시즌 현재 전진 패스 비율은 55.5%로 프리미어 리그 진출 후 개인 통산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전진 패스 비율이 50%대로 올라선 것 또한 그가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한 후 올 시즌이 처음이다.



 



스완지의 수비 집중력, 기성용을 재발견하다



 



위 그림(출처: 스쿼카)은 기성용이 나란히 선발 출전한 지난 10월 아스널 원정(왼쪽), 1월 아스널과의 홈(오른쪽) 경기에서 그가 주로 활동한 구역을 보여주는 히트맵이다. 그는 카르발랄 감독이 부임하기 전인 10월 아스널전에서는 수비 진영 페널티 지역에 바짝 붙어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결과 또한 스완지의 1-2 패배. 그러나 기성용은 카르발랄 감독이 부임하며 팀이 체질 개선을 이룬 후 치른 1월 아스널전에서는 공격 진영으로 높게 올라선 채 팀 공격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 결과 스완지는 이날 아스널을 3-1로 완파했다.

이처럼 올 시즌 기성용은 볼란테(수비형 미드필더), 혹은 딥-라잉 플레이메이커(후방에서 공격 전개를 담당하는 미드필더)보다는 오히려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인 '클래식 10번'에 더 가까운 수준이다. 이에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의 스완지 전문 기자 맥스 힉스 또한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단 한 번만이라도 기성용이 '10번' 포지션에 고정됐을 때 펼칠 만한 활약을 상상하곤 한다. 나는 기성용처럼 슈팅 대비 득점 비율이 높은 선수를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스완지가 기성용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댓글 0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이전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