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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보스턴은 어떻게 WS 우승팀이 됐나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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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30 (화)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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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8.10.30 (화) 21:30

                           
[이현우의 MLB+] 보스턴은 어떻게 WS 우승팀이 됐나


 


[엠스플뉴스]


 


2015년 여름, 보스턴 레드삭스는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었다.


 


1901년 창단 이후 1918년까지 다섯 차례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보스턴은 1920년 1월 전 시즌 메이저리그 홈런 신기록을 수립한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한 이후 83년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했다. 이를 가리켜 '밤비노의 저주'라고 한다. 그러나 젊은 단장 테오 엡스타인 단장의 지휘 아래 2004년 '밤비노의 저주'를 깨부순 뒤에는 달랐다.


 


2007년 '록토버' 콜로라도 로키스를 가볍게 제압하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보스턴은 2013년에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꺾고 또 한 번 정상에 올랐다. 그렇게 2000년대에만 세 차례 우승을 거머쥔 보스턴은 비로소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팀 뉴욕 양키스의 라이벌이자, 아메리칸리그(AL)를 대표하는 명문팀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4-2015시즌, 2년 연속 AL 동부지구 꼴찌를 기록한 것이다. 사실 전년도 우승의 주역들이 대거 이탈한 2014시즌에는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2015시즌에는 달랐다. 2015시즌을 앞두고 보스턴은 FA 대어 내야수인 파블로 산도발(5년 9400만)과 핸리 라미레즈(4년 8800만)을 영입했고, 트레이드로 투수 웨이드 마일리와 릭 포셀로를 데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성적은 전반기가 채 끝나기도 전부터 바닥을 기었다. 이런 상황에선 누구라도 책임을 져야 했다. 총대를 멘 것은 존 헨리 구단주가 구단을 인수했을 때부터 구단의 사장 겸 CEO를 맡았던 래리 루치노였다. 


 


그리고 루치노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보스턴은 새로운 책임자를 영입한다. 그가 바로 현 보스턴 사장인 데이브 돔브로스키다.


 


'올인 전문가' 데이브 돔브로스키를 영입하다


 


[이현우의 MLB+] 보스턴은 어떻게 WS 우승팀이 됐나


 


돔브로스키가 메이저리그와 인연을 맺은 시기는 1978년.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의 일이다. 당시 메이저리그 구단의 단장들은 대부분 메이저리그 선수 출신이거나, 대학교 또는 마이너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었다. 반면, 돔브로스키는 메이저리그 구단에 입사하기 전까지 야구와는 전혀 인연이 없었다. 


 


그는 고교 시절 미식축구 선수였고 장학금을 받으며 코넬 대학에 입학하긴 했지만, 운동선수로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자 웨스턴 미시간 대학으로 편입해 경영학을 전공했다. 이후 대학교 졸업반이었던 1978년부터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마이너리그의 행정 보조원으로 취직해 단장 보좌 자리까지 올랐으나, 1986년 해고됐다.


 


그러나 돔브로스키는 이듬해인 1987년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선수 육성 총괄로 재취업했고, 1988년 중반에는 당시 최연소였던 만 31세의 나이로 단장 자리에 올랐다. 즉, 돔브로스키는 현세대 프론트 오피스에서 주류를 차지하는 '비 선수 출신 젊은 엘리트 단장'의 프로토타입(Prototype)이라고 할만한 인물이다. 


 


하지만 돔브로스키의 운영 스타일은 아이비리그나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출신으로서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 야구 통계학)에 기반을 둔 구단 운영을 하는 현세대 젊은 단장들과는 정반대다. 


 


[이현우의 MLB+] 보스턴은 어떻게 WS 우승팀이 됐나


 


세이버메트리션 단장들은 구단 운영에 있어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중시한다. 따라서 유망주를 주고 베테랑을 영입하거나, 대형 FA에 거액을 지출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반면, 돔브로스키는 거액을 들여 대형 FA 영입을 영입하거나, 유망주를 활용한 블록버스터급 트레이드를 통해 특급 선수를 영입하는데 망설임이 없다.


 


물론 이는 구단주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영입한 선수들이 잘하냐 못하냐로 접근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저주 브레이커'로 명성이 높은 엡스타인 사장조차도 대형 FA 영입은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돔브로스키가 영입한 선수들은 '적어도 그가 떠나기 전까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즉, 돔브로스키는 주어진 자원을 활용해 소속팀을 단기간에 월드시리즈 우승 팀급 전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특별한 재능이 있다. 이는 2년 연속 꼴찌에 그친 보스턴이 그를 영입하면서 바라는 것이기도 했다.


 


팀 전력을 높이기 위한 끊임없는 투자


 








 


 


 


보스턴에 합류한 돔브로스키가 한 첫 번째 큰 움직임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초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크레이그 킴브럴을 영입하는 것이었다. 한편, 이후 돔브로스키는 그해 겨울 FA 최대어였던 데이비드 프라이스와도 7년 2억 1700만 달러(당시 투수 최고액)에 계약을 맺었다. 한편, 2016시즌 중반에는 샌디에이고와의 트레이드로 드류 포머란츠를 영입하기도 했다.


 


그 결과 보스턴은 단 한 시즌만에 AL 동부지구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보스턴 팬들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세 선수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쏟아부은 돈과 유망주가 지나치게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적극적인 투자는 엡스타인과 그 후임들의 '안정적인 경영'에 익숙해진 보스턴 팬들에게는 낯선 방식이었다.


 


그러나 돔브로스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6시즌을 마친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에이스 크리스 세일을 영입한 것이다. 같은날 돔브로스키는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타일러 쏜버그를 영입하고, FA 1루수인 미치 모어랜드와 1년 570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 과정에서 요안 몬카다와 마이클 코펙을 비롯한 유망주들이 또 줄줄이 팀을 떠났다.


 


한편, 2018시즌을 앞두고는 신체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FA 타자 최대어인 J.D. 마르티네스와 5년 1억 10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돔브로스키 체제 하에서 보스턴이 쓴 돈과 유망주 지출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있다.


 


보스턴이 지난 1년간 영입한 선수들의 PS 성적


 


J.D 마르티네스 [타율 .300 3홈런 14타점 OPS .923]


스티브 피어스 [타율 .289 4홈런 11타점 OPS 1.083]


이안 킨슬러 [타율 .206 0홈런 3타점 OPS .523]


라이언 브레이저 [0승 0패 8.2이닝 ERA 1.04]


네이선 이볼디 [2승 1패 22.1이닝 ERA 1.61]


 


놀라운 점이 있다면 보스턴의 영입 행진이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스턴은 54승 27패로 ML 전체 승률 1위를 달리고 있었던 6월 27일 토론토 블루제이스로부터 스티브 피어스를 영입했다. 팀 타선이 좌투수 공략에 애를 먹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심지어 사실상 지구 우승을 확정지은 7월 말에는 우완 선발 네이선 이볼디와 베테랑 2루수 이안 킨슬러를 영입했다.


 


당시 보스턴이 기록하고 있는 승률을 고려했을때, 이들의 영입은 '과잉 투자'로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월드시리즈에서 거둔 성적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들을 영입하지 않았더라면 보스턴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즉, 올해 보스턴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팀 전력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초보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한 데 묶은 알렉스 코라 감독의 지도력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최다승에 도전할 수 있는 페이스였음에도 욕심을 내지 않고 시즌 후반부터 주축 선발과 불펜에게 휴식을 줌으로써 포스트시즌에 대비한 것 역시 초보 감독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대처였다.


 


높은 승률을 바탕으로 한 후반기 체력 안배, 그리고 '집중력'


 








 


 


 


정규시즌 막판 힘을 아낀 결과는 포스트시즌에서 빛을 발했다. 보스턴의 선발들은 최소 1번 이상은 불펜으로 등판해 약점이었던 불펜진에 힘을 보탰다. 특히 3차전에서 연장 6.0이닝 투구를 비롯 WS에서 불펜으로만 3경기에 등판해 총 8.0이닝을 소화한 이볼디, '대표 새가슴'이란 오명을 딛고 WS에서 3경기 2승 무패 13.2이닝 ERA 1.98을 기록한 프라이스의 활약이 대표적이다.


 


또한, 포스트시즌 기간 합계 28.2이닝을 4실점(3차잭)으로 막아낸 불펜 3인방(조 켈리, 맷 반스, 라이언 브레이저)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한편, 포스트시즌 첫 4경기에서 모두 실점한 마무리 크레이그 킴브렐의 투구 버릇을 코라 감독의 전 팀 동료였던 에릭 가니에가 알려주는 행운이 따르기도 했다. 이후 킴브렐은 마지막 등판 전까지 4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정규시즌만큼은 아니었으나, 타선 역시 나쁘지 않았다. 보스턴의 타선은 포스트시즌 기간 타율 .244 OPS .724에 머물렀지만, 14경기에서 84득점으로 경기당 무려 6.0점을 뽑아냈다(월드시리즈 준우승팀 다저스는 3.7점). 이는 득점권 성적이 타율 .364 6홈런 69득점 OPS 1.115로 나머지 팀들을 압도했기에 가능했던 득점력이었다.


 


이런 놀라운 집중력을 바탕으로 보스턴은 정규시즌 100승 팀 양키스와 103승 팀 휴스턴, 내셔널리그 우승팀인 다저스를 각각 시리즈 스코어 3-1, 4-1, 4-1로 꺾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운이라는 단어가 낄 여지조차 없는 완전무결한 우승이었다.


 


보스턴 선수들의 영입 유형별 WAR 합계


 


[팜 시스템] 20.7승


[트레이드 영입] 19.7승


[FA 영입] 13.2승


 


물론 돔브로스키 체재 하의 보스턴에 우려되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승이라는 최종 목적을 달성했지만, 그를 위해 지출한 대가(유망주)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보스턴이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키 베츠(WAR 10.9승), 앤드류 베닌텐디(3.9승), 젠더 보가츠(3.8승), 재키 브레들리 Jr(2.1승) 등 팜 출신 선수들이 중심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이 기록한 WAR 합계 20.7승은 FA 영입 선수 합계(13.2승)나, 트레이드 영입 선수 합계(19.7승)보다 높았다. 그러나 돔브로스키 체재 하에서 벌인 잦은 트레이드로 인해 현재 보스턴 팜은 유망주의 씨가 말라버린 상황이다. 한편, 올 시즌을 마치고 FA가 되는 6명을 모두 잡지 않더라도 내년 연봉 총액이 2억 1420만 달러에 달할 만큼 자금 유동성도 막혀있다. 


 


현 구조대로라면 보스턴은 몇 년 후엔 현재 디트로이트가 그렇듯 오랜 암흑기를 맞이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 걱정해도 늦지 않다. 보스턴의 우승으로 월드시리즈가 끝난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지금은 걱정보단 축하를 나눠야 할 때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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