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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이슈] 가을야구 법칙: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 것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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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2 (월) 11:00

                           
-정규시즌 투수 혹사 자제하고 장기적 관점의 운영 펼친 넥센, 한화
-포스트시즌 들어 확 달라진 넥센, 과감하게 필승 카드 위주 운영
-2경기 연속 점수차 뒤진 상황에 등판한 한화 필승 카드
-포스트시즌, 뒤를 안 돌아보는 팀이 이긴다
 
[엠스플 이슈] 가을야구 법칙: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 것

 
[엠스플뉴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은 다르다.
 
144경기를 치르는 정규시즌은 한 번 삐끗해도 얼마든 만회할 기회가 주어진다. 한 경기만 하고 말 게 아니기에, 장기적인 관점의 경기 운영이 허용된다. 당장 그 순간엔 최선이 아니라도 선수를 키우거나 메시지를 주기 위한 선택이 얼마든 가능하다. 시즌 중반, 후반까지 내다보고 판단을 내릴 때도 있다. 심지어, 팬서비스를 위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단기전은 다르다. 단기전은 오늘 지면 내일이 없는 경기다. 멀리 보고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그날 그 경기에 온전히 총력을 다해야 (간신히) 이긴다. 한 번의 판단 미스는 영구적 패배로 이어지고, 짐짓 여유를 부리는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실패가 찾아온다. 먼저 뒤를 돌아보는 쪽이 진다. 지금까지 단기전 역사가 늘 그래왔다.
 
필승조 안 아낀 넥센, 필승조 대신 No.4 택한 한화
 
[엠스플 이슈] 가을야구 법칙: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 것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는 정규시즌 ‘길게 보는’ 운영을 한 팀이다. 투수 투구수와 등판 간격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충분한 휴식을 주면서 운영해 리그 상위권에 오르는 성공을 거뒀다. 
 
두 팀에서 3연투와 혹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리그 불펜 이닝 순위에서 넥센 선수 이름은 17위(이보근)가 돼서야 처음 등장한다. 한화 마무리 정우람은 철저하게 ‘1이닝 세이브’ 상황에서 등장했다. 
 
이런 두 팀이 단기전에서 만났다. 단기전이 되자 넥센은 달라졌다. ‘우짜노, 여까지 왔는데’ 모드로 전환했다. 19일 열린 1차전, 6회말 2대 0에서 2대 1이 되자 곧장 필승카드 이보근을 투입했다. 8회에도 1아웃에 주자 두 명이 되자 바로 마무리 김상수를 투입해 끝까지 던지게 했다.
 
1차전에서 1.2이닝씩 던진 이보근과 김상수는 20일 2차전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경기 전 넥센 장정석 감독은 “김상수는 흐름이 여의치 않으면 1이닝보다 더 갈 수도 있다”며 “이런 경기를 대비해서 1년간 관리해준 것이다. 괜히 시즌 때 관리한 게 아니다”란 말까지 남겼다. 단기전에서 뒤를 돌아보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어차피 불펜이 두텁지 못한 넥센 형편상 믿고 쓸 선수는 정해져 있다.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투수 14명을 등록했지만 확실한 카드는 이보근, 김상수 둘 뿐이다.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가장 믿음직한 투수들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한 넥센이다.
 
한화는 달랐다. 한 점차로 따라붙은 1차전 7회초 수비. 한화는 선발 데이비드 헤일을 내리고 좌타자 임병욱 상대로 좌완 권 혁을 투입했다. 정규시즌 때는 잘 안 쓰던 좌타자 상대 원포인트 카드. 비록 권 혁이 안타를 맞고 내려가긴 했지만, 임병욱이 정규시즌 좌투수에 약했다는 점에서 이해되는 선택이다.
 
무사 1루. 여기서 한화의 선택은 우완 박상원이었다. 지난 시즌 1군에 데뷔한 박상원은 사실상 신인이나 다름없는 투수다. 평균자책은 2.10으로 좋았지만 클러치 상황에 주로 등판했던 투수는 아니다. 등판시 평균 레버리지 인덱스(Leverage Index, 상황 중요도 지표)는 0.94로 한화 불펜투수 가운데 7위에 불과했다. 한화 불펜에는 정우람, 이태양, 송은범이라는 더 강력한 카드가 있었다.
 
박상원은 1아웃을 잡은 뒤 대타로 나온 좌타자 송성문에게 적시타를 맞고 쐐기점을 내줬다(3대 1). 한화는 경기 막판 추격전을 펼쳤지만 끝내 한 점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졌다. 송은범과 이태양은 점수차가 뒤진 상황에 뒤늦게 등판했다.
 
20일 2차전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4대 3 재역전에 성공한 뒤 5회초 수비. 1아웃을 잡은 선발 키버스 샘슨이 볼넷을 허용하자 한화는 김하성 타석에 안영명을 선택했다. 안영명은 시즌 평균자책 5.75로 추격조가 주요 역할이다. ‘레버리지’가 1.69에 달하는 상황의 중요도를 생각하면 더 강한 카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안영명은 초구 스트라이크 뒤 4구 연속 볼을 던지며 1사 1, 2루를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타석엔 직전 타석에 역전 3점포를 때린 임병욱. 여기서 한화 벤치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전날 실패하긴 했지만 좌완 원포인트를 기용하는 방법도 있었고, 불펜에서 가장 강력한 투수를 내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한화의 선택은 박상원이었다. 
 
박상원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210으로 뛰어나고, 최근 컨디션이 좋다는 점을 고려한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아직 5회인 만큼 경기 후반까지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레버리지 2.83으로 이날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상황에 불펜의 ‘넘버 4’를 내세운 건 아쉬움이 남는 선택이다.
 
직전 타석에서 샘슨의 광속구를 담장 너머로 날렸던 임병욱은, 이번에는 박상원의 가운데 높은 패스트볼을 우중간으로 날려 재역전 3점포를 때렸다. 이 홈런은 추가한 승리확률을 나타내는 WPA 지표상 0.323으로 이날 경기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박상원 강판 이후 한화는 벌떼 마운드를 가동했다. 김범수, 송은범, 이태양, 임준섭, 김성훈이 줄줄이 등판했다. 리그 최고 불펜인 송은범과 이태양은 이틀 연속 점수차가 뒤진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다. 리그 최고 마무리 정우람은 9회 2아웃에 나와서 한 타자만 처리했다.
 
물러설 곳 없는 한화, 3차전에선 달라질까
 
[엠스플 이슈] 가을야구 법칙: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 것

 
한용덕 한화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5차전’ 승부를 예상했다. 3선발 이후가 약한 마운드 사정상 치고 받으면서 5차전까지 가는 시리즈를 예상했다. 그래서인지 너무 뒤를 돌아본 게 결과적으로 2패를 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불펜 넘버 4 박상원, 넘버 5 안영명 기용이 정규시즌에선 이상적인 선택이었겠지만, 단기전에선 승기를 넥센 쪽에 넘겨주는 악수가 됐다. 너무 원칙에 얽매인 나머지 리그 최강 철벽 불펜을 제대로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2패를 먼저 당했다.
 
반면 정규시즌 내내 신중했던 넥센 벤치는 포스트시즌 들어 과감해졌다. 시즌 때면 신인급 투수, 다소 못미더운 투수를 내보냈을 상황에서도 뒤를 안 돌아보고 필승카드를 투입했고 두 경기를 다 잡았다. 불펜투수 둘만 갖고 어떻게 남은 포스트시즌을 치를까 싶었지만, 총력적인 펼치는 과정에 안우진이란 위력적 카드 하나를 추가하는 의외의 소득도 챙겼다. 이제 3차전에 총력을 쏟아부어 이기면, 4일간 휴식을 취하고 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다.
 
자꾸 뒤를 돌아본 한화는 이제 물러설 곳이 없는 처지가 됐다. 반면 뒤도 안 보고 총력전을 펼친 넥센은 여유가 생겼다. 당장은 넥센이 절대적으로 유리해 보이지만, 또 모르는 일이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한화는 이제부터 뒤도 안 보고 총력전으로 나올 것이다. 그야말로 '우짜노, 여까지 왔는데' 모드의 시작이다.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지만, 절박함 속에서 의외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반면 2승을 먼저 챙긴 넥센도 여유를 부리긴 이르다. 자칫 뒤를 살피면서 틈을 보이면, 그 작은 빈틈이 나중엔 걷잡을수 없이 큰 구멍이 될 수 있다. 준플레이오프를 일찌감치 끝내려면, 마지막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리는 게 최선이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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