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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이슈] 히어로즈, 'KBO 문전박대'에 메인스폰서 '기습발표' 했나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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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6 (화) 13:24

                           
-10월 6일 오전, 키움증권 메인스폰서 계약 발표한 히어로즈 구단
-일주일 전만 해도 ‘넥센타이어 계약 기간 12월까지’ 신중하다 방향 급선회
-KBO의 당혹감 “히어로즈 배려해 이장석 전 대표 영구 실격 발표도 미뤘는데”
-5일 박준상 대표와 키움증권 최고위 인사 KBO 방문, 6일 발표와 관련 있나
 
[엠스플 이슈] 히어로즈, 'KBO 문전박대'에 메인스폰서 '기습발표' 했나

 
[엠스플뉴스]
 
우리도 당황스럽다.
 
히어로즈 야구단과 키움증권의 새 메인스폰서 계약 소식을 접한 KBO 고위 관계자의 첫 마디다. KBO와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야구계 큰 잔치인 한국시리즈 기간에 ‘기습 발표’가 나온 데 대한 당혹감과 언짢은 감정이 역력했다. 
 
서울 히어로즈는 10월 6일 “오전 9시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메인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연간 100억 원 규모의 스폰서 계약이다. 
 
발표가 나온 뒤 야구팬 사이에선 긍정적인 반응 일색이다. 자칫 표류하는가 했던 히어로즈 야구단이 내년 이후에도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히어로즈는 젊은 유망주가 가득한 매력적 구단이다. ‘키움’이란 회사 명칭과도 잘 어울린다. 탄탄한 재정만 뒷받침되면 앞으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야구계 사정을 잘 아는 이들 사이에선 히어로즈가 이날 메인스폰서십 계약 소식을 발표한 것을 두고 의아해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 지금이 한국시리즈 기간인 건 둘째 문제다. 그보단 이날 발표가 KBO와 사전 협의 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문제다. 히어로즈 고위층이 뭔가 다른 ‘의도’를 갖고 기습 발표를 강행한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당황스러운 KBO “히어로즈 배려해 이장석 영구 실격 발표도 미뤘는데”
 
[엠스플 이슈] 히어로즈, 'KBO 문전박대'에 메인스폰서 '기습발표' 했나

 
키움증권의 히어로즈 메인스폰서 계약은 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둔 10월 31일 한국경제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히어로즈 구단은 보도 직후 공식 입장을 내어 “키움증권을 비롯하여 넥센타이어 등 복수의 기업들과 메인스폰서 유치를 위해 접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확정된 사실은 없다”고 발표했다.
 
당시 히어로즈는 포스트시즌이 종료되더라도 2018년 12월까지는 넥센 히어로즈 네이밍을 유지하게 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기존 메인스폰서 넥센타이어를 고려하는 자세를 취했다. 또 이후 네이밍 스폰서의 연장 또는 변경이 확정될 경우 공식 발표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란 말로 메인스폰서 계약 ‘연장’ 가능성에도 여지를 뒀다. 
 
그랬던 히어로즈가 불과 6일 만인 이날 갑자기 키움증권과 계약을 발표했다. 넥센타이어와 계약이 12월까지란 사실엔 전혀 변함이 없다. 12월까지는 넥센 히어로즈 구단명을 유지하고, 넥센 로고가 들어간 유니폼을 입고, 넥센 소속으로 마무리 훈련을 해야 한다. 하지만 계약 종료를 두 달이나 남겨놓고 ‘키움증권’ 발표가 나오면서, 기존 메인스폰서 넥센타이어는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나게 됐다. 
 
KBO에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구단 인수가 아닌 네이밍라이츠라 해도 일단은 구단명이 바뀌는 문제기 때문에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기존 회원사와 이익이 상충할 수도 있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일종의 심의 과정이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 총장은 “처음 키움증권 보도가 나온 뒤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정운찬 총재 지시에 따라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중인데, 아무런 협의 없이 발표가 나와 버려서 당황스럽다. 히어로즈도 같은 KBO 회원사인데 소통하고 협력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더 큰 문제가 있다. 히어로즈 야구단 최대주주인 이장석 전 대표이사의 거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KBO 상벌위원회는 10월 12일 이 전 대표의 ‘영구 실격’을 결의했다. 영구 실격은 총재 승인을 받아야 확정되는데, 정 총재는 히어로즈가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중이란 점을 배려해 발표 시점을 포스트시즌 뒤로 미뤘다.
 
장 총장은 잔치 기간이고, 히어로즈도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중인데 영구 실격을 결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정운찬 총재의 뜻이었다. KBO는 히어로즈와 포스트시즌을 배려해서 결정을 미뤘는데, 이렇게 포스트시즌 기간에 발표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한편 이날 ‘기습 발표’는 메인스폰서로 참여하게 된 키움증권 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키움증권 한 핵심 관계자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발표가 이뤄졌다. (이날 발표가 이뤄진 게)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키움증권 한 애널리스트도 “스폰서 발표는 12월이나 돼야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발표가 났다”며 고갤 갸웃했다. 
 
히어로즈, 5일 KBO 문전박대에 6일 기습 발표 단행했나
 
[엠스플 이슈] 히어로즈, 'KBO 문전박대'에 메인스폰서 '기습발표' 했나

 
히어로즈가 왜 6일을 발표 시점으로 택했는지 유추할 수 있는 한 가지 정황이 있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5일 오후 박준상 히어로즈 대표와 키움증권 최고위 인사가 함께 KBO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정운찬 KBO 총재와 키움증권 최고위 인사의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정 총재는 박 대표와만 잠시 이야기를 나눴을 뿐, 키움증권 최고위 인사와는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인사가 KBO에 머문 시간은 약 20분 정도였다는 게 KBO 관계자의 얘기다.
 
KBO 관계자는 아직 이장석 전 대표이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넥센타이어와 기존 메인스폰서 계약도 남아 있는데 KBO 총재가 키움증권 인사와 만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게 정운찬 총재의 판단이었다고 전했다. 어쩌다 보니 ‘문전박대’를 한 모양새가 됐지만, 총재 입장에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일종의 ‘문전박대’ 다음날 벌어진 일이다. 히어로즈는 KBO 방문 다음 날 아침에 곧바로 키움증권과 메인스폰서 계약을 발표했다. 구단 내에서도 ‘시기상조’란 지적이 나왔지만 고위층의 강한 의지로 발표를 강행했다. 불과 일주일 전에 밝혔던 ‘신중론’에서 180도 돌아서서 새 메인스폰서 계약을 기정사실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히어로즈는 새 메인스폰서 계약에 신중한 태도를 취한 KBO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양새가 됐다. 한 야구 관계자는 키움증권과 계약을 발표해서 기정사실로 만들고, KBO가 이장석 전 대표와 히어로즈 구단 관련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운신의 폭을 좁히려는 의도로 보인다. 새 메인스폰서 계약 발표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려는 목적도 깔려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키움증권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사실 계약은 추후에 진행해도 되는 부분이긴 하다”는 말로 계약 발표가 반드시 이날일 필요는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미 기사도 나가고 시장에도 알려진 상태였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로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바로 계약하고 발표하는 데 합의해서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도 팬들과 시장의 우려를 잘 안다. (문제를)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말할 순 없지만, 그 문제로 히어로즈와도 많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프로야구 산업에 기여하고 싶다”는 긍정적인 동기로 메인스폰서 참여를 결정했다. 단순 광고만이 아닌 메인스폰서로 참여해 키움증권의 브랜드 가치를 새롭게 하고, 프로야구 발전에 힘을 보태는 게 키움증권이 추구하는 목표다. 
 
이 목표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그에 앞서 히어로즈 구단이 상식적인 행보를 밟아야 한다. 이장석 전 대표를 둘러싼 스캔들은 기존 스폰서 넥센타이어의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메인스폰서 계약이란 경사를 순리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발표한 히어로즈 고위층의 행태는, 좋은 의도로 프로야구에 참가하는 키움증권에 폐를 끼칠 소지가 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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