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대우' 김태형 두산 감독 "사령탑은 결과로 말하는 자리"
"좋은 구단, 좋은 선수 만나서 5년 연속 KS에 재계약까지"
"새로운 3년은 예전 5년과는 조금 다르게…젊은 선수 조금 더 보겠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태형(52) 두산 베어스 감독은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프로야구 두산 사령탑 부임 후 5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 3차례 KS 우승 등의 업적을 이루고도 '김태형의 야구'를 정의해달라는 말에 "내 야구,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툭 뱉어버리고 만다.
"감독이 된 후 매우 부드러워졌다"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말투는 투박하다. 그래서 오해를 받기도 한다.
김태형 감독은 여러 단어로 자신의 야구 철학을 설명하는 대신, '결과'로 보여줬다.
30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태형 감독은 "나는 '감독의 역할'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감독은 정말 과정이 아닌 결과가 중요한 자리다"라며 "과정은 감독 생활이 끝난 뒤에, 그를 둘러싼 사람들에 의해서 밝혀진다. 현장에 있는 동안, 감독에게는 결과만 남는다"라고 했다.
2015년 두산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태형 감독은 올해까지 5년 연속 KS에 진출했다. 두 번의 통합우승을 포함해 3차례 KS 우승 트로피도 들었다.
김 감독은 역대 KBO리그 감독 중 유일하게 6할대 통산 승률(승률 0.611)을 유지하는 사령탑이기도 하다.
'결과'를 낸 김태형 감독은 3년 28억원(계약금 7억원·연봉 7억원)에 29일 두산과 재계약했다.
역대 KBO리그 감독 최고 대우다.
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 김 감독도 치열한 과정에서 빛나는 결과를 만들었다.
투박한 말투의 김 감독은 힘겨웠던 과정을 굳이 밖에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두산은 '최상의 결과'를 만든 김 감독을 최고 대우로 예우했다.
다음은 김태형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 최고 대우로 3년 재계약했다.
▲ 당연히 기분 좋다. 구단과의 재계약은 감독으로서는 영광이고 좋은 일이다. 2015년 처음 감독이 되고, 2016시즌 말미에 처음 재계약을 했을 때와 지금은 느낌이 다르긴 하다. 새로운 3년은 다른 느낌이 있다. 감독 최고 대우를 생각한 적은 없다. 감독 계약이라는 게 그렇다. (전풍) 대표이사가 '이렇게 금액을 책정했다. 구단을 잘 맡아달라'고 말씀하시고, 나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 과거와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면.
▲ 인위적인 세대교체를 하는 건 아니지만, 젊은 선수에게 조금 더 기회를 줄 생각이다. 1.5군 수준의 선수들을 눈여겨보겠다. 주축 선수 중 상당수가 30대에 접어들었고, 일부는 30대 중후반이다. 당연히 베테랑을 예우하지만, 젊은 선수와 조화를 이루게 할 것이다.
-- 2015년 처음 감독을 할 때와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 모든 면에서 시야가 넓어졌다. 감독은 야구 외에도 팬, 미디어 등을 상대로 해야 할 게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감독 첫해에는 성적만 생각하고, 앞만 보고 달렸다. 물론 감독에게 성적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할 일이 많다.
-- 외국인 선수 구성은 어떻게 할 예정인가.
▲ 3명(조쉬 린드블럼, 세스 후랭코프, 호세 페르난데스) 모두 몸 상태를 먼저 살펴야 한다. 올해 외국인 선수 3명 모두 잘했지만, 아쉬운 면도 있었다. 외국인 선수 계약은 감독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 선수 시절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지도자로 성공했다.
▲ 좋은 선수, 좋은 구단을 만난 덕이다. 부임 첫해에 좋은 FA(장원준)를 선물 받아서 KS 우승을 차지했다. 처음부터 운이 따랐다.
-- 김태형의 야구를 정의할 수 있는가.
▲ 감독의 역할에는 정답이 없다. 과정이 필요 없고 결과가 중요한 자리다. 과정이 어땠는지는 유니폼을 벗고 난 뒤에 그를 둘러싼 사람들에 의해서 밝혀진다. 현장에 있을 때는 결과만 보인다.
-- 5년 연속 KS에 진출했다. 그래도 위기가 있었을 텐데.
▲ 부임 첫해에 우승해서, 늘 지키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2015, 2016년에만 선수들을 다그쳤고 이후에는 선수들에게 상당 부분을 맡겼다. 올해에는 4위로 떨어질 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1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선수들을 다그치지 않았다. 팬들에게 실례가 될 수 있지만, 나는 포기할 경기는 포기한다. 한 시즌을 운영하려면 어쩔 수 없다. 무리하지 않고 시즌을 운영하면 1위는 아니더라도, 상위권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정말 '우리의 야구'만 하려고 했다.
-- '우리의 야구'란 무엇인가.
▲ 아무것도 아니다.(웃음) 거창하게 포장하고 싶지 않다. 내가 말하는 '우리의 야구'란 상대를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포기할 경기에서 너무 일찍 주전 선수를 빼면 팬들은 화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비판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팀이 무너질 수도 있다. 우리 구단의 상태, 선수의 상태 등을 냉정하게 살펴 시즌을 운영하는 게 '우리의 야구'다.
-- 선수단에 자율을 주는 편인데.
▲ 두산만의 문화가 있다. 선배가 후배를 혼낼 때는 무척 엄하게 대한다. 다독일 때는 정말 마음을 잘 어루만진다. 그래서 나는 선수들 사이의 일에는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 훈련하다가도 (주장) 오재원이 선수들을 소집하면 그냥 지켜본다. 두산의 끈끈한 문화엔 이런 전통이 있다.
-- 마음고생을 한 주장 오재원이 FA 자격을 얻는데.
▲ 빨리 계약을 하라고 농담했다. 올 시즌에 나도 힘들고, 오재원도 힘들었다. 오재원의 개인 성적이 워낙 처지긴 했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오재원에게 '개인 성적을 신경 쓰지 말고, 주장 역할에만 힘써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었다. 대신 '나와 같이 1군에 있자'고만 했다. 물론 재원이는 내게 서운할 수 있다. 올해 정규시즌에는 백업 내야수로만 뛰었으니까. KS 우승한 뒤에 재원이를 따로 불러서 악수하며 '나도 잘 참았고, 너도 잘 참았다'고 말했다. 재원이가 FA 계약을 잘 마쳤으면 좋겠다.
-- 선수들에게 선물을 준비했는가.
▲ 샴푸와 컨디셔너 세트를 선물하려고 한다.(웃음)
-- 재임 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 올해 10월 1일 NC 다이노스전이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하는 경험을 다시 할 수 있을까. 2015년 KS에서 우승할 때는 정신이 없었다.
-- 기억에 남는 선수는.
▲ 내가 포수 출신이라서 그런지 양의지(NC) 생각을 가장 많이 한다. 최재훈에게 미안하지만 2015년 부임할 때 양의지가 주전 포수라고 못 박았다. 포수는 한 명이 붙박이로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금은 다른 팀에 있지만, 의지와는 정이 많이 쌓였다.
-- 우승의 여운이 남아 있는가.
▲ 우승해도, 그다음 날이면 공허하다. 정말 치열하게 싸웠는데 KS가 끝나면 주위가 조용해지지 않는가. 준우승했을 때도 공허했다.
-- 11월 2일부터 마무리 캠프를 시작한다.
▲ 1.5군 선수 위주로 훈련할 계획이다. 스프링캠프 기간이 짧아서, 마무리 캠프에서 문제점 등을 파악해야 비활동 기간에 선수들이 뭔가를 준비할 수 있다.
-- 3년 동안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 팬들께서 바라는 건 결국 성적이다. 좋은 경기력으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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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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