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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되살아난 슬라이더, 오승환의 터닝포인트 될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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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6 (목) 14:22

                           


 
[엠스플뉴스] 
 
11경기 1승 1세이브 2홀드 9.1이닝 평균자책점 1.93 
 
올 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한 오승환(36)이 거두고 있는 성적이다. 표면적인 성적만 놓고 보면 '파이널 보스'라고 불렸던 2016시즌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직접 경기를 보면 불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오승환은 올해 등판한 첫 10경기에서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안타를 허용했다. 그중 3경기에선 피안타 2개를 헌납했다. 그렇게 총 13안타(피안타율 .325)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책점은 2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그나마도 1점은 홈런에 의해 허용한 점수였다.
 
그런데 여기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바로 승계주자 실점이다. 교체되어 들어온 불펜 투수가 피안타 등을 허용해서 앞선 투수가 남기고 간 주자가 홈을 밟을 경우, 해당 실점(자책점)은 승계주자를 남긴 앞선 투수의 책임이 된다.
 
즉, 승계주자 실점을 허용해도 불펜 투수의 평균자책점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그런데 과연 승계주자를 막아내지 못한 불펜 투수에게 책임이 없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당연한 얘기지만, 책임이 있다. 따라서 불펜을 평가할 때 평균자책점은 그리 좋은 성적이 아니다. 
 
26일(한국시간) 전까지 오승환은 앞선 투수가 남기고 간 주자 네 명 가운데 세 명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를 전적으로 오승환의 책임으로 볼 순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승환이 아예 책임이 없다고도 할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MLB 전체 승계주자 실점율(IRS%)은 약 30%다. 오승환은 75%였으니까 평균보다 두 배 이상 승계주자 실점을 허용했던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26일 경기는 오승환에게 중요했다. 26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 구원 등판한 오승환은 1사 1, 3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승계주자 실점율을 50%(6명 중 3명)으로 낮췄다.
 
평균자책점이 1점대에 돌입한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선 중요하지 않다. 이날 무엇보다 의미가 있었던 것은 두 타자를 잡아낸 구종이 모두 슬라이더였다는 점이다.
 


 
빅리그 진출 이후에도 오승환의 '돌직구'는 언제나 위력적이었다.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2016시즌(피안타율 .208)은 물론이거니와 부진했던 지난해조차도 오승환의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248에 불과했다. 이는 패스트볼 구속이 91.1마일(146.6km/h)로 감소한 올해도 마찬가지다. 오승환의 2018시즌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211밖에 되지 않는다.
 
빅리그 진출 이후 오승환의 한 시즌 성적을 결정하는 구종은 늘 슬라이더였다.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2016년까지만 해도 패스트볼의 뒤를 잇는 확실한 결정구(피안타율 .164)였다. 하지만 2017년 좌타자 상대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이 .417까지 치솟으면서 오승환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관련 기사: [이현우의 MLB+] 오승환의 슬라이더, 문제점과 해법은?).
 
이는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26일 전까지 오승환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400(15타수 6안타)에 달했다. 이는 올해 오승환이 허용한 피안타 13개 가운데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따라서 올해 오승환이 표면적인 성적에 비해 세부 성적이 좋지 못했던 이유 역시 슬라이더, 더 정확하게는 패스트볼을 제외한 결정구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26일 경기에서는 달랐다. 오승환이 던진 슬라이더는 좌타자의 몸쪽 또는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절묘하게 휘어졌다. 그 결과 스트라이크 존에 걸쳐 들어오는 공에도 타자들은 간신히 커트해내거나(J.D. 마르티네스), 범타로 물러나기 바빴다(라파엘 데버스, 에두아르도 누네즈). 그 덕분에 올 시즌 최초로 피안타 허용 없이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마칠 수 있었다.
 
한편, 패스트볼 최고구속 93마일(149.7km/h)을 기록한 것 역시 고무적이다. 지난겨울 오승환은 텍사스와의 계약이 불발되는 바람에 스프링캠프 막판에서야 토론토와 계약을 맺었다. 그로 인해 취업비자가 늦게 발급되면서 시범경기 2경기만을 소화하고 몸이 채 덜 풀린 채 정규시즌을 맞이해야 했다. 시즌 초반 구속이 유난히 낮았던 원인이다. 
 
26일 보스턴전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오승환의 몸상태가 서서히 올라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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