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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키워쓰는 영웅군단, ‘큰 경기용 영웅’도 키운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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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1 (목) 09:23

                           
-플레이오프 5차전 성사, 이번 포스트시즌 10경기 치르게 된 넥센
-경험부족 우려 딛고, 어린 선수들 활약으로 포스트시즌 승승장구
-역대 포스트시즌 출전팀 가운데 가장 젊은 선수 활약 돋보이는 팀
-올 시즌은 시작일 뿐, 앞으로 더 많은 포스트시즌이 기다린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키워쓰는 영웅군단, ‘큰 경기용 영웅’도 키운다

 
[엠스플뉴스]
 
포스트시즌 10경기째.
 
11월 2일에 플레이오프 5차전을 치르면,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10번째 경기를 치르게 된다.
 
포스트시즌 10경기는 의외로 흔치 않은 경험이다. 커리어 있는 선수 중에 포스트시즌 10경기를 못 해본 선수가 생각 외로 많다. MBC 이광은과 OB 김종석은 통산 9경기 출전에 그쳤다. 한화 김경언도 8경기 경험이 고작이다. 롯데 김용희와 박기혁은 7경기만 해봤다. 삼성 천보성, MBC 김인식도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지만 큰 경기 경험은 초라했다.
 
그에 비하면 넥센 선수들은 화려한 포스트시즌 경험을 자랑한다. 김하성은 이제 23살인데 벌써 가을야구 19경기를 경험했다. PO 5차전을 치르면 역대 10번째로 23세 이전에 가을야구 20경기를 치른 선수가 된다.
 
포수 김재현도 통산 포스트시즌 출전이 9경기다. 송성문은 지금까지 8경기에 출전했고, 김혜성은 6경기에 나섰다. 주효상도 5경기에 출전했다. 불과 한 시즌만에 누군가의 커리어 전체와 큰 차이 없는 만큼의 큰 경기를 치른 넥센 선수들이다.
 
투수도 마찬가지. 이승호는 19세 이하로 포스트시즌 2경기 이상 선발등판한 역대 7번째 투수가 됐다. 그의 앞에는 주형광, 류현진, 염종석 등 엄청난 이름들이 있다. 안우진도 19세 이하 역대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승 2위로 올라섰다. 1위는 1992년 롯데 염종석의 4승이다. 1승만 추가하면 역대 공동 1위로 역사에 이름이 남는다.
 
젊은 영웅군단에게 ‘경험부족’은 기우였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키워쓰는 영웅군단, ‘큰 경기용 영웅’도 키운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넥센은 ‘경험부족’이란 지적을 귀가 아프게 들었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만큼, 큰 경기 경험부족이 약점이 될 것이란 우려와 지적과 저주(?)가 끊임없이 나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경험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큰 경기에서도 정규시즌 활약한 젊은 선수들에게 변함없이 믿음을 보냈고, 선수들은 훌륭한 활약으로 화답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임병욱, 김혜성 등 젊은 선수들이 ‘디펜딩 챔피언’ KIA를 상대로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준플레이오프도 마찬가지. 1차전에서 송성문은 생애 첫 포스트시즌 타석을 대타로 출전해 결승타를 때렸다. 2차전에선 임병욱이 3점홈런 2방으로 한화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안우진은 첫 가을야구 등판에서 3.1이닝 5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4차전에선 ‘19살 듀오’ 이승호+안우진이 한화를 2점으로 묶으며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계속된다. 1차전에서 송성문은 리그 최고 좌투수 김광현 상대로 홈런 두 방을 날렸다. 안우진은 3차전 홀드, 4차전 4이닝 무실점 승리로 5차전을 성사시키는 데 결정적 공을 세웠다. 이승호도 4차전 선발 4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에 기여했다. 
 
박병호, 서건창, 김민성 등 베테랑들이 다소 주춤한 가운데 오히려 젊은 선수들이 넥센의 반격을 이끌어 가는 그림이다.
 
이번 시즌 넥센은 포스트시즌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넥센의 23세 이하 야수가 나선 타석은 140타석으로, 1992년 롯데의 160타석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다. 5차전에서 21타석만 추가하면 역대 1위다. 이미 홈런(4홈런) 타점(21타점)은 역대 1위로 올라선지 오래다.
 
투수쪽도 놀랍다. 19세 이하 투수의 단일 포스트시즌 등판 7경기로 역대 2위(1위 2002 LG 10경기)가 됐다. 또 3승으로 최다승 2위(1위 1992 롯데 4승), 탈삼진 24개로 2위(1위 1995 롯데 26개) 등의 기록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역대 포스트시즌 진출팀 가운데 어린 선수들의 활약이 제일 돋보이는 팀이 넥센이다.
 
넘어져도 일어나고, 서로 도우며 ‘큰 경기용 선수’로 성장한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키워쓰는 영웅군단, ‘큰 경기용 영웅’도 키운다

 
물론 큰 경기 첫 경험인 만큼 시행착오도 있다. 김혜성은 선발 2루수로 출전한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두 차례 실책을 했다. 다소 까다로운 바운드의 타구가 실책으로 이어졌고 경기 후반 교체됐다. 
 
하지만 다시 선발 2루수로 출전한 플레이오프 3차전과 4차전에선 언제 그랬냐는듯 완벽한 수비로 팀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 4차전에선 1-2간으로 향하는 까다로운 타구, 투수에 맞고 굴절된 타구를 재빠르게 처리해 SK 벤치의 탄식을 불렀다. 
 
김혜성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 실책 2개를 했지만, 팀이 이겼기 때문에 괜찮았다고 했다. 그 때문에 큰 부담감을 느끼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이를 갈면서 기회를 기다리지도 않았다. 차분한 마음으로 기회가 오길 기다렸다. 그 결과가 플레이오프 3, 4차전 활약이다. 김혜성은 “운이 좋았다”며 싱긋 웃었다.
 
송성문도 “운이 좋았다”고 얘기한다. 만약 큰 경기 첫 출전이 선발출전이었다면 긴장했겠지만, 대타로 나왔던 게 오히려 도움이 됐단 얘기다. 수비에서도 어려운 타구가 오지 않은 덕분에 실수 없이 잘 넘어갈 수 있었다며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송성문은 “혜성이 덕분”이란 말도 빼놓지 않았다. 3차전 6회초 1사 만루에서 정의윤의 3루쪽 땅볼을 잡을 때 공을 더듬었다. 이 때문에 2루 송구가 다소 불안정하게 날아갔는데, 김혜성이 잘 잡아서 처리한 덕분에 더블플레이로 이어졌다. 
 
“혜성이 덕분에 살았어요.” 송성문이 이렇게 말하는 동안 더그아웃 반대편에 김혜성이 나타났다. 김혜성은 전날 경기 활약으로 기자들에 둘러싸여 인터뷰하는 송성문을 보더니 눈이 동그래졌다. “나한테 고마워해야 되는 것 아니냐.” 김혜성의 뼈를 때리는 일침이다.
 
송성문은 3차전을 앞두고 동료 주효상에게 언더핸드 투수 박종훈 공략법을 알려줬다. 주효상은 송성문의 조언과는 반대로 타석 맨 뒤에 붙어서 커브를 공략해 안타를 때렸다. “그래서인지 별로 안 고마워하더라구요.” 송성문의 말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부진에 빠진 김하성은 4차전을 앞두고 동료들에게 피자를 돌렸다. 4차전에서 김하성은 눈부신 호수비와 함께 오랜만에 안타와 타점도 올렸다. 넥센 관계자는 지금 우리 팀 분위기가 이 정도입니다라며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어디를 봐도 플레이오프 2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던 팀으로는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김혜성은 “큰 경기를 계속 치르고 있지만, 여전히 경기장에 나가기 전엔 긴장된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가 쌓이고 쌓여, 어느새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10경기째를 치르게 된 넥센이다. 넥센 젊은 선수들은 ‘무경험’으로 시작해 어느덧 남부럽지 않게 많은 큰 경기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장정석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회복력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회복력은 단지 신체적 회복력만 뜻하지 않는다. 실수를 해도 위축되지 않고 다시 일어선다. 좋은 활약을 하면 자신감을 얻어 더 좋은 활약의 자양분으로 삼는다. 넥센 젊은 선수들은 서로가 격려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큰 경기에서 살아남는 법을 몸으로 익혀가는 중이다. 
 
다른 팀들에게는 두려움을 주는 사실 한 가지. 이번 포스트시즌을 시작으로, 넥센 젊은 선수들이 앞으로 수없이 많은 포스트시즌에 출전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젊은 영웅들이 써내려갈 가을의 역사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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