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엠스플 KS] 꼬이고 또 꼬인 두산, 변칙은 독으로 돌아왔다

일병 news1

조회 740

추천 0

2018.11.05 (월) 07:02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은 73.5%다. 그 높은 확률을 두산 베어스가 아닌 SK 와이번스가 잡았다. 여유 있게 SK를 기다린 두산은 1차전부터 꼬이고 또 꼬였다. 변칙을 선택한 결과가 독으로 돌아온 셈이다.
 
[엠스플 KS] 꼬이고 또 꼬인 두산, 변칙은 독으로 돌아왔다

 
[엠스플뉴스]
 
11월 4일 잠실구장. 아무리 가을 경험이 많은 두산 베어스도 떨리는 하루였다.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둔 두산 선수단은 “오랜만의 큰 경기라 긴장되는 느낌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치른 SK 와이번스일지라도 그 ‘기세’를 무시할 순 없었다. 특히 타자들의 실전 감각은 SK가 앞서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SK 타자들은 1회 초 공격부터 당황했다. 두산 선발 조쉬 린드블럼이 정규시즌과 다른 변칙 투구 자세를 선보인 까닭이었다. 린드블럼은 마치 넥센 히어로즈 투수 에릭 해커와 같이 투구 직전 키킹 동작을 하면서 공을 던졌다.
 
SK 베테랑 내야수 박정권은 린드블럼의 달라진 투구 자세를 보고 다들 당황한 건 사실이다. 대처가 안 된 타자들도 있었다. 다행히 첫 타석 이후엔 어느 정도 적응은 됐다며 당시 린드블럼의 변칙 투구 자세를 처음 본 소감을 전했다.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린드블럼의 변칙 투구
 
[엠스플 KS] 꼬이고 또 꼬인 두산, 변칙은 독으로 돌아왔다

 
사실 린드블럼은 한국시리즈 직전 투구 자세를 바꾸는 놀라운 결단을 내렸다. 일본 미야자키 미니 캠프를 다녀온 린드블럼은 투구 과정에서 팔이 늦게 내려온다는 이유로 왼발을 잠시 접었다 펴는 키킹 동작을 추가했다.
 
변칙 투구로 경기 초반 SK 타자들을 당황하게 하는 건 성공했지만, 결과론적으로 절반의 성공이 됐다. 1회 초와 6회 초 피홈런 과정에서 린드블럼은 모두 선두 타자 볼넷 뒤 후속 타자에게 홈런을 맞았다. 와인드업 변칙 투구에서 볼넷을 허용하고, 원래 투구 자세가 나온 세트 포지션 투구에선 정타로 맞는 홈런을 내줬다.
 
1회 초 선제 2점 홈런을 린드블럼에게 빼앗은 한동민은 (린드블럼의) 와인드업 투구 때는 타이밍을 잡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1회 초 주자가 있을 땐 이전과 투구 자세가 똑같았다. 그래서 홈런이 나온 첫 타석은 어렵지 않게 타이밍을 잡았다. (김)강민이 형이 출루해줬기에 홈런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린드블럼의 변칙 투구에 문제는 없었다고 바라봤다. 경기 뒤 김 감독은 “진 경기는 그냥 진 거다. 선수들이 더 잘하려다가 이렇게 됐다. 더 편안하게 했으면 한다. 린드블럼의 투구 자세 변화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실투가 장타로 연결됐는데 자기 몫은 다했다”며 개의치 않는 표정을 지었다.
 
김태형 감독이 꼽은 1차전 승부처는 6회 말
 
[엠스플 KS] 꼬이고 또 꼬인 두산, 변칙은 독으로 돌아왔다

 
6회 말 공격 과정에서도 두산의 ‘변칙’이 있었다. 두산은 3대 4로 역전당한 6회 말에서 무사 1루 기회를 잡았다. 두산 벤치는 후속 타자 허경민에게 희생 번트를 지시했다. 두산은 정규시즌에서 희생 번트를 가장 적게 시도한 팀(60번)이었다. 다소 이른 시점에 상위 타순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나온 희생 번트 지시는 두산 입장에선 의외의 선택이었다.
 
평소와 같은 강공이 아닌 작전을 택한 두산의 변칙은 결과적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허경민은 희생 번트 실패로 물러났다. ‘그린 라이트’가 있었던 오재원은 2루 도루를 시도하다 SK 포수 이재원의 날카로운 송구에 아웃됐다. 이후 나온 정수빈의 우전 안타는 두산 벤치의 뒷맛을 더 씁쓸하게 했다.
 
김태형 감독이 꼽은 1차전 승부처가 바로 이 6회였다. 김 감독은 “오늘은 허경민의 희생 번트 실패 뒤 오재원의 2루 도루 실패가 가장 아쉬웠다. 선수 자신은 확신이 있었겠지만, 급하게 움직인 감이 있었다”고 복기했다.
 
7회 초 뼈아팠던 추가 실점 과정에서도 변칙이 있었다. 한 점 차로 쫓는 상황에서 7회 초 2사 2루 위기를 맞은 두산 벤치는 박치국을 내리고 장원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정규시즌 내내 부진했지만, 최근 구위가 올라온 장원준을 승부처에서 과감하게 기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장원준은 벤치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 한동민과 제이미 로맥을 상대로 연속 볼넷을 내준 장원준은 박정권을 상대하다 폭투로 실점했다. 결국, 박정권을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낸 뒤 장원준은 김승회와 교체됐다. 김승회는 후속 타자 김재현을 2루수 땅볼로 막고 만루 위기에서 탈출했다.
 
이 추가 실점에 조급해진 두산 타선은 7회 말 무사 만루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결국, SK는 9회 초 상대 실책과 박정권 희생 뜬공으로 7대 3까지 달아났다. 9회 말 마운드에 올라온 정영일이 깔끔한 삼자범퇴로 SK의 1차전 승리를 단단하게 지켰다.
 
두산에 치명타가 된 김강률의 빈자리
 
[엠스플 KS] 꼬이고 또 꼬인 두산, 변칙은 독으로 돌아왔다

 
장원준의 기용 시점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사실 이는 김강률의 아킬레스건 부상 이탈로 생긴 두산 불펜진의 미세 균열을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김강률은 경기 중반 승부처에서 멀티 이닝을 소화하는 동시에 필승조까지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했다. 후반기 들어 팀 내에서 가장 강력한 구위를 자랑했던 김강률의 빈자리는 정말 컸다.
 
그래도 장원준을 향한 김태형 감독의 믿음은 굳건했다. 김 감독은 “장원준의 공 자체는 좋았다. 힘도 느껴졌다. 구석으로 제구에 신경 쓰다 보니 볼이 많이 나왔다. 공이 좋으니 계속 믿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비록 뼈아픈 1차전 패배를 맛봤지만, 불과 한 경기만 끝났을 뿐이다. 확률과 숫자가 아닌 경험만 따지면 두산도 희망을 놓을 수 없다. 두산은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승리하고도 3승 4패로 우승컵을 놓쳤다. 반대로 2015년 한국시리즈에선 1차전을 내주고도 내리 4연승을 달리면서 ‘V4’를 달성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은 1차전 승리를 거뒀지만, 4연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두산 입장에선 한국시리즈 1차전 승·패에 당장 웃거나 울 필요가 없다.
 
2차전 선발 맞대결도 두산이 다소 앞선다. 두산은 세스 후랭코프, SK는 문승원을 선발 마운드에 올린다. 1차전과 비교해 타순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김 감독은 “타순을 크게 바꿀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가 1차전보다 빨리 가열돼야 할 분위기다. 무엇보다 ‘안정’과 ‘변칙’ 사이에서 두산 벤치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 <엠스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이전 10 페이지다음 10 페이지

이전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