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교통정리' 대성공…알렉스 라이트-나경복 레프트
나경복 부상 이후 알렉스가 수비 부담 적은 라이트로 이동
알렉스 활약 속 가파른 상승세…최근 5경기서 4승 1패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지난 시즌 남자프로배구 정규리그 1위 우리카드는 올 시즌을 앞두고 큰 변화를 겪었다.
유럽에서 뛰던 레프트 공격수 알렉산드리 페헤이라(등록명 알렉스)를 뽑으면서 기존 레프트 공격수 나경복의 보직을 라이트로 바꿨다. 나경복은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았던 리그 최고의 공격수지만, 팀을 위해 새로운 자리에 들어갔다.
우리카드는 주전 세터도 교체했다. 입대를 앞둔 주전 세터 노재욱을 트레이드로 내보냈고, 백업 하승우에게 경기 조율 임무를 맡겼다.
레프트와 라이트, 세터가 모두 교체된 대수술이었다.
변신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세터 하승우는 경험 부족 문제를 드러냈다. 알렉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한 훈련 부족 문제 탓인지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다.
나경복은 라이트 공격수에게 필수인 하이볼 처리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하승우 대신 이호건에게 주전 세터 자리를 맡기며 다시 변화를 줬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세터 교체가 여의치 않자 신 감독은 하승우를 다시 투입했다.
최악의 상황은 지난 달에 발생했다. 주포 나경복은 지난달 24일 대한항공과 원정경기 도중 오른쪽 발목 인대를 다쳤다.
복귀까지 3~4주가 걸린다는 진단을 받았다. 끝없는 추락이었다.
공교롭게도 나경복의 이탈은 우리카드가 상승세로 돌아서는 전환점이 됐다.
신영철 감독은 나경복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알렉스를 라이트로 활용했는데, 이게 '신의 한 수'가 됐다.
레프트 자리에서 부진하던 알렉스는 수비 부담이 없는 라이트로 이동하자 펄펄 날았다.
알렉스는 지난 1일 KB손해보험 전에서 32점을 올렸다.
시행착오를 겪던 하승우도 자신감을 찾은 듯했다.
우리카드는 나경복 이탈 후 지난 11일 한국전력전까지 4경기에서 3승 1패를 기록하며 탈꼴찌에 성공했다.
신영철 감독은 "알렉스는 폴란드 리그에서 뛸 때 빠른 스피드로 빈 곳을 노렸던 선수였다"며 "평균 신장이 높은 유럽 무대에선 그런 스타일이 적합하지만, 국내 리그에선 높이와 파워를 앞세워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알렉스는 시즌 초반 레프트 자리에서 기존 스타일로 공격을 펼쳤는데, 라이트로 보직을 변경한 뒤에는 높은 타점과 힘을 바탕으로 우리가 바라는 경기력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확신이 생긴 신영철 감독은 알렉스를 라이트로 고정했다. 그리고 부상에서 회복 중인 나경복에게 다시 레프트 자리를 맡겼다.
1년 새 두 차례나 보직을 변경했지만, 나경복은 그리 혼란스럽지 않았다.
나경복은 "라이트로 보직 변경한 뒤에도 리시브 훈련을 쉬지 않고 했다"며 "신영철 감독님이 언제 다시 레프트를 맡을지 모른다며 수비 훈련을 주문하셨다"고 말했다.
14일까지 가벼운 개인 재활 훈련에 집중했던 나경복은 15일 동료들과 손발을 맞춘 뒤 16일 OK금융그룹전을 통해 복귀했다.
나경복의 복귀전엔 물음표가 달려있었다. 약 3주간 휴식을 취한데다 훈련 기간이 너무 짧았다.
그러나 나경복은 언제 아팠냐는 듯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호흡 문제가 간간이 표출됐지만, 큰 무리 없이 공격에 힘을 보탰다. 공격 성공률 62.50%를 기록하며 13점을 올렸다.
나경복의 합류로 집중 견제에서 벗어난 알렉스는 물오른 공격력을 펼쳤다. 양 팀 최다인 27점을 올렸다.
OK금융그룹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한 우리카드는 7승 8패 승점 23점을 기록하며 4위 자리를 꿰찼다.
상위권 팀들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우리카드와 2위 OK금융그룹의 격차는 승점 6점 차다.
교통정리에 성공한 우리카드가 프로배구 판도를 다시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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