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이면합의 논란' 최영열 원장 사임서 수리
이사회서 의결…원장 반발로 법적 다툼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국기원이 '소송 취하에 따른 이면 합의' 의혹으로 논란을 일으킨 최영열 원장의 사임서를 수리하기로 했다.
최 원장은 이면 합의서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사회 결정에 반발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기원은 25일 서울 강남구 국기원에서 2020년도 제9차 임시이사회를 열고 원장 사임서에 관한 건을 다룬 끝에 이사장이 최 원장 사임서를 수리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지난 18일 국기원으로 최 원장의 사임서와 사직 철회서가 제출되자 이사들이 사실 및 경위 확인과 이사회 차원의 논의 및 결정이 필요하다며 이사회 소집을 요구해 이날 회의가 이뤄졌다.
국기원에 따르면 최 원장을 포함한 재적 이사 21명 중 15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이사회에서 13명의 이사가 최 원장의 사임서 수리에 찬성했다.
최 원장은 반대했고, 기권한 이사가 한 명 있었다.
최 원장은 지난해 10월 국기원 역사상 처음으로 선거인단 투표를 통해 원장에 선출됐다.
그러나 당시 선거에서 한 표 차로 낙선한 오노균 후보가 무효표 처리에서 국기원 정관을 위배했다며 재선거를 주장하고 법원에 원장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법원은 2월 말 오 후보 측의 손을 들어줬고, 최 원장은 가처분 인용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기각되자 항고했다. 오 후보 측도 당선 무효를 확인하려는 본안소송을 내 기나긴 법정 공방이 예상됐다.
하지만 오 후보가 5월 말 돌연 소 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최 원장은 석 달 만에 업무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최 원장과 오 후보는 부인했지만, 양측의 이면 합의설이 불거졌다. 이후 '뒷거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일들이 이어졌다.
최 원장은 6월 초 '국기원 구조개혁위원회'를 구성한다면서 원장 선거 당시 오 후보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데다 비위 전력까지 있는 인사를 위원장으로 위촉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구조개혁위 구성이 무산된 뒤 지난달에는 오 후보가 국기원 대외협력위원장으로 위촉되면서 뒷거래 의혹은 더욱 커졌다.
최 원장이 소 취하 대가로 이면 합의를 하면서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오 후보 측에 사표까지 써줬다는 소문도 돌았다.
결국 오 후보 측 인사가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최 원장의 사임서가 최근 국기원 이사를 통해 전갑길 이사장에게 전달됐고, 전 이사장이 지난 18일 이사간담회에서 공개한 뒤 사무국에 제출하면서 사표의 존재는 사실로 드러났다.
국기원 정관에 임원의 사임은 사직서를 사무부서에 제출함으로써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휴가 중이던 최 원장의 사직 철회서가 같은 날 도착하자 국기원 사무국은 사임서의 효력에 대해 바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이사들이 긴급 이사회 개최를 요구한 것이다.
이날 이사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최 원장은 이사들의 질문에 '이면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없애서 합의서가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말하는가 하면, 합의한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작성한 지 3개월 이상 돼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언급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최 원장이 사임서 작성 배경에 대해서는 '소 취하 대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부 이사는 도덕적 책임은 물론 법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최 원장을 질타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 원장은 이날 이사회 개최 및 사임 처리의 부당함을 주장하면서 자신과 국기원의 명예를 위해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 결국 이 문제를 법정까지 끌고 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원장 직무대행 및 신임 원장 선출 등의 후속 절차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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