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미련 없이 은퇴합니다…가장 배영수다운 선택"
"KS 마무리 등판, 하늘이 '고생했다. 여기까지 하자'는 메시지"
"두산, 삼성, 한화 팬들 덕에 여기까지 왔다…평생 감사한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019년 프로야구 마지막 공을 던진, 배영수(38·두산)가 마운드에서 내려온다.
여전히 의욕이 넘치지만, 가장 빛나는 순간에 20년 동안 지킨 마운드를, 미련 없이 내려오기로 했다.
배영수는 2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제(28일) 후배들과 식사하면서 '멋지게 보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내게는 이게 은퇴 선언이었다"며 "(김태형) 감독님께도 전화 드렸다. '보안은 유지하자'고 했는데 조금 일찍 알려졌다. 그래도 아무런 미련도 없다. 마무리도 '배영수답게' 확실하게 했다"고 웃었다.
배영수는 26일 서울시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KS) 4차전, 11-9로 앞선 연장 10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등판해 박병호를 삼진, 제리 샌즈를 투수 땅볼로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두산은 4승으로 KS를 끝내고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배영수는 "하늘이 '하늘에게 여기까지 하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KS가 끝난 뒤 아내(규휘 씨)가 '정말 고생했어요'라고 말해줬다. 울컥하더라"라며 "(2007년 1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정말 많이 고생했다. 가족과 두산,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팬들 덕에 여기까지 왔다. 고마운 마음뿐이다"라고 했다.
2000년 삼성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를 밟은 배영수는 20시즌 동안 뛰며 499경기 138승 122패 3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4.46을 올렸다. 2004년에는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도 올랐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KBO리그를 지배하던 배영수는 2007년 팔꿈치 수술 뒤, 구속이 뚝 떨어졌다. 그러나 배영수는 치열하게 '구속'과 싸우며 직구 구속을 시속 140㎞대 중반으로 회복했고, 노련한 투구로 마운드에서 버텼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하늘에서 선물을 줬다. 2018년 시즌 종료 뒤 한화와 협의 끝에 방출 명단에 오른 배영수를 두산이 영입했다. 배영수는 KS 마지막 경기에,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2019년 마지막 공을 던졌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배영수에게 코치 혹은 플레잉코치를 제안했다. 배영수는 "괜히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다"며 '완전한 은퇴'를 결정했다.
두산 구단은 곧 배영수와 거취를 결정할 계획이다. 코치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살 가능성이 크다.
배영수는 "후회 없이 선수 생활을 했다. 은퇴를 결정하니, 러닝도 하기 귀찮더라"라고 웃으며 "일단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다"고 했다.
-- 은퇴를 결정했는데.
▲ 어제(28일) 후배들과 식사를 하면서 '멋지게 보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내게는 후배들에게 한 말이 '은퇴 선언'이었다. '보안은 유지하자'고 했는데 이렇게 밖에 알려졌다.(웃음)
-- 지금 심정은 어떤가.
▲ 지나온 세월이 야속합니다.(웃음) 어제 아내와 많은 대화를 했다. KS 마지막 경기를 던졌다. '하늘이 여기까지 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 같다. 아내에게 KS 합숙을 시작하기 전에 '이번 KS가 내 선수 생활 마지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우승하고 집에 가니, 아내가 '고생했어요'라고 하더라. 울컥했다. 가장 나답게 마무리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은퇴 결정은 아내가 가장 먼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KS 경기 뒤 은퇴를 사실상 결심했지만, 아내에게 먼저 말하고 발표하려고 했다.
-- 배영수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다.
▲ 나는 서운한 감정이 전혀 없다. 희로애락을 모두 겪었다. 고생 많이 했다. 2007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에는 1년, 1년을 정말 힘들게 버텼다. KS라는 최고의 자리에서, 내가 결정해서 은퇴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영광이다. 미련은 남기지 않았다.
-- 감사 인사를 하고 싶은 사람은.
▲ 당연히 팬들이다. 삼성 팬들께서 지금의 배영수를 만들어주셨다. (2015년) 나를 받아준 한화 구단과 팬들에게도 감사하다. 두산에서 현역을 마무리한 것도 영광이다. 팬들 덕에 여기까지 왔다. 몇 번이고, 기회가 될 때마다 팬들께 감사 인사를 할 것이다.
-- 김태형 감독이 플레잉코치도 제안했는데.
▲ 떠나려면 미련 없이.(웃음) 가장 배영수다운 선택을 했다.
-- 향후 계획이 있나.
▲ 은퇴식이나, 기자회견 등을 하는 건 부끄럽다. 내가 그 정도 선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그냥 아무 생각하지 않고 푹 쉬고 싶다. 은퇴를 결정하니 뛰는 것도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기 싫더라. 그냥 쉬고 싶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겠다.
-- 정규시즌 500경기 등판에 1경기가 남았는데.
▲ 그 기록은 아쉽긴 하다. 혹시라도 감독님과 구단에서 '500경기를 채우자'고 말씀하신다면, 그 1경기를 위해서 또 열심히 준비할 것 같다. 내가 '대충하는 성격'은 아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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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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