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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추적] “감독이 방망이, 칼 든 것. 열정을 못 이겨서 할 수 있는 일”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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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5 (월) 08:02

                           
-대전제일고 야구부 폭력 사건, 학교 축소·은폐 의혹
-3월 감독의 선수 폭행에 ‘빠른 복귀’ 강조한 학교…징계기간도 소급적용
-감독의 학생선수 폭행 사건을 서로 간의 오해가 빚어낸 결과”라고 인식하는 학교
-학교체육소위원회장 감독이 프라이팬, 방망이, 칼 들었다는 것. 자기의 열정을 못 이겨서 할 수 있다. 
 
[엠스플 추적] “감독이 방망이, 칼 든 것. 열정을 못 이겨서 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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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 주장한 감독, 알고보니 “칼로 위협하고 프라이팬으로 때렸다”
 
[엠스플뉴스]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피해자는 두 번 운다. 처음엔 가해자에게 맞은 상처 때문에 울고, 다음엔 폭력을 감싸는 교사와 축소·은폐하려는 학교 때문에 운다. 해마다 교육부에 약 2만건의 교내폭력 사건이 보고되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는 학교가 감추거나 제대로 절차를 밟지 않았다가 뒤늦게 밝혀진 사건이다.
 
대전제일고등학교(교장 김용갑·이사장 강형천) 야구부에선 올 한해 외부에 알려진 것만 두 번의 폭력 사건이 터졌다. 첫 사건은 3월에 터졌다. 야구부 구대진 감독이 학생선수 폭행 사건이었다. “감독이 선수 숙소에서 칼로 위협하고 프라이팬과 야구방망이로 때렸다”는 게 알려진 사건 내용이다. 당시 가해 감독은 7일 직무정지와 40시간 봉사활동 명령을 받는 데 그쳤다. 
 
9월엔 학생선수간 폭력사건이 터졌다. 1학년생이 2학년생에게 구타 당해 신장이 파열된 사건이었다. 복수의 제보자는 2학년생의 1학년생 폭행 이전에 감독, 코치, 3학년 선수로 이어지는 ‘내리폭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두 사건은 현재 대전지역 모 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두 차례 폭력 사건이 터질 동안 학교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엠스플뉴스는 대전제일고 교사들과 관계자들이 야구부 폭력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담긴 여러 건의 제보를 받았다. 이런 정황을 뒷받침하는 교내 회의 자료도 입수했다.
 
대전제일고 인사위원회가 감독의 학생선수 폭행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 "서로 간의 오해가 빚어낸 결과"
 
  
첫 폭력 사건이 터진 건 3월초. 앞서 엠스플뉴스 보도([단독] ‘사랑의 매’ 주장한 감독, 알고보니 “칼로 위협하고 프라이팬으로 때렸다”)에서 알려진 대로, 감독의 학생선수 폭행에 ‘흉기’가 사용됐다는 고발이 제기된 사건이다. 현재 이 사건은 재수사가 진행 중이다.  대전제일고 야구부원 전수조사에서 상당수의 학생이 “실제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이 학생선수를 위협하고, 때린 건 심각한 사안이다. 스승이 제자를 향해 흉기를 들었다면 더욱 심각한 일이다. 하지만, 이 엄중한 사건을 다루는 대전제일고의 태도는 '심각'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전제일고는 사건이 발생하자 3월 중순 두 차례 '교원인사위원회'를 열었다. 교감이 위원장으로 참석하고, 교사들이 위원으로 참석한 회의였다.
 
이 자리에서 안전생활부장 윤 모 교사는 “야구부 학생이 감독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를 했다”며 서로 간의 오해가 빚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오해를 하시고, 훈계 차원에서 체벌을 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불미스로운 일이 발생했다고 발언했다. '오해', '훈계', '체벌'은 가해자 중심 단어다. 피해 학생이 '오해할 짓을 해 훈계 차원에서 사랑의 매를 들었다'는 뜻으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윤 부장은 이어진 발언에서도 “여러 차례 대화를 한 결과 오해는 해결됐으나, 학교 폭력으로 신고가 접수됐던 사안이니 만큼 정식 절차를 밟아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거듭 ‘오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교사의 말에 따른다면 주방용 칼을 든 것도 오해, 프라이팬과 야구방망이를 동원한 것도 서로 간의 오해가 빚어낸 결과일 뿐이었다.
 
회의 사회를 맡은 임 모 체육교사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빨리 훈련에 복귀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야구부 정상화가 학부모와 학생들의 뜻임을 강조했다. 
 
임 모 교사는 3학년은 한게임, 한게임이 수능이다. (감독이) 지금 현재 격리가 되어 있는 상태고, 학부모도 학생들도 '선생님의 징계를 원하지 않고, 하루 빨리 연습에 매진했으면 좋겠다'고 한 상태다. 금요일에 부모님들과 만나 사과를 하도록 하겠다며 자신이 중재자로 나서겠다고 했다.
 
이에 윤 모 교사는 금요일이면 늦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서먹해지고 연습하는 시간도 늦어지니 서둘렀으면 좋겠다며 감독을 하루라도 빨리 야구부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종용했다. 폭력 감독과 학생 선수들의 관계가 자칫 ‘서먹해질까’ 우려하는 독특한 교육관이다.
 
윤 모 교사의 어시스트를 받은 임 모 교사는 곧바로 “오늘 학생과 감독이 만나 서로 사과를 하고 융합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며 이 기간을 직무정지로 인정을 하고, 다음 주부터 빠르면 내일, 내일 모레부터는 훈련을 시작했으면 한다고 폭력 감독의 야구부 복귀를 공식화했다.
 
두 교사의 발언을 이어받은 교감(위원장)은 “우선 3월 7일(수)부터 14일(수)까지 일주일간 직무를 정지를 하고, 15일(목)부터 복귀해 학생들과 훈련을 시작하는 걸로 하겠다. 차후 경찰조사 결과에 따라 공무원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논의를 정리했다.
 
이 사건을 다룬 교원인사위원회 회의는 3월 13일(화)과 16일(금) 두 차례 열렸다. 두 차례 회의에서 체육교사와 안전생활부장은 약속이라도 한 듯 폭력 사건을 축소하고, 감독을 두둔하고, 빠른 복귀를 재촉하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결국 감독의 격리기간을 직무정지 기간으로 소급적용해 회의로부터 불과 이틀만에 감독을 야구부에 복귀하도록 했다.
 
엠스플뉴스는 교감과 안전생활부장, 체육교사에게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자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세 이는 모두 답변을 거부하거나 “내가 답할 문제가 아니다”란 입장을 밝힌 채 연락을 끊었다.
 
대전 교육청 관계자는 당시(3월) ‘누락됐던’ 부분에 대해 고발이 이뤄져 경찰이 다시 수사중이라며 당시 학교와 교육청은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교육청 설명대로라면 대전지역 경찰이 3월 처음 사건을 조사했을 때 '칼', '프라이팬', '야구방망이' 등의 존재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거나 ‘누락’한 셈이 된다. 
 
칼, 프라이팬 등장하는 사건 두고 “따뜻한 말 한마디” “화해” 얘기한 교내 회의
 
[엠스플 추적] “감독이 방망이, 칼 든 것. 열정을 못 이겨서 할 수 있는 일”

 
3월 인사위원회 때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감독 폭력 사건의 진상은 10월 17일 열린 학교 체육소위원회 회의 때 자세히 공개됐다. 일부 학부모가 '3월 폭력 사건'을 문제 삼아 야구부 감독을 정식으로 경찰에 고발해 문제가 커지자, 학교 측이 긴급회의를 개최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도 사건 축소와 억지 봉합 시도는 여전했다. 위원장이 “주방이었고, 있는 칼을 들었고, 그 칼은 사용하지 않고, 칼을 놓고, 프라이팬과 야구방망이로 폭행했던 것”이라며 사건의 실체를 자세히 언급했지만,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발언들이 난무했다.
 
부위원장으로 참석한 교감은 3월경에 있었던 야구부 학생들의 지도자(감독) 학생 폭력으로 부모님들의 처벌불원서 및 학생들이 탄원서를 제출하여 마무리가 된 사건으로 알고 있었다며 현재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으로 보았을 때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교감은 3월에 열린 두 차례 인사위원회를 통해 구 감독에게 ‘7일간 직무정지’란 솜방망이 징계가 내려졌을 때 인사위원장을 맡은 이였다.
 
놀라운 건 위원장의 발언이었다. 학교소위원회 위원장은 감독이 쉽게 프라이팬, 방망이, 칼을 들었다는 것은 자기의 열정을 못이겨서 할 수는 있다며 학생선수 폭행 사건을 기묘한 방식으로 미화한 뒤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그게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하겠다는 반성적 차원에서 감독이 학생, 학부형들을 찾아가서 '미안하다. 놀랬지' 그러한 따뜻한 말 한마디 할 수 있는…그럼으로 인해서 학생과 학부형들이 학교에 찾아와서 감독님을 지지하는 상황이 되면 학교에서는 자연스럽게 그분의 지도력으로 이런 화해를 통해서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짐을 받고, 다시 운동장으로 복귀시키면 어떨까 봅니다. 
 
칼과 프라이팬, 야구방망이가 등장한 ‘엽기 사건’을 다루면서도 ‘따뜻한 말’과 ‘화해’를 이야기하고, 운동장으로 복귀시키자고 감싸는 현실. 다른 곳도 아닌 학교 회의에서, 폭력 문제에 대해 일반인들의 상식 범위를 한참 벗어난 대화가 한참이나 오고 갔지만, '반성'이나 '책임'을 언급하는 이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징계 해제 권한 없는 체육소위원회가 폭력 감독 징계 해제 결의
 
[엠스플 추적] “감독이 방망이, 칼 든 것. 열정을 못 이겨서 할 수 있는 일”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이날 학교 회의에서 위원들은 ‘야구부 부모 및 야구부 학생과의 화해’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 무혐의 확인서’를 전제로 야구부 감독의 격리 조치 해제를 결의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징계 해제 문제를 결정할 권한이 없는 자리였다.
 
공익제보자 A 씨는 학교체육소위원회는 인사권이나 징계 해제 권한이 있는 회의가 아니다. 체육복 구매나 체육용품 관리 등의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라며 인사위원회를 열었던 3월엔 칼, 프라이팬 등에 대해 '쉬쉬'하다 10월 들어 문제가 커질 것 같자, 학교가 7개월이나 지난 마당에 엉뚱한 회의에서 엉뚱한 결정만 내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전제일고는 9월초 발생한 야구부원간 폭력 사건도 원칙대로 다루지 않았다. 복수의 공익제보자는 1학년생이 2학년생에게 맞아 신장이 파열됐을 때 학교가 즉시 사건을 인지했다며 9월 말 피해 학부모가 학교 교무실에 찾아와 사건 내용을 모두 폭로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학교는 원칙대로 처리하지 않았다. 교내폭력 신고가 접수되면 학교는 피해학생에 대한 긴급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 또 24시간 내에 교육청에 보고하고, 2주 이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도록 돼 있다. 그러나 대전제일고는 학교에 장학사가 다녀간 뒤, 사건 발생 두 달여가 지난 10월 26일이 돼서야 뒤늦게 학폭위를 열었다. 
 
공익제보자는 “학교가 사건을 숨기려고 하다가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오고, 장학사가 다녀가자 그제서야 학폭위를 열었다”며 이것이 축소·은폐 시도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덧붙여 이 공익제보자는 “대전 교육청의 사건 해결 의지도 의심스럽다”며 “언론과 교육단체가 이 사건을 계속 주시하지 않는다면 언제 사건이 유야무야 덮어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2월 22일 ‘학교 안팎 청소년폭력 예방대책’을 발표해 학교폭력을 은폐·축소하면 해당 관계자를 파면·해임 등 중징계하기로 했다. 
 
배지헌, 박찬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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