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배지헌의 브러시백] 한화·현대 레전드 송지만의 ‘응답하라 1999·2004’

일병 news1

조회 479

추천 0

2018.10.20 (토) 09:22

                           
-한화의 1999년 우승, 현대의 2004년 우승 멤버 송지만 넥센 코치
-1999년 한화는 지금의 넥센과 닮아… 훈련량 줄이고 MLB식 야구
-2004년 현대는 초호화 멤버, 김재박 감독 시스템 야구 위력
-친정 한화 만난 포스트시즌, 두 팀 다 ‘재미있는 야구’ 했으면
 
[배지헌의 브러시백] 한화·현대 레전드 송지만의 ‘응답하라 1999·2004’

 
[엠스플뉴스=대전]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가 만난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넥센 송지만 코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송 코치는 한화의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었다. 1996년 한화에서 프로 데뷔해 1999년 중심타자로 활약하며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2004년엔 현대 유니콘스로 이적해 현대 왕조의 마지막 ‘영광의 순간’을 함께 했다. 한화의 마지막 우승도, 현대의 마지막 우승도, 그 자리엔 송지만이 있었다. 
 
이후 현대 왕조는 침몰했고, 해체됐고, 힘겨운 과정을 거쳐 지금의 히어로즈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이제 송지만은 넥센의 코치가 돼서 친정 한화를 상대로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중이다. 
 
두 프랜차이즈의 마지막 우승 주역, 송 코치는 1999년 한화 우승과 2004년 현대 우승을 어떤 스토리로 기억하고 있을까.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10월 19일, 3루측 넥센 더그아웃에서 만난 송 코치는 반대편 한화 더그아웃을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참, 옛날 생각 많이 나네요.”
 
“1999년 한화 야구? 지금 넥센과 닮았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한화·현대 레전드 송지만의 ‘응답하라 1999·2004’

 
먼저 1999년 한화 이글스다. 송 코치는 1999년 한화가 “지금의 넥센 분위기와 거의 비슷했다”고 떠올렸다.
 
그해 스프링캠프를 미국 애리조나에서 시작했어요. 당시로선 한화가 다른 구단보다 앞서간 편이었어요. 메이저리그 같은 시스템으로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많았던 훈련량을 확 줄였고, 야간훈련도 없앴습니다. 이희수 감독님도 그렇고 코치님들도 생각이 깨어 있는 분들이셨어요. 송 코치의 말이다. 
 
팀 캐미스트리도 좋았다. 송 코치는 “당시 한화는 자율적인 팀 분위기였다”며 “나를 비롯해 이영우, 임수민, 백재호 등 젊은 선수들과 장종훈, 강석천 등 고참들과 조화가 잘 이뤄졌다. 외국인 선수 제이 데이비스와 댄 로마이어도 팀원들과 좋은 조합을 이뤘다”고 했다. 
 
“이희수 감독님도 선수들을 굉장히 편안하게 해주셨습니다. 어제 방송에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박항서 감독이 나온 걸 봤는데, 그걸 보면서 ‘아, 이희수 감독님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선수들이 가진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었죠.” 송 코치의 말이다.
 
그해 한화에선 30홈런-30도루를 달성한 데이비스와 45홈런 109타점을 기록한 로마이어 외국인 타자 듀오가 리그 투수들에게 공포를 안겼다. 마운드에선 18승을 올린 정민철(MBC 스포츠 해설위원)과 26세이브를 거둔 구대성, 15승을 올린 송지만 현 한화 코치의 활약이 돋보였다. 송 코치도 22홈런 74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여기에 당시 KBO 양대리그제도 한화 우승에 한 몫을 했다. “당시 한화가 매직리그에선 2위였지만, 리그 전체로 따지면 승률 4위였어요. 하지만 양대리그였기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 현대를 이기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우승까지 할 수 있었죠.” 송 코치의 기억이다.
 
다음은 2004년 현대 유니콘스 차례. 송 코치는 “현대는 워낙 선수들이 좋았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치가 워낙 뛰어났습니다. 거기다 김재박 감독님 특유의 시스템 야구를 선수들이 잘 이해했고, 실전에서 접목을 잘 시켰기 때문에 강팀일 수 있었어요. 송 코치의 말이다.
 
송 코치의 말대로 그해 현대는 33홈런 105타점을 올린 클리프 브룸바, 22홈런을 나란히 때려낸 심정수와 송지만, 16승 투수 마이클 피어리, 데뷔 첫해 10승을 거두며 신인왕을 차지한 오주원, 34세이브를 올린 마무리 투수 조용준 등 환상적인 멤버 구성을 자랑했다.
 
또 송 코치는 “현대라는 그룹의 후광 효과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당시엔 조금씩 기울어 가는 중이었지만, 그래도 전성기의 전력이 여전히 남아 있는 팀이었습니다.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도 성공적이었구요.” 송 코치가 기억하는 현대 왕조의 마지막 모습이다. 
 
“넥센의 가을야구, '보너스 게임'이란 생각으로 기분좋게 하는 중"
 
[배지헌의 브러시백] 한화·현대 레전드 송지만의 ‘응답하라 1999·2004’

 
이제 송지만 코치는 자신이 은퇴한 팀 넥센의 유니폼을 입고, 자신이 데뷔한 팀 한화를 상대로 포스트시즌을 치른다. 송 코치는 “정말 흥미로운 경기가 될 것 같다”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올해 한화 프랜차이즈들이 다시 돌아와 팀을 재건했잖아요. 다들 팀메이트였던 선배들이고, 친정팀이니까 개인적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물론 우리 넥센 역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올라와 가을야구를 하고 있어요. 양 팀 다 박수받으면서 재미있는 경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송 코치의 말이다.
 
송 코치는 “주위 사람들이 지난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재밌게 봤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이번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도 KBO리그 역사에 기억될 만할 재미있는 시리즈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우리 팀은 정말 ‘보너스 게임’이란 생각으로 포스트시즌에 임하고 있어요.” 송 코치가 말했다. “우리 선수들은 정말 즐긴다는 마음으로, 기분좋게 시리즈를 치르고 있습니다. 오늘 지더라도 내일 이기면 된다는 마음가짐이에요. 그러다 보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는 거잖아요.” 송 코치가 전하는 넥센 선수단의 분위기다.
 
친정 한화에 대해선 “한화 역시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올라왔으니까, 팬들의 기대와 에너지가 엄청날 것”으로 내다본 송 코치다. 실제 이날 대전야구장은 12,400명의 만원 관중이 외치는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송 코치는 “그 기를 받아서 한화 선수들도 더 열심히 하지 않겠어요?”라고 되물었다.
 
끝으로 송 코치에게 '어느 팀이 이기길 바라느냐'는 우문을 던졌다. 송 코치는 빙긋 웃으며 "물론 당연히 우리 넥센이 이길 것"이라고 답한 뒤 이렇게 덧붙였다. "한편으론 ‘재미있는 경기'를 해서 이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말 재밌는 경기가 될 거에요. 기대가 됩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 <엠스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이전 10 페이지다음 10 페이지

이전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