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배지헌의 브러시백] ‘선장 교체’ 표류하는 NC호, 어디로 가나

일병 news1

조회 1,492

추천 0

2018.06.04 (월) 10:22

                           
| 최하위로 추락한 NC 다이노스가 결국 '감독 교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김경문 감독 퇴진의 배경과 후속 인사가 갖는 의미에 대해 엠스플뉴스가 살펴봤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선장 교체’ 표류하는 NC호, 어디로 가나

 
[엠스플뉴스]
 
NC 다이노스가 팀 창단 이후 첫 사령탑 교체를 단행했다. NC는 6월 3일 일요일 한밤중에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김경문 감독의 2선 후퇴와 유영준 단장의 감독대행 체제를 발표했다. 삼성 라이온스전 역전패로 주말 홈경기에서 3연패를 당한 뒤 나온 발표였다. 
 
NC의 한 중견 선수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경기 끝난 뒤에도 전혀 모르고 있다가, 기사를 보고서야 알았다”며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방송한 방송 관계자도 “김 감독이 평소처럼 야구 관계자들과 얘길 나눠 전혀 감독 교체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NC의 감독 교체는 전격적이었다.
 
구단 “자진사퇴도 경질도 아닌 상호 합의” 실제로는 경질
 
[배지헌의 브러시백] ‘선장 교체’ 표류하는 NC호, 어디로 가나

 
NC 관계자는 김경문 감독의 2선 후퇴에 대해 "김 감독과 구단이 원만한 협의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성적 부진에 감독과 구단 사이에 꾸준히 논의가 나오다가 이날 삼성전을 끝으로 2선 후퇴가 결정됐다는 설명이다. 김 감독은 과거 두산 베어스 시절에도 성적 부진과 ‘임태훈 사태’ 등으로 팀이 수렁에 빠지자 자신이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김 감독과 가까운 야구 관계자는 “지난해 김 감독이 가족상을 당하고, 건강 문제로 병원 신세를 진 뒤 심경의 변화를 겪었다. 얼마 안 남은 감독 생활을 어떻게 마무리할 지에 대해 자주 얘기했다”고 밝혔다. '감독이 모든 걸 책임진다'는 김 감독의 평소 소신과 최근의 심경 변화를 고려하면 이번 사퇴가 크게 놀랄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내년 시즌까지 팀을 이끌어가려는 의지가 확고했다는 점에서, ‘원만한 합의’라는 구단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실제 김 감독은 최근까지 주위에 ‘올 시즌 성적 반등이 쉽지 않다’며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가능성을 찾아서 내년 시즌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시즌을 대비해 젊은 선수들을 키우겠다던 감독이 자진해서 2선 후퇴를 선택했다는 건 그래서 좀처럼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실제 NC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김 감독 사퇴는 황순현 대표이사가 결정하고, 김택진 구단주의 재가를 받은 사안이라고 밝혔다. 다른 NC 관계자는 “삼성전에서 패한 뒤 ‘회사’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의 의사와는 별개로 구단에서 결정하고 대행까지 정해서 일사천리로 발표가 이뤄졌다.
 
NC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전임 이태일 대표이사와 김경문 감독 간에는 끈끈한 신뢰관계가 있었지만, 신임 대표이사와 감독 사이엔 그런 유대관계가 없었다. 팀 성적 부진이 이어지자 5월부터 교체 시기를 저울질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황 대표이사는 언론인 출신으로 전임 대표만큼 야구단 운영과 야구 산업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는 아니다. 취임 이후엔 ‘혁신’을 내걸고 조직 개편을 진행해 왔다. 한편 김 감독은 FA(자유계약선수)나 외국인 선수 영입에 인색한 구단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현하곤 했다. 외국인 투수 로건 베렛 기용을 두고도 교체를 원하는 감독과 교체 의사가 없는 구단 생각이 엇갈렸다.
 
NC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전임 대표는 김 감독의 의사를 존중하고, 가능한 한 요구사항을 들어주려는 경향이 있었다. 김 감독도 두산 시절부터 구단에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큰 충돌이 없었다. 하지만 신임 대표와 감독의 관계는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이번 교체가 대표이사의 결정임을 강조했다. 
 
김경문 카리스마, 성적 하락과 함께 구심력 잃어 
 
[배지헌의 브러시백] ‘선장 교체’ 표류하는 NC호, 어디로 가나

 
올 시즌 NC는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 최악의 수렁에 빠진 상태다. 지난해까지 NC는 김 감독을 중심으로 강한 ‘구심력’이 작용한 팀이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를 강한 카리스마로 휘어잡는 김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젊은 선수들의 분전과 어우러지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물론 위기의 징후가 여기저기서 드러나긴 했다. 지난 시즌 후반 NC는 급격한 추락을 경험했다. 타자들의 집단 슬럼프, 불펜의 집단 난조가 이어지며 감독의 구심력이 좀처럼 작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해 만회하긴 했지만, 견고했던 NC 야구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분명했다. 
 
올 시즌에도 초반부터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주축 불펜 투수들이 부상과 부진에 쓰러졌고, 수술대에 오르는 선수까지 나왔다. 이유를 좀처럼 설명하기 힘든 주력 타자들의 집단 슬럼프가 오랫동안 이어졌다. 부상으로 빠지는 선수가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좀처럼 반등 포인트를 잡지 못했다.
 
NC는 최근 4년간 큰 부상 악재 없이 시즌을 치른 팀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한꺼번에 부상이 밀려오고 있다. 다른 구단 트레이너는 “부상도 어떤 면에서는 운칠기삼”이라며 “한 구단에 부상자가 오랫동안 없었다는 건 언제든 부상 악재가 찾아올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NC는 4년 연속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면서 불펜 투수들과 주력 선수들의 과부하가 심한 상태였다. 창단 초기 20대의 젊었던 선수들도 이젠 30대가 됐다. 부상이 찾아오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선수단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도 컸다. 아시아경기대회 발탁을 과도하게 의식한 몇몇 선수가 오버페이스로 부상과 부진을 겪었단 후문이다. 베테랑 최준석 영입은 ‘메기 효과’보단 기존 포지션 경쟁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팀 성적 추락 속에 아직 '커리어'가 부족한 어린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도 날로 커졌다. 
 
감독대행, 단장대행을 둘러싼 말, 말, 말
 
[배지헌의 브러시백] ‘선장 교체’ 표류하는 NC호, 어디로 가나

 
NC는 김경문 감독 2선 후퇴와 함께 추가 인사를 단행했다. 유영준 단장에게 감독 대행을 맡기고, 김종문 미디어홍보팀장을 단장 대행으로 임명했다. 이에 대해 NC 관계자는 “황순현 대표이사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인사”라고 설명했다.
 
단장에게 감독대행을 맡기는 건 국내 프로야구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파격이다. 게다가 유 단장은 프로 출신이 아니다. 배명고와 중앙대, 한국화장품 실업팀에서 선수로 활약했고, 아마야구에서 지도자로 활동했다. 프로 선수와 프로 코치 경력이 전무하다. NC 관계자는 “코치들이 ‘감독에 대한 예우’를 들어 대행을 맡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대행은 온화하고 겸허한 인품을 갖춘 인물이란 평가를 받는다. 고교 감독 시절에도 선수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고, 구단 내부에서도 직원들의 신망이 높다. 무겁게 가라앉은 NC 선수단 분위기를 바꾸는 데 적합한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프로 지도자 경력이 없고, 2010년 이후에는 현장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나 '뒷돈 트레이드' 파문으로 유 감독대행은 KBO(한국야구위원회)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아야할 처지다.
 
한편 미디어홍보팀장을 단장대행에 임명한 인사를 두고도 구단 내부에서 여러 말이 나온다. NC 한 관계자는 “구단 내에선 김 단장대행이 내년 정식 단장에 임명될 것이란 소문이 돈다”고 했다. 창단 때부터 구단에서 요직을 맡았고, 대표이사의 신임이 두터운 게 근거다. 실제 황 대표이사는 취임 직후 ‘회전문 인사’란 비판에도 단장대행을 구단 주요 보직에 임명한 바 있다.
 
홍보팀장을 단장대행에 임명하면서 메시지 관리에도 혼선이 생겼다. 이날 감독대행 임명이 발표된 뒤 유 감독대행은 몇몇 인터뷰에서 “김경문 감독 사퇴를 사전에 알지못해 당혹스럽다”고 했다. 자칫 준비되지 않은 인사라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발언이었다. 
 
감독 교체가 경기 전 미리 결정됐던 일인지, 경기 후 결정됐는지를 놓고도 구단 관계자 간에 말이 엇갈렸다. 이를 두고 NC 출신 야구인은 “홍보팀장이 단장대행을 맡다 보니 감독대행의 이미지나 메시지 관리는 전혀 신경쓰지 않은 것 같다. 감독대행 이미지야 어떻게 되든 상관 없다는 것이냐”고 아쉬움을 표했다.
 
사령탑 교체가 NC의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이미 주축 선수들의 부상 이탈로 시즌 전 구상한 전력을 구축하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몇몇 젊은 선수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커리어 없는 선수들만으로 일년 144경기를 버티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 1군 코칭스태프에선 “2군에서 딱히 올릴 만한 선수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NC 출신의 한 야구인은 NC가 대외적으로 육성을 잘 하는 구단이란 이미지는 있지만, 실제로는 최근 몇 년간 새로운 피의 성장이 더뎠던 게 사실이다. 한 차례 리빌딩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며 “지금이라도 투수진 보직을 확실하게 정비하고 젊은 선수들을 발탁해 앞으로를 준비해야 한다. 육성을 비롯해 구단의 전반적인 시스템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힘차게 시작한 NC의 ‘항해’는 시즌 절반이 지나기도 전에 선장 교체로 이어졌다. NC가 안팎의 거센 파도와 내부 동요를 다잡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NC호가 거친 바다 위에서 정처없이 표류하고 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 <엠스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이전 10 페이지다음 10 페이지

이전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