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이현우의 MLB+] 터너와 테일러, 그리고 맥스 먼시

일병 news1

조회 1,546

추천 0

2018.06.04 (월) 15:00

                           
[이현우의 MLB+] 터너와 테일러, 그리고 맥스 먼시

 
[엠스플뉴스]
 
지난 2014년 LA 다저스는 뉴욕 메츠로부터 논텐더(non-tender, 메이저리그 구단이 연봉조정 신청자격을 갖춘 3~5년차 선수들과 다음 시즌 재계약을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된 백업 내야수와 계약을 맺었다. 계약 조건은 메이저리그 승격 시 100만 달러, 마이너리그 잔류 시 12만 달러.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맺어지는 전형적인 '로스터 채우기'용 스플릿 계약이다. 
 
하지만 별다른 기대를 받지 못했던 그 내야수는 이제 다저스 타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바로 팀의 주포이자, 주전 3루수인 저스틴 터너(33)다. 
 
이와 비슷한 일이 2016년에도 있었다. 2016시즌 중반 다저스는 직전해 37경기 출전 타율 .170 0홈런 1타점에 그쳤던 크리스 테일러(27)를 시애틀 매리너스로부터 영입했다. 영입 대가는 2010년 1라운드 지명자였으나, 사실상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평가를 받던 잭 리. 스플릿 계약을 맺은 터너만큼은 아니지만, 이 역시'내야 뎁스 쌓기'용 트레이드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았던 테일러는 2017시즌 타율 .288 21홈런 72타점 17도루를 기록하며, 터너와 함께 다저스 타선을 이끌었다. 
 
 
 
다저스에는 올 시즌에도 제3의 터너, 제2의 테일러를 노리는 선수가 등장했다. 4일(한국시간) 홈런 2방으로 4타점을 쓸어담으며, 팀의 3연속 역전승을 이끈 맥스 먼시(27)다. 지난해까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소속으로 통산 96경기에 출전해 타율 .195 5홈런 17타점에 불과했던 먼시는, 올 시즌 현재까지 타율 .243 9홈런 23타점 OPS .900을 기록 중이다.
 
먼시는 텍사스주 켈러 고등학교 졸업반 시절이었던 2009년 드래프트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부터 41라운드에 지명을 받았으나, 거절하고 베일러 대학으로 진학했다. 그리고 대학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2012년 드래프트 5라운드에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부터 지명을 받으며 본격적인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프로 진출 2년 차였던 2013년 먼시는 상위 싱글A와 더블A에서 타율 .273 25홈런 100타점을 기록하며, 상위권 유망주들의 시험무대라 불리는 애리조나 가을리그(AFL)에서 뛰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다저스로 이적한 2017년까지 3년간 먼시는 평범한 백업 내야수급 성적을 기록하는 선수가 돼 있었다. 
 
먼시는 2015시즌 빅리그에 데뷔했고, 2016시즌에도 기회를 받았지만, 두 시즌을 합쳐 1할대 타율에 홈런 5개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부진이 이어지자 다른 젊은 내야수에게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 오클랜드는 2017년 스프링캠프가 끝날 무렵 먼시를 방출했다. 먼시는 4월 말이 되어서야 간신히 다저스와 계약을 맺었으나, 2017년 전체를 트리플A에서 보내야 했다.
 
실패가 준 교훈, 그리고 다시 찾아온 기회
 
 
 
그러나 간신히 진출한 빅리그에서의 실패와 그에 따른 방출은 먼시에게 커다란 교훈을 줬다. 먼시는 지난달 지역 매체 <오랜지 카운티 레지스터>와의 인터뷰에서 2015, 2016시즌을 회상하며 "당시 저는 실패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몰랐습니다. 처음 맞이한 실패를 어떻게 다뤄야 할 지 몰랐고, 일어날지도 모르는 것들(마이너리그행)에 대해 너무 걱정했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저는 다음 기회를 얻었을 때 다시는 그것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매일 이곳(빅리그)에서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곳은 꽤 재밌거든요"라고 말했다. 이런 마음가짐의 변화는 곧 성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트리플A에서 타율 .309 12홈런 44타점 OPS .905를 기록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2018시즌 초반 먼시에겐 손꼽아 기다렸던 '다음 기회'가 찾아왔다. 주전 3루수인 터너와 그의 대체자였던 로건 포사이드가 거의 동시에 부상자명단(DL)에 오른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다저스는 먼시를 메이저리그에 콜업했다. 이후 포사이드와 터너가 돌아왔지만, 먼시는 여전히 다저스의 25인 로스터에 남아있다.
 
포사이드와 터너가 없는 기간 그가 보인 활약 덕분이다. 하지만 그가 빅리그에 잔류할 수 있었던 데는 2014~2016년 한창 슬럼프에 빠져있던 시절 쌓은 경험도 한몫했다. 잘나가던 유망주 시절엔 1루수만 소화했던 먼시는, 부진에 빠진 2014년부터 3루수와 2루수 심지어 외야수로도 기용됐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내야 백업 선수로서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그렇게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잔류한 먼시는 기존 주전 1루수인 벨린저가 팀 사정상 중견수를 맡게 되자 1루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터너와 테일러를 잇는 다저스의 깜짝스타가 될 수 있을까
 
[이현우의 MLB+] 터너와 테일러, 그리고 맥스 먼시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과정이 그의 선배라고 할 수 있는 터너, 테일러가 보인 행보와 닮아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주전 3루수로 출전하고 있지만, 터너는 다저스에 합류했던 2014년 1루수, 2루수, 유격수, 3루수 등 포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으로 기용됐다. 테일러는 지난해까진 2루수, 3루수, 유격수, 좌익수, 중견수로 기용되다가 올해는 주로 유격수로 기용되고 있다.
 
다저스가 먼시를 영입했을 때 주목한 점 역시 이런 다재다능함과 맞닿아있다. 다저스 단장 파르한 자이디는 먼시가 드래프트 됐을 당시 오클랜드의 프론트로 재직 중이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먼시가 드래프트될 당시를 회고하며 "타격과 선구안이 뛰어난 타자였습니다. 그리고 1루수치고는 운동신경이 좋은 선수였습니다. 그를 높게 평가한 이유입니다"고 말했다.
 
현재 먼시의 주포지션인 1루와 3루에는 벨린저와 터너라는 확고한 주전 선수가 있다. 물론 벨린저가 팀 사정상 주로 중견수로 뛰는 현재 주로 1루수로 기용되고 있지만, 먼시는 두 포지션뿐만 아니라 여차하면 좌익수 수비를 맡을 수도 있기 때문에 팀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 여차하면 타격부진에 시달리는 포사이드를 대신해 2루수를 맡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한때 지구 꼴찌까지 추락했던 다저스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최근 10경기에서 7승 3패를 거두며, 29승 30패로 지구 2위 콜로라도와의 경기차를 1경기로 좁혔다. 사실 다저스의 이런 반전 스토리는 최근 수년간 반복됐던 일이다. 그리고 반등의 중심에 터너, 테일러처럼 한때 퇴출 위기에 몰렸다가 끝내 올스타급 선수로 성장한 이들이 있다는 상징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올해 다저스에는 이런 팀 컬러를 상징하는 또 한 명의 깜짝스타가 등장한 듯하다. 올 시즌 먼시의 활약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 <엠스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이전 10 페이지다음 10 페이지

이전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