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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잭 휠러는 어떻게 부활할 수 있었나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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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5 (수) 21:22

                           
[이현우의 MLB+] 잭 휠러는 어떻게 부활할 수 있었나

 
[엠스플뉴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자는 특별하다. 
 
특히 2000년대 중후반 상위권 지명자로 범위를 좁히면 더 그렇다. 샌프란시스코는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0번째로 우완 투수 팀 린스컴(NL 사이영상 2회)을,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0번째로 좌완 투수 매디슨 범가너(2014년 WS MVP)를,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포수 버스터 포지(2012년 NL MVP)를 지명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1년 터울로 지명한 세 선수는 이후 핵심 선수로 성장해 '짝수 해의 전설(2010, 2012, 2014년 WS 우승)'을 이끌었다. 그런 샌프란시스코가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6번째로 지명한 우완 투수가 있다.
 
바로 잭 휠러(28·뉴욕 메츠)다. 이 사실만으로도 샌프란시스코 팬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대단했을지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심지어 2011년 <베이스볼아메리카> 선정 전체 유망주 랭킹 55위에 선정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휠러는 순조로운 성장세를 보이며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고 있었다.
 
2011시즌 후반 타선 강화를 위해 외야수 카를로스 벨트란을 영입하는 대가로 뉴욕 메츠에 휠러를 내줬을 때,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아쉬움이 유독 크게 남았던 이유다.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메츠로 이적한 이후에도 휠러는 성장세를 거듭했다. 휠러는 2013시즌을 앞두고 전체 유망주 랭킹 1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그해 빅리그에 데뷔해 7승 5패 100.0이닝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한 휠러는, 이듬해인 2014시즌 11승 11패 185.1이닝 평균자책 3.54를 기록하며 팀의 주축 투수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자 2014시즌을 마치고 뉴욕 언론은 맷 하비가 토미 존 수술에서 돌아오고, 노아 신더가드가 데뷔하게 될 2015시즌 메츠의 선발진이 과거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판타스틱4'를 능가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 원대한 구상에는 두 시즌 연속으로 좋은 활약을 펼친 휠러도 있었다. 하지만 뉴욕에서 제2의 판타스틱4가 결성되는 일은 없었다.
 
하비(13승 8패 ERA 2.71)와 신더가드(9승 7패 ERA 3.24) 그리고 제이콥 디그롬(14승 8패 ERA 2.54)은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쳤으나,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 트레이닝 도중 팔꿈치 부상을 입은 휠러가 단 1이닝도 소화하지 못한 채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기 때문이다.
 
볼 배합의 변화 그리고 새로운 무기
 
[이현우의 MLB+] 잭 휠러는 어떻게 부활할 수 있었나

 
그 이후 오랫동안 휠러는 메이저리그 팬들에겐 잊힌 이름이었다. 휠러는 수술 후 1년 반이 지난 2016시즌 중반에 복귀를 시도했지만, 그 시도는 투구를 재개한 지 10일 만에 좌절됐다. 수술한 오른쪽 팔꿈치에서 염증이 재발한 휠러는 그대로 시즌 아웃이 돼 처음부터 다시 재활 과정을 밟느라, 2년 연속 정규 시즌에서 단 1구도 던지지 못했다.
 
그러던 2017년, 휠러는 토미 존 수술 후 2년 만에 마침내 마운드에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시즌을 통째로 쉰 그의 투구 감각은 정상이 아니었다. 7월 24일까지 3승 7패 86.1이닝 평균자책점 5.21에 그친 휠러는, 마이너리그로 보내진 후 그대로 시즌 아웃됐다. 한때 찬란했던 휠러의 미래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2018시즌을 앞두고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하면 다행'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휠러는, 5일까지 9승 7패 160.1이닝 159탈삼진 평균자책점 3.37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3.8승(NL 5위)을 기록 중이다. 심지어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등판한 8경기로 한정하면 휠러의 성적은 6승 1패 53.0이닝 평균자책점 1.19에 달한다.
 
그렇다면 수술 후 긴 공백기와 복귀 후 부진을 겪었던 휠러가 2018시즌 부활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잭 휠러의 볼배합 변화(2017/2018년)
 
[포심]  95.4마일(37.2%)/ 96.5마일(58.2%)
[투심]  94.9마일(24.5%)/ X (0.00%)
[슬라]  87.9마일(20.2%)/ 90.9마일(19.5%)
[커브]  78.8마일(13.5%)/ 79.2마일(10.3%)
[체인]  88.1마일(4.5%)/ 87.8마일(4.1%)
[스플]  X (0.00%)/ 89.7마일(7.8%)
 
이런 류의 질문을 할 때 질문자를 가장 맥빠지게 하는 대답은 '그냥 건강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것도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휠러는 거의 모든 구종에서 지난해 대비 평균 구속이 빨라졌다. 하지만 올 시즌 휠러는 부상 이전과 비교해서 단순히 구속만 빨라진 것이 아니라, 투구 매커니즘과 구종 배합에도 변화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지난해까지 가장 골칫거리였던 두 구종을 올해는 거의 던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휠러는 피안타율 .348 피장타율 .598에 달하는 투심 패스트볼을 거의 25%에 가까운 비율로 던졌다. 한편, 피안타율 .350 피장타율 .550에 달하는 체인지업 역시 5%에 가까운 비율로 던졌다.
 
선발 투수로서 구종 다양성을 위해 내린 선택이었겠지만, 이는 두 구종을 제외한 다른 세 구종의 피안타율(포심 .288 슬라이더 .225 커브 .214)을 생각했을 때,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투구였다. 그런데 2018시즌 들어 휠러는 투심 패스트볼을 하나도 던지지 않았다. 또한, 그간 골칫거리였던 체인지업을 대신해서 스플리터를 던지고 있다.
 
[이현우의 MLB+] 잭 휠러는 어떻게 부활할 수 있었나

 
특히 올 시즌 들어 새로 개발한 스플리터는 현재까지 피안타율 .238 피홈런 0개 헛스윙 비율 34.9%이라는 놀라운 효율을 보이고 있다.
 
릴리스포인트의 변화와 고속 슬라이더
 
[이현우의 MLB+] 잭 휠러는 어떻게 부활할 수 있었나

 
한편, 휠러의 릴리스포인트(공을 놓는 지점)에 생긴 변화도 주목해볼 만하다. 수술 복귀 후 첫해였던 지난해 휠러의 패스트볼 릴리스포인트는 부상 이전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져 있었다(그래프). 그런데 올해 들어선 거의 부상 이전 수준까지 낮아진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휠러의 팔 상태가 부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증거다.
 
하지만 이 그래프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단순히 릴리스포인트의 높낮이가 아니다. 부상 이전에도 휠러는 패스트볼을 던질 때와 변화구를 던질 때의 릴리스포인트 차이가 컸던 투수다. 이는 뛰어난 구위에 비해 헛스윙 비율이 낮은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그런데 2018시즌 들어 패스트볼을 제외한 나머지 구종들의 릴리스포인트가 거의 같은 높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 패스트볼 대비 평균 6.1cm나 낮았던 슬라이더의 릴리스포인트가 올해는 패스트볼과 고작 1.83cm밖에 차이가 안 나는 점이 눈에 띈다. 이런 슬라이더 릴리스포인트 변화는 패스트볼과의 구분을 어렵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중요한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다름 아닌 슬라이더의 구속 상승이다.
 
지난해 휠러의 슬라이더 평균 구속은 87.9마일(141.5km/h)로 패스트볼과 6.7마일(10.8km/h)가량 낮았다. 하지만 릴리스포인트가 패스트볼과 비슷해진 올해 휠러의 슬라이더는 평균 구속 90.9마일(146.3km/h)로 빨라지고, 패스트볼과의 구속 차이도 8km/h로 줄어들면서 위력이 더해졌다. 그러면서 슬라이더는 휠러의 패스트볼에 이은 제2 구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서 알 수 있듯이 휠러가 후반기 들어 메이저리그 투수 전체에서도 손에 꼽히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올 시즌 휠러는 수술 이전의 몸 상태를 회복했고, 성과가 없었던 구종을 과감히 정리했다. 게다가 새로운 구종을 익히는가 하면 구종별로 제각각이었던 릴리스포인트를 일치시키기 까지 했다.
 
오는 6일 한국 MLB 팬들은 TV를 통해 달라진 휠러의 투구를 만날 수 있다. 6일 오전 8시 35분에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다저스와 메츠의 경기에 류현진과의 맞대결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수술 이후 2년간의 공백 끝에 지난해 복귀해 부활의 날개짓을 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6일 경기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는 이유다. 
 
과연 류현진과 휠러 가운데 맞대결에서 웃는 선수는 누가 될까.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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