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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심판위원장 승부조작 지시” 내부고발, 검찰 “물증 없다” 무혐의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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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6 (금) 13:01

                           
-경기도 야구소프트볼협회 심판위원장 A 씨, 승부조작 지시 및 여행 상품권 강매 의혹
-심판 B 씨의 고소·고발, 서초경찰서 수사 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불기소 처분
-B 씨 “승부조작 지시·심판 배정 불이익·여행 상품권 강매는 모두 사실, 수사 결과 이해 안 돼.”
-A 씨 “법적인 결론 이미 끝나, B 씨 주장 모두 사실무근”
-승부 조작 의혹에 미온한 협회들의 반응 “수사 결론 났으니 문제없다.”
 
[단독] “심판위원장 승부조작 지시” 내부고발, 검찰 “물증 없다” 무혐의

 
[엠스플뉴스]
 
경기도 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발생한 '승부 조작 지시 의혹 사건'이 부실 수사로 끝났단 주장이 제기됐다. 
 
승부조작 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은 경기도 야구소프트볼협회 심판위원장 A 씨다. 2017년 9월 협회 소속 심판위원이던 B 씨와 C 씨는 '심판위원장이 승부 조작을 강요했다'며 A 씨를 경찰에 고소·고발했다.
 
B 씨는 앞서 같은 해 5월 10일, 협회에 A 씨의 승부 조작 지시 및 여행 상품권 강매와 관련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A 씨가 심판위원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심판위원들에게 승부 조작을 지시하고 이에 불응하면 심판 배정을 줄이는 등 불이익을 줬다'는 게 진정의 이유였다. B 씨는 진정서에서 'A 씨가 특정 여행사 상품권을 심판위원들에게 강매했다'는 의혹도 폭로했다.
 
협회는 진정서를 받은 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내부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B, C 씨가 경찰에 A 씨를 고소·고발하면서 스포츠공정위원회 조사는 잠시 중단됐다. B 씨는 "승부조작과 관련해 사법기관이 엄정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확신했다"며 "그러나 검찰은 기대와 달리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A 씨를 무혐의 불기소 처분했다"고 알렸다.
 
검찰, 승부조작 지시 무혐의 처분. 공익 제보자 심판들 “이해할 수 없는 결과”
 
[단독] “심판위원장 승부조작 지시” 내부고발, 검찰 “물증 없다” 무혐의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해당 사건 불기소 결정서엔 A 씨와 관련한 각종 의혹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먼저 승부조작 관련 의혹이다. 2016년 5월 열린 D 중학교와 E 중학교의 야구대회 준결승에서 해당 경기 구심을 맡은 B 씨는 A 심판위원장으로부터 'D 중학교를 밀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10월 열린 F 중학교와 G 중학교의 경기에서 구심을 맡았던 C 씨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A 심판위원장이 내게 '감독도 나오지 않은 G 중학교가 이기면 되겠느냐'고 말하고 F 중학교 감독과의 친분을 언급하면서 승부 조작을 지시했다는 진술이었다.
 
[단독] “심판위원장 승부조작 지시” 내부고발, 검찰 “물증 없다” 무혐의

 
A 씨의 승부 조작 의혹에 대해 검찰은 'B, C 씨의 진술 이외 물증이 없고, A 씨가 그런 말을 했다고 인정하더라도 B, C 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큼 위력이라고 보긴 어렵고, A 씨의 말이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뚜렷한 자료가 없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B 씨는 “A 씨가 경기 전이나 경기 도중 승부 조작을 지시했다. 물증이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동료 심판 C 씨도 나처럼 승부조작 지시에 대해 증언했다"며 "A 씨는 승부조작 지시에 따르지 않는 심판위원들에겐 심판 배정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생계에 위협을 충분히 느낄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검찰의 이상한 논리 "규정은 위반했지만 아무도 잘못은 없다?"
 
[단독] “심판위원장 승부조작 지시” 내부고발, 검찰 “물증 없다” 무혐의

 
B 씨는 A 씨의 승부조작 지시의 근거로 2017년 전반기 경기도 고교야구 주말리그에서 석연치 않았던 구심 배정을 꼽았다. 
 
B 씨는 “당시 두 명의 심판이 특정 고등학교가 치른 주말 리그 6경기 가운데 무려 5경기에서 구심으로 배정받았다. 한 번은 주말 동안 이틀 연속 특정 심판위원이 특정 학교 경기의 구심을 봤다. 상대 학교에서 격하게 항의가 들어왔다. 명백히 불공정한 심판 배정이었고, A 씨의 입김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기 기록을 분석한 결과 2017년 3월 25, 26일 특정 학교의 경기도 주말리그 경기에서 연이틀 한 심판이 구심을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두 경기 모두 특정 학교가 승리했다.
 
검찰은 이런 심판 배정 의혹과 관련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심판위원회 규정 제27조 3항 심판 배정 시 같은 선수(팀) 경기를 연속으로 배정해서는 안 된다 조항을 위반한 것에 대해 인정했다.
 
[단독] “심판위원장 승부조작 지시” 내부고발, 검찰 “물증 없다” 무혐의

 
하지만, 검찰은 '규정 위반 사실만으로 협회나 경기 당사자를 착오에 빠뜨려 주말리그 운영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경기도 야구소프트볼협회가 심판 배정으로 경기 방해를 받은 적이 없고 A 씨를 고발할 의사가 없다고 진술한 점, 그리고 심판 배정이 실제로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걸 보여줄 뚜렷한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이 역시 증거 불충분 무혐의를 내렸다.
 
명백한 심판 배정 규정 위반에도 검찰이 내린 결론은 면죄부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해당 심판 배정이 문제가 없었다고 진술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경기도 야구소프트볼협회의 안일한 인식은 더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여행 상품권 강매 의혹, “심판 배정을 놓고 가입을 강요했다.”
 
[단독] “심판위원장 승부조작 지시” 내부고발, 검찰 “물증 없다” 무혐의

 
여행 상품권 강매 의혹도 있었다. 심판위원장 A 씨가 2017년 3월 15일 협회 심판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월마다 10만 원씩 입금하는 특정 여행사의 상품권에 가입하라"며 내가 너희들에게 연습경기 한 번이라도 더 넣어주면 되잖아. 가입하지 않는 사람은 심판 배정 없다 압박했다는 주장이다.
 
[단독] “심판위원장 승부조작 지시” 내부고발, 검찰 “물증 없다” 무혐의

 
검찰은 여행 상품권 강매 의혹과 관련해 'A 씨가 그런 말을 했다고 인정하더라도 이를 객관적으로 고소인들에게 현실적인 공포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다른 심판위원들은 강요라고 느끼지 않았단 진술을 한 점, 당시 8명만 여행 상품에 가입하고 추후 일부가 해약한 점을 고려하면 강매라고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B 씨는 “심판 배정권을 가진 심판 위원장이 여행 상품을 소개하면서 가입하라고 하면 누구나 강매라고 느낄 거다. 여행 상품도 ‘성지 순례’ 같은 생뚱맞은 프로그램이었다. 나중에 문제가 될 거 같으니까 일부 심판위원을 제외하곤 해약해도 된다는 식의 얘기한 거다. 최근 협회를 나온 한 심판위원도 곧바로 여행 상품을 해지하고 50% 정도 환급을 받았다. 심판위원들이 자의적으로 여행 상품에 가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KBSA “수사 결론이 나온 사안. 따로 조사할 계획 없다.”
 
[단독] “심판위원장 승부조작 지시” 내부고발, 검찰 “물증 없다” 무혐의

 
의혹의 중심에 선 당사자 A 씨는 B 씨의 주장에 대해 “모든 게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A 씨는 엠스플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미 경찰 조사를 다 받고,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도 나왔지 않나. 법으로 다 판결이 난 건데 왜 또 한참 지난 얘길 다시 꺼내는지 모르겠다. 내가 변명할 것도 없고 설명해도 이해를 못 할 거다. 오히려 내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해야 할 상황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기도 야구소프트볼협회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전혀 문제가 없단 반응이다. 경기도 야구소프트볼협회 이태희 사무총장은 “B 씨가 내세운 증거가 다 구두 진술밖에 없었다. 관련 논란은 모두 다 경찰에서 철저하게 수사했다. 그 결과 증거 불충분으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나왔지 않나. 수사 결과가 나온 만큼 연말 안으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다시 개최해 이 문제를 매듭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위 기관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지난해 이 논란을 인지했지만, 별다른 조치나 대응 없이 넘어갔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김용균 사무처장은 “우리 협회가 판단한 결과 해당 사건을 따로 다룰 이유가 없었다. 우리 쪽에서도 사건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았고, 수사 결론이 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진정서 제출과 관련해 ‘심판으로서의 품위와 위상을 손상했다’는 이유로 협회에서 제적된 B 씨는 무엇보다 눈에 밟히는 건 야구장에서 꿈을 위해 뛰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욕심에 상처받지 않고 공정한 환경에서 뛰어야 한다. A 씨의 승부 조작 지시 의혹 사건의 진실이 끝까지 밝혀지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한 현직 심판은 검찰이 자주 하는 말이 뭔가? 확실한 물증이 없어도 피해자 진술이 신빙성이 있고, 일관적이면 혐의가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 아닌가? 어째서 유독 야구 관련 사건에 대해선 일관적이고도 신빙성 있는 진술이 인정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물증만 없으면 뭘 해도 된다는 안이한 의식이 스포츠계 전체에 퍼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익제보자의 용기 있는 내부고발이 '심판으로서의 품위와 위상을 손상한 것'으로 둔갑되는 대한민국 야구계에 과연 희망은 있을까.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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