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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이슈] '29·20·51' 모자 위 등번호 늘어도… 여전히 넥센은 강하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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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4 (수) 16:44

                           
| 등번호 29번 이택근, 20번 최원태, 51번 이정후가 빠진 넥센 히어로즈. 남은 포스트시즌을 어떻게 치를까 싶지만, 넥센의 DNA는 위기에서 더 강해진다.
 
[엠스플 이슈] '29·20·51' 모자 위 등번호 늘어도… 여전히 넥센은 강하다

 
[엠스플뉴스]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그리고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넥센 히어로즈 선수단 모자에는 두 개의 숫자가 눈에 띄었다. 29와 20. 각각 팀내 최고참 타자 이택근과 국내 에이스 최원태의 등번호다. 이택근은 갈비뼈 부상으로, 최원태는 팔꿈치 통증으로 이번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부터는 숫자 하나가 더 늘었다. 51번. 어깨 관절와순 손상으로 이탈한 외야수 이정호의 등번호가 추가됐다. 매 경기가 결승전인 포스트시즌에서 베테랑 간판타자, 에이스 투수가 빠진 데 이어 팀내 리딩히터이자 톱타자까지 빠진 채 경기를 치르게 된 넥센이다.
 
하지만 넥센은 여전히 강했다. 최고참과 에이스 없이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제압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리그 3위 한화 이글스 상대로 원정에서 2연승을 거뒀다. 이정후까지 빠진 3차전에서 첫 패를 당했지만, 4차전에서 승리해 3승 1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정후 대신 나온 김규민은 결정적인 순간에 안타를 때렸다. 서건창 대신 2루수로 나선 송성문도 안정적 수비와 한 방으로 승리에 기여했다. 에이스 최원태 대신 신인 안우진이 2경기 9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고, 베테랑 이택근 대신 김상수와 이보근, 서건창 등 고참급 선수들이 선수단을 잘 이끌었다. 
 
돌아보면 넥센은 이번 시즌 내내 주력 선수가 빠진 가운데 경기를 치렀다. 개막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박병호가 이탈했고, 서건창은 아예 엔트리에서 빠진 날이 경기에 뛴 날보다 많았다. 마무리 투수와 주전 포수는 모자에 등번호를 적을 수 없는 문제로 팀을 떠났다. 
 
외국인 선수 덕도 보지 못했다. 에이스로 생각하고 데려온 에스밀 로저스는 불의의 부상으로 한국을 떠났다. 지난 시즌 46경기 17홈런을 쳤던 마이클 초이스는 올 시즌 96경기에서 17홈런을 친 뒤 퇴출 당했다. 대체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도 NC 다이노스 시절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여기에 이장석 전 대표이사와 메인 스폰서 외풍이 시즌 내내 구단을 흔들었다. ‘뒷돈 트레이드 파문’과 구단주 재판 소식이 팀의 승리 소식보다 먼저 보도될 때도 많았다. 
 
그래도 넥센은 버티고 또 버텼다. 주전 타자들이 빠진 자리에 김혜성, 송성문, 김규민 등 새 얼굴을 찾아냈다. 앙 현, 김동준, 윤영삼 등 이름없는 투수들이 필요할 때 제 몫을 했다. 온갖 외풍과 악재 속에서도 넥센은 상위권 자리를 지켰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따지고 보면 올해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2015시즌 끝난 뒤 한 차례 경험한 적이 있다. 박병호 미국진출, 유한준 KT행, 손승락 롯데행, 조상우·한현희의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까지 2, 3년치 악재가 한꺼번에 닥쳤다. WAR(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 합계로 20승이 일거에 빠져나가는 전력 손실이 찾아왔다.
 
모두가 넥센의 하위권 추락을 예상했지만, 넥센은 보란듯이 상위권을 지켰다. ‘신인왕’ 신재영을 비롯해 새로운 선수들이 기존 주전의 빈 자리를 채우면서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뤘다. 
 
차·포·마·상을 떼고 야구하는 건 이미 넥센에겐 익숙한 일이다. 위기가 닥치면 포기하는 대신 더 똘똘 뭉치고 단단해지는 본능이 넥센의 DNA에 새겨져 있다.
 
넥센 송지만 코치는 “선수들이 정말로 큰 경기를 즐기는 게 보인다”고 했다. 가을야구에 대한 중압감 대신 ‘보너스 게임’이란 생각으로, 즐기면서 경기를 치르고 있단 얘기다. 
 
선수들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않는 장정석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역할도 크다. 장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며 연전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감독으로 치르는 첫 포스트시즌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만큼 침착하고 정확한 판단이 돋보인다. 올 가을, 넥센이 전력 손실에도 이길 수 있는 이유다.
 
넥센은 27일부터 열리는 플레이오프에서도 등번호 셋을 모자에 달고 뛴다. 숫자 셋이 둘이나 하나로 줄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숫자가 더 늘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2위 SK 와이번스도, 1위 두산 베어스도 결코 넥센을 만만하게 볼 수 없다. 올 시즌 내내 그랬듯이, 2016시즌에 그랬던 것처럼, 나머지 선수들이 똘똘 뭉쳐 숫자 셋의 빈 자리를 채울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모자 위 등번호는 늘어나도, 여전히 넥센은 강팀이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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