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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구의 타임머신] 악몽 같았던 원주 TG삼보의 브루나이 대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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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5 (금) 07:44

                           

[민준구의 타임머신] 악몽 같았던 원주 TG삼보의 브루나이 대회



[점프볼=민준구 기자] 최근 KBL 팀들의 국제 대회 참가가 늘어나고 있다. 정규시즌을 앞두고 있는 팀들에 있어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는데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서울 SK는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 챔피언스컵에 참가했다. 최종 3위로 정상에 서진 못했지만, 주축 선수들의 조직력을 다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전주 KCC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세리 무티아라컵에 출전했다. 이미 7월과 9월에는 울산 현대모비스와 서울 삼성, 인천 전자랜드가 서머 슈퍼 8과 터리픽 12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 좋은 기억만 갖고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4년 9월, 원주 TG삼보는 KBL을 대표해 브루나이 술탄컵 6개국 초청 국제농구대회에 나섰다. 9월 19일부터 10월 1일까지 중국과 대만, 필리핀, 브루나이 등 아시아 각국이 참가한 대회로 TG삼보는 우승을 차지했다.

결과는 좋았지만, TG삼보 선수단은 주최 측의 대회 운영 미숙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정확한 훈련 장소를 배정해주지 않았고 훈련 시간 역시 경기 직전에 맞춰놓는 등 정상 컨디션으로 대회를 소화할 수 없었다.

당시 선수단과 동행했던 이흥섭 DB 사무차장은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가져왔지만, 대회 내내 힘들었던 기억밖에 없다. 브루나이 대회가 2004년 당시 제4회였는데도 국제 대회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운영 미숙은 물론 왕국이기 때문에 귀빈들이 오면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여러모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진 대회였다”고 이야기했다.

브루나이 대회는 주최 측의 지원이 아닌 특정 스폰서가 한 팀을 지원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TG삼보는 브루나이 호텔의 지원을 받아 대회 내내 ‘한국 레이더스’라는 팀명으로 뛰었다. 그들은 대회 후, TG삼보의 우승 상금을 절반 이상 가져가기도 했다.

[민준구의 타임머신] 악몽 같았던 원주 TG삼보의 브루나이 대회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당황스러운 일들은 계속 일어났다. 체육관에 빗물이 떨어지는 것은 기본. 브루나이 팀과의 개막전에선 전반 종료 후, 개회식이 열릴 뻔한 일도 있었다. 이흥섭 차장은 “브루나이 총리가 개막전 전반이 끝나고 온다더라. 당일 우리에게 전반 종료 후, 개회식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었고 결국 브루나이 팀이 기권패를 해 개회식이 열렸다”고 말했다.

최악의 사건은 필리핀 레드불과의 준결승에서 나왔다. 4쿼터 종료 1분여를 남긴 상황에서 김주성이 상대 선수의 팔꿈치에 가격당한 것이다. 당시 외국선수였던 처드니 그레이는 앞니가 부러지기도 했다. 결국 김주성과 그레이, 트레이너 등 많은 사람들이 다치며 결국 레드불의 참가 자격이 박탈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G삼보는 연일 대승을 거두며 브루나이 대회 정상에 섰다. 과정은 좋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을 거둔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신기성 현 신한은행 감독과 자밀 왓킨스는 각각 3점슛, 덩크 컨테스트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민준구의 타임머신] 악몽 같았던 원주 TG삼보의 브루나이 대회

브루나이 대회의 진짜 스타는 따로 있었다. 현재 KBL 심판으로 활약 중인 이상준 심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당시 전체 6순위로 TG삼보에 지명된 이상준 심판은 훤칠한 외모에 화끈한 3점슛을 자랑하며 현지 여성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인기가 너무 많았던 나머지 팬클럽까지 생겼을 정도.

이상준 심판은 “인기가 많았다고 듣긴 했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웃음). 신인 시절이고 젊었을 때라서 어린 여성분들이 좋아 해주셨던 것 같기도 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기는 한데 이야기해도 될지 모르겠다”라며 “우리 팀의 스폰서였던 호텔 오너의 손녀가 내게 많은 관심을 보였다. 나이가 비슷했고 어쩌다 보니 친구가 됐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연락을 이어갔다. 한 번은 한국에 온다고 해서 친구랑 같이 만난 적도 있다(웃음). “개인적인 관심은 없었지만, 내 팬인 만큼 잘 대해 주려 했다. 지금은 연락 안 하고 있다”고 추억했다.

[민준구의 타임머신] 악몽 같았던 원주 TG삼보의 브루나이 대회

이것이 액땜이 된 것일까. TG삼보는 브루나이 대회의 우승 기운을 이어가 2004-2005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신기성과 김주성, 왓킨스, 아비 스토리 등이 활약했고 KBL 10개팀 중 유일하게 70점대 실점률(77.0)을 기록하며 ‘철벽수비’를 자랑했다.

# 사진_KBL 제공



  2018-10-05   민준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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