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윤진만 기자= 번리 기세가 무섭다. 지난시즌 준우승팀 토트넘홋스퍼를 밀어내고 당당히 6위 자리를 꿰찼다.
30일(한국시간) 본머스와의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1 승리하면서 7승 4무 3패(승점 25)를 기록 6위로 올라섰다. 하루 전 토트넘(승점 24)은 레스터시티 원정에서 1-2 패했다.
번리는 매시즌 강등 후보로 손꼽힌다. 지난시즌 승점 6점차 16위로 잔류했다. 올시즌 반전했다. 시즌 초부터 6위권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잡을 팀을 잡았다.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았다.
비결은 짜디짠 수비다. 15경기에서 최소실점 3위에 해당하는 11골을 내줬다. 5위 리버풀보다 7골 적다. 6번이나 실점 없이 경기를 마쳤다. 종종 하품을 유발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중요한 건 흥미가 아니라 승점이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당 16.9개의 슈팅을 허용했다. 슈팅 블록도 전체 1위(85개)다. 슈팅 상황에 자주 노출되지만, 공이 골문에 다다르기 전에 육탄방어로 공을 막았단 의미다. 수비수 제임스 타코우스키와 벤 미가 개인 블록 순위 1, 2위를 달린다.
수비를 뚫어도 닉 포프가 지키는 골문이 든든하다. 번리의 팀 슈팅 선방은 전체 2위(48개)에 올라있다.
클리어링 2위(462개) 경기당 공중볼 획득 1위(22.9개)에 달할 정도로 수비와 미드필더들도 살신성인 짠물수비에 기여하고 있다. 미드필더 잭 콕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활동거리를 기록(11월9일 기준)했다. 많이 뛰고, 겁 없이 부딪히고, 뻥뻥 걷어내는 팀을 상대하기란 무척 까다롭다.
번리는 경기당 평균 점유율이 43.2%, 패스 성공률이 72.1%에 그친다. 나란히 전체 19위다. 경기당 슈팅도 9.9개로 14위다. 공을 소유하지도, 패스가 매끄럽지도, 슈팅을 자주 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단 사실을 번리가 보여준다.
채 50%가 되지 않는 점유율로 2015-16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레스터시티와 닮은 구석이 많다. 레스터는 얇은 스쿼드로 대반전을 이뤘다. 번리는 선수단 평균 연봉이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 중 18번째(약 20억 700만원, *GSSS 조사 결과)다. 7위 토트넘(약 46억 1230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 한다. 중국 상하이선화보다 낮다.
다만 번리에는 리야드 마흐레즈, 제이미 바디와 같은 게임 체인저가 눈에 띄지 않는다. 경기당 1골도 넣지 못하는 공격력으론 더 위로 올라가긴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챔피언십이 익숙하고, 프리미어리그 하위권에 익숙한 팬들은 다시 오지 않을지 모르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번리 지역의 한 술집 주인은 ‘번리가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면 가게 이름을 더 다이크(*션 다이크 감독)로 바꿀 것’이라는 공약을 걸었다.
* 미국 통계 사이트 'GSSS'(Globa Sports Salaries Survey)
사진='더 올라가자!'.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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