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샐러리캡 '현실화' 논란…핵심은 '투명성·형평성'
연봉·옵션 포함 20억원 상한 두고 '힘겨루기'…9일 이사회서 결정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배구 여자부 6개 구단 단장들이 9일 오전 열리는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에서 샐러리캡(연봉 총상한) 설정을 두고 마지막으로 머리를 맞댄다.
6개 구단 실무진들은 14억원에 묶인 여자부 각 구단 샐러리캡을 20억원 이상으로 올리기로 이미 합의했다.
다만, 상한액을 얼마로 못 박을지, 샐러리캡에 당장 승리 수당 등 연봉 외 옵션을 포함할 것인지, 새로운 샐러리캡을 2020-2021시즌부터 당장 시행할 것인지를 두고 구단 간 의견이 갈린다.
현재 양상은 흥국생명과 나머지 5개 구단의 1대 5 대결 구도다.
흥국생명은 당장 옵션을 샐러리캡에 포함하는 것은 무리이며, 남자부 구단처럼 샐러리캡을 해마다 조금씩 올려 3년 유예 조처 후 모든 선수 연봉과 옵션을 100% 투명하게 공개하자고 주장한다.
남자부 7개 구단은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샐러리캡 '현실화'를 위해 3년에 걸쳐 상한액을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샐러리캡은 2019-2020시즌 26억원에서 순차적으로 각각 31억원, 36억원, 41억5천만원으로 증액된다.
흥국생명을 제외한 5개 구단은 당장 다음 시즌부터 샐러리캡에 모든 옵션을 포함하고 샐러리캡을 20억원으로 확정하자고 맞선다.
주의 깊게 짚어봐야 할 점은 샐러리캡 논의가 나온 배경이다.
남녀 각 구단은 현재 선수들의 몸값을 실제로 반영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샐러리캡을 현실화하자는 데 공감했다.
이는 리그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성공한 선수를 우상으로 삼아 유망주층도 두꺼워지는 효과도 기대해볼 만하다.
이번 시즌까지 남녀 각 구단이 샐러리캡 내에서 팀을 운영했다고 곧이곧대로 믿는 배구인은 사실상 한 명도 없다.
배구계에 따르면, 남자부를 선도하는 몇 구단은 한 해 100억원 정도를 운영비로 쓴다. 여자부 리딩 구단도 50억원가량을 지출한다.
프로 스포츠 구단 연간 운영비의 절반 이상을 연봉을 포함한 선수 인건비가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간 샐러리캡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졌는지 알 수 있다.
이에 남자부 구단이 먼저 현실에 맞추자고 포문을 열었고, 여자부 구단도 보조를 맞춰가는 모양새다.
선수 연봉을 100%에 근접하게 공개하겠다고 '통 큰 결단'을 내린 만큼 여자부 샐러리캡 액수도 20억원으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실상에 가까운 액수로 좀 더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샐러리캡을 연봉과 옵션 포함해 20억원에 묶으면 또 한 번 '눈 가리고 아웅 한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과연 뒷돈 없이 선수단 운영이 가능할까'를 의심하는 시선이 늘 수밖에 없다.
선수에게 적용될 형평성도 따져봐야 한다.
배구연맹은 9일 이사회에서 결론이 나오면 새로운 샐러리캡을 도입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14억원에 묶인 현재 샐러리캡 규정을 다음 시즌 자유계약선수(FA) 계약 등에 적용할 참이다.
그간 시즌을 마치고 FA 권리를 행사한 선수들이 시즌 전 또는 시즌 중반께 자신의 몸값을 가늠할 수 있던 것과 달리 2019-2020시즌을 마치고 FA 신분이 되는 선수들은 9일에야 이를 알 수 있다.
선수들에게 충분히 고려할 시간을 주지 않고 구단 편의대로 규정을 바꾸면 자연스럽게 이전 FA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다.
또 선수들의 선택지를 줄임으로써 자유로운 선수 이적을 도모하고자 도입한 FA 제도 활성화에도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안고 있다.
어떤 선수는 현행 비현실적인 샐러리캡 제도하에 사실상 아무 제약 없이 거액을 손에 쥔 데 반해 이번 FA들은 현실화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실제 운영비에 턱없이 모자란 새 샐러리캡 제도에서 FA 선배들처럼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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