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엠스플 기획] 고교야구 '국외 훈련' 금지, 무엇이 논란인가

일병 news1

조회 1,467

추천 0

2018.06.01 (금) 08:44

                           
야구협회 ‘동계 국외 훈련금지’ 지침, 일부 지도자, 학부모 반발
협회 “‘학생선수, 휴식 보장과 부상 방지가 목적”
학부모 “협회 불통” 주장, 협회 “충분히 소통했다” 
 
[엠스플 기획] 고교야구 '국외 훈련' 금지, 무엇이 논란인가

 
[엠스플뉴스]
 
학원야구의 겨울철 국외 전지훈련을 금지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지침이 일부 학부모와 지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협회는 4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협회 등록 초·중·고교 야구팀은 2018년 12월부터 동계기간(12월~1월) 동안 해외 전지훈련, 국제 교류·친선 대회 및 국내외 연습경기가 전면 금지된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 지침이 학생 선수의 부상 방지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선수활동을 위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고교야구 일부 지도자와 학부모는 반발했다. 급기야 ‘고교 야구부 학부모 연대’란 단체까지 결성해 협회 방침에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다. '고교 학부모 연대'는 협회에 진정서와 탄원서를 냈고, 김응룡 협회 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반대 진영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겨울철 국외 전지훈련을 금지하면 훈련을 국내에서 진행해야 하는데, 국내엔 훈련할 곳이 마땅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고교 학부모 연대는 공개질의에서 “부상방지가 목적이라면서 왜 따뜻한 해외에서 체력훈련하는 걸 금지하는가? 따뜻한 곳에선 절대로 체력훈련을 하지 말고, 반드시 강추위 속에서 체력훈련을 해야 하는 지침을 만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즉시 철회를 요청했다.
 
한 서울권 고교 지도자도 “국내엔 동계훈련할 장소가 거의 없다. 그래서 국외로 나가는 거다. 지난 겨울 국내에서 훈련한 어느 학교는 훈련 내내 아무것도 못한 채 눈만 치우다 돌아왔다고 한다. 협회는 부상 방지를 얘기하지만, 국내의 강추위 속에서 훈련하면 오히려 부상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호남권의 한 지도자도 “나도 그렇고 다른 감독들도 겨울철 경기 금지는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면서도 “국외 전지훈련까지 못하게 막는 건 문제가 있다. 학생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가로막고 야구 발전에 역행하는 지침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협회 “학생 선수 휴식 보장, 부상 방지가 목적”
 
[엠스플 기획] 고교야구 '국외 훈련' 금지, 무엇이 논란인가

 
그러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야구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협회 한 이사는 “일부 학부모와 지도자가 협회의 동계 전지훈련 금지 취지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거나 곡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이 지침의 핵심은 국외 전지훈련 금지가 아니다. 그보단 학생 선수들의 휴식 보장을 위해 추운 겨울철 기술훈련과 실전을 최소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내 아마야구 선수들이 어땠는지 보라. 일년 내내 각종 대회와 연습경기, 강도높은 훈련을 소화하면서 쉴새 없이 몸을 혹사했다. 1월부터 '친선경기'라는 명목으로 실전을 치르는 일도 다반사였다. 이런 스케쥴은 한창 자랄 나이인 선수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부상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일이다.” 이 이사의 말이다.
 
미국 아마추어 야구 부상 방지 가이드인 피치 스마트는 학생 선수들이 일년에 4개월 이상 휴식을 가져야 한다고 권고한다. 그러나 2013년 KBO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아마야구 선수 절대 다수가 연간 2개월도 휴식을 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 이준성 이사는 “국외든 국내든 12, 1월엔 부상 방지 차원에서 실전과 기술훈련 대신 체력훈련 위주로 하자는 취지다. 만약 전지훈련이 필요하다면 2월에 짧은 기간 가까운 곳으로 다녀오는 것까진 막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서울권 고교 감독은 “협회의 설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협회 설명대로라면 ‘국외는 물론 국내 전지훈련도 금지한다’고 지침에 명시했어야 한다. 하지만, 협회 발표는 국외 전지훈련만 타깃으로 삼고 있어, 종전처럼 한겨울에 국내에서 훈련을 하는 건 문제되지 않는다. 부상 방지라는 목적과는 동떨어진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 감독의 주장이다. 
 
고교야구 코치 출신의 프로구단 스카우트도 “국외 전지훈련만 금지한다고 아마야구 지도자들이 겨울철 훈련을 자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외훈련을 가지 않는 대신 추운 국내에서 훈련을 계속한다면 기대하는 만큼의 부상 방지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권 학생선수 학부모는 "1월까지 국외로 나갈 수 없다면, 2월에 국외로 나가는 방법도 있다. 주말리그 개막이 4월로 늦춰진 만큼 3월까지 '체험학습' 형태로 전지훈련을 진행하는 학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 트레이닝 코치 “지도자들이 좋은 훈련 방법 개발해야”
 
[엠스플 기획] 고교야구 '국외 훈련' 금지, 무엇이 논란인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는 “국외 전지훈련의 여러 문제점도 협회가 금지 지침을 결정한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고교팀들이 일본, 타이완은 물론 미국까지 전지훈련을 가면서 학부모들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 선수 한명당 전지훈련 비용만 최소 500만 원이 든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 선수들에겐 큰 부담이다. 이 관계자의 말이다.
 
협회 한 이사는 “전지훈련 비용을 감당 못하는 학생 선수들은 국내에 남아 사실상 방치되기도 한다. 또 재정 형편이 여의치 않은 지방 고교팀은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는 반면 서울권 강남의 고교팀은 미국 플로리다나 LA에 가서 50일씩 훈련하는 등 학교간 양극화 현상이 심해진 것도 사실이다. 일부 지도자가 국외 전지훈련 계약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챙기는 일도 있다. 국외전지훈련을 통한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지도자와 학부모는 “전지훈련 비용은 국내나 국외나 큰 차이가 없다”고 반박한다. 한 서울권 고교 감독은 “항공료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숙박비, 식비 등은 국외 전지훈련이 국내보다 더 적게 든다. 게다가 최상의 시설에서 훈련할 수 있고, 선수들이 견문을 넓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 그만한 투자를 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서울권 고교 감독은 “모든 학생 선수에게 전지훈련 참가를 강제하지 않는다. 참가 비용이 부담되는 선수는 국내에 남아 개인 훈련을 하면 된다”며 “일부 선수들 때문에 다수의 학생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못 가게 하는 건 하향 평준화로 가는 길”이라고 목소릴 높였다. 
 
고교학부모연대는 공개질의에서 “일반 학생은 전 세계로 자유롭게 공부를 하러 갈수 있는데 학생선수는 체력과 기술등 체계적인 훈련인 공부장소도 선수와 부모가 결정하지 못하게 한 것은 헌법에서 정한 기본권, 자율권, 행복추구권을 박탈한 것으로 현장 자율에 따라 추진할 수 있게 허용을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협회의 입장은 확고하다. 협회 관계자는 “국외전지훈련은 안그래도 선수 뒷바라지에 큰 재정적 부담을 짊어진 학부모들에게 무거운 짐”이라며 “고 3을 앞둔 학부모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 겨울철에 뭐라도 하길 바랄지 모른다. 그 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나, 궁극적으로는 국외전지훈련 금지가 선수는 물론 학부모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지침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 수도권 고교 지도자는 협회가 권장하는 ‘체력훈련 중심의 겨울철 훈련’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이 지도자는 “다 좋다. 하지만 겨울에 두 달 동안 체력 훈련만 하라는 건 문제가 있다. 현실적으로 학교야구에 체력훈련을 할 만한 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선수들 중에는 고2에서 고3으로 넘어가는 겨울 동안 기량이 부쩍 향상되는 경우도 많은데, 그냥 놀게 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프로구단 트레이닝 코치는 “한국야구의 훈련지상주의가 낳은 대표적인 오해”라고 지적했다. 단체훈련이나 기술훈련을 안 하고 휴식을 취하는 걸 ‘논다’고 여기는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트레이닝 코치는 만약 훈련을 많이 해야 선수들 기량이 발전한다면, 세계에서 제일 훈련시간 길고 훈련량도 많은 한국 선수들이 야구를 제일 잘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훈련량 적은 미국, 겨울에 충분한 휴식을 하는 일본 선수들이 야구를 잘 하지 않나.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도자의 역량에 달린 문제다. 어린 선수들이 더 야구를 잘 할 수 있는 좋은 훈련 방법을 개발하고, 선수 개개인에게 도움이 될 만한 훈련 방법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무조건 쉬지 않고 연습을 시키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학부모 “협회의 일방통행” 협회 “충분히 소통했다”
 
[엠스플 기획] 고교야구 '국외 훈련' 금지, 무엇이 논란인가

 
일부 지도자와 학부모들이 내세우는 두 번째 반대 근거는 협회의 ‘불통’이다. 선수들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현장 지도자와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고교 야구부 학부모 연대는 “해외훈련금지 같은 중대한 사안을 지도자와 학부모들의 의견을 묻지도 듣지도 않고 결정한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라며 “지침 개정 절차, 사유, 공청회 내용, 회의록 등 지침관련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서울권 한 감독도 “협회 임원 중에 고교 감독은 유신고 이성렬 감독 한 명 뿐이다. 대학 감독도 하나 뿐이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감독은 아무도 없다. 학부모들 역시 포함되지 않았다”며 “협회가 과연 누구의 말을 듣고 지침을 만들었는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고교 선수 학부모는 “의사나 변호사, 기업인, 선수 출신의 프로야구 관련인 몇 명이 모여 고교야구 선수들의 미래를 좌우할 정책을 만드는 건 문제가 있다. 아무리 옳은 정책이라도 무조건 따르라는 식으로는 현장 지도자와 학부모들의 협조를 얻을 수 없다. 협회는 지도자와 학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협회 측의 생각은 다르다. 협회 김용균 사무처장은 “이미 충분히 일선 지도자와 학부모들에 설명하는 과정을 거쳤고, 1년 간의 유예기간까지 줬다. 원래 작년부터 시행하려던 지침을 이미 국외전지훈련 계약이 된 학교들 때문에 1년 늦춰서 시행하게 된 것”이라 설명했다.
 
협회 한 이사는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하는 과정에 모든 사람의 목소리를 다 수용하기는 어렵다. 이미 여러 차례 간담회와 공청회를 거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고 의사결정 과정에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반영했다. 지도자와 학부모 의견을 듣지 않았다는 건 일방의 주장”이라 밝혔다.
 
반발이 계속되자 협회는 고교 학부모들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김용균 협회 사무처장은 “고교 학부모 연대의 진정서를 접수했고, 조만간 만나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라 밝혔다. 다만 학부모들이 요구하는 김응룡 회장 면담이 이뤄질지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않았다. 
 
김 사무처장은 “올해 도입한 투구수 제한, 국외훈련금지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있다. 앞으로 계속 보완하면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협회 한 이사도 "일부 반발이 나오고 있지만, 학생 선수의 휴식 보장과 부상 방지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며 협회 지침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 중, 고, 대학 진학이나 프로 입단과 관련하여 금품 혹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를 받은 분은  [email protected]으로 제보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엠스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이전 10 페이지다음 10 페이지

이전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