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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릭 포셀로는 어떻게 빅게임 피처가 됐나?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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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0 (수) 21:22

                           
[이현우의 MLB+] 릭 포셀로는 어떻게 빅게임 피처가 됐나?

 
[엠스플뉴스]
 
릭 포셀로(29·보스턴 레드삭스)는 큰 경기에 약한 투수였다.
 
지난해까지의 포스트시즌 등판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포셀로는 2017시즌까지 포스트시즌 11경기에 등판해 0승 3패 24.2이닝 평균자책점 5.47에 그쳤다. 물론 이는 보스턴으로 이적해 투구에 눈을 뜨기 전이었던 시절을 포함한 수치다. 그러나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을 받았던 2016년부터로 한정해도 포셀로의 PS 성적은 3경기에서 8.1이닝 평균자책점 7.56에 불과하다.
 
필자가 보스턴의 AL 디비전시리즈(DS) 4차전 승리 가능성이 적다고 본 이유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보스턴은 라이벌 뉴욕 양키스와의 ALDS 4차전에서 승리했고, 해당 경기에서 포셀로는 5.0이닝을 4피안타 1실점(1자책)으로 틀어막으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날 경기에서 포셀로의 투구를 지켜보면서 필자는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날 포셀로는 투심 패스트볼(12개)보다 포심 패스트볼(25개)을 두 배 넘게 많이 던졌다. 이는 투심 패스트볼을 기반으로 '맞혀 잡는 투구'를 펼치는 포셀로에겐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리고 이런 투구패턴의 변화야말로 포셀로가 이날 경기에서 호투를 펼칠 수 있었던 배경일 확률이 높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투심과 낮은 코스에 의존했던 포셀로
 
[이현우의 MLB+] 릭 포셀로는 어떻게 빅게임 피처가 됐나?

 
커리어 초창기 포셀로는 같은 손 타자의 반대 방향으로 휘면서 떨어지는 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이용해 땅볼을 유도하는 한 가지 패턴으로 승부하는 투수였다. 이는 팀 내 사정으로 인해 다른 구종을 충분히 수련할 시간이 없이 드래프트 이듬해에 급하게 데뷔한 영향이 컸다. 그럼에도 포셀로는 데뷔 시즌 14승 9패 평균자책점 3.96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곧 한계가 찾아왔다. 결정적인 순간에 헛스윙을 유도할만한 결정구가 없는 탓에 포셀로는 데뷔 시즌 이후 네 시즌 연속으로 4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물론 그도 꾸준하다면야 꾸준한 성적일 수 있으나, 포셀로가 받던 기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포셀로가 고심 끝에 변화를 준 건 2014시즌에 이르러서였다.
 
포셀로는 그간 압도적으로 높았던 투심 구사 비율을 줄이고, 포심 비율을 높이는 모험을 걸었다. 변신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종전까지 50% 이상이었던 땅볼 비율은 49%로 감소했으나, 15승 13패 204.2이닝 평균자책점 3.43으로 커리어 하이를 맞이한 것이다. 한편, 이런 변화를 기반으로 2016시즌에는 22승 4패 223.0이닝 평균자책점 3.15로 AL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관련 기사: [이현우의 MLB+] 릭 포셀로는 어떻게 다승 1위가 될 수 있었나(2016년)
 
하지만 포셀로는 성공적인 정규시즌 결과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에만 들어서면 약한 모습을 보였고, 이내 2017~2018시즌에는 다시 4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투수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포셀로의 2016-2017시즌 구종별 성적
 
[포심] 445타수 157탈삼진 10피홈런 피안타율 .243
[투심] 595타수 90탈삼진 27피홈런 피안타율 .304
[체인지업] 201타수 35탈삼진 11피홈런 피안타율 .234
[슬라이더] 274타수 66탈삼진 10피홈런 피안타율 .213
 
원인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지난 몇 년간 포심 패스트볼 비율을 높이고, 슬라이더와 커브의 구사율을 늘리면서 다양성을 늘렸지만, 결국 중요한 순간에 포셀로가 던지는 공은 낮은 투심 패스트볼 또는 낮은 슬라이더었다. 한편, 어쩌다 다른 구종을 던지더라도 중요한 순간이면 포셀로의 투구 위치는 여지없이 낮은 코스였다.
 
이 사실을 다른 팀이라고 모를리가 없었다. 한편, <스탯캐스트> 시대에 접어든 이후 어퍼스윙이 유행하면서 낮은 투심 패스트볼이 그전보다 효과적이지 못한 구종이 된 것도 포셀로의 성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ALDS 4차전에서 포셀로의 투구 패턴은 달랐다. 먼저 포셀로가 던진 포심 패스트볼의 투구 위치를 살펴보자.

높낮이를 이용한 투구, 그리고 한 투수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조건
 
[이현우의 MLB+] 릭 포셀로는 어떻게 빅게임 피처가 됐나?

 
이날 포셀로는 낮은 코스로 슬라이더, 커브볼, 체인지업을 떨어뜨렸다. 이는 타자의 시선을 낮은 코스에 묶어두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 다음에는 포심 패스트볼을 높은 코스에 집중시켰다. 한마디로 말해 높낮이를 이용한 투구를 펼친 것이다. 한편, 지난 9일 <팬그래프닷컴>과 한 인터뷰를 살펴보면 이러한 포셀로의 투구 패턴이 의도된 행동이었음을 알 수 있다.
 
포셀로는 <팬그래프닷컴> 데이빗 로리라와의 인터뷰에서 팀 동료인 라이언 브레이저를 예로 들며 "야구가 진화하면서 포심 패스트볼을 높게 던지는 레퍼토리가 통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 공은 92-93마일 정도이기 때문에 브레이킹볼과 높낮이 차이를 줘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내 포심 패스트볼이 먹히는 건 커브, 체인지업, 투심을 낮게 던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즉, 이날 포셀로가 포심을 자주 높은 코스에 던진 행위는 철저히 의도된 투구 전략이었으며, 이런 투구 전략의 변화가 양키스 타자들을 혼란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투구 전략을 세우는 것은 투수뿐만 아니라, 전력분석과 포수가 함께 이룩한 성과다. 하지만 좋은 투구 전략도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투수의 제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무용지물에 지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말해, 이날 포셀로의 호투는 좋은 투구 전략과 그것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제구력이 만난 결과였다는 얘기다. 만 20세 어린 나이에 데뷔해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었던 포셀로의 첫 PS 호투는, 한 투수가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 위해 필요한 것이 단순히 구위나 던질 수 있는 구종의 개수에 있지 않다는 점을 증명하는 좋은 사례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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