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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인터뷰] ‘100승 감독' 이건열의 '기쁨보다 앞선 걱정'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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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2 (금) 10:00

                           
-프로에서 심한 스트레스, 대학에선 ‘내 야구’ 할 수 있어 좋다
-2013년 3관왕 뒤 ‘멤버 좋아서 우승했다’ 소리 안 들으려 노력... 2014년 4관왕 달성
-이긴 경기보다 진 경기가, 잘 된 선수보다 잘 안 된 선수가 마음에 남는다
 
[엠스플 인터뷰] ‘100승 감독' 이건열의 '기쁨보다 앞선 걱정'

 
[엠스플뉴스]
 
“100승이요? 뭐 그리 대단한 기록도 아닌데...”
 
인터뷰 약속을 잡으려고 처음 연락을 취했을 때, 동국대학교 이건열 감독의 목소리는 예상외로 담담했다. 동국대는 6월 16일 대학야구 U리그 건국대 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며 이건열 감독에게 통산 100승을 안겼다. 결코 쉽지 않은 대기록을 달성했는데도 이 감독의 목소리에는 기쁨보다는 근심이 묻어났다.
 
이 감독을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눈 뒤, 왜 그가 100승에도 마음껏 기뻐할 수만은 없었는지 알게 됐다. 이 감독은 짧게 100승 소감을 이야기한 뒤 1시간 넘게 현재 대학야구가 처한 위기 상황을 설명했다. 대학야구와 제자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에, 개인적인 기쁨을 뒤로 미뤘다. 
 
이 감독은 “요새는 경기에 이겨도 예전만큼 즐거움이 크지 않다”고 털어놨다. 더 두려운 건 이런 상황이 앞으로 나아지긴커녕 오히려 더 나빠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과연 ‘100승 감독’ 이건열은 다시 야구장에서 기쁨을 되찾을 수 있을까.
 
엠스플뉴스는 20일 일산 동국대 야구장에서 이 감독과 만나 100승까지 걸어온 과정과 그가 생각하는 야구관, 그리고 위기의 대학야구 상황을 들어봤다. 
 
“타이거즈에서 9번 우승 경험, 대학야구 100승에 큰 도움”
 
[엠스플 인터뷰] ‘100승 감독' 이건열의 '기쁨보다 앞선 걱정'

 
‘100승 감독’님과 이렇게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통산 100승, 축하드립니다. 
 
아이구, 축하할 게 뭐 있어요. 하다 보니까 어떻게 하게 된 거죠. 
 
그럴 리가요. (웃음)
 
저는 대학야구에서 감독을 오래 한 축에 들지도 못해요. 2013년 시작해서 이제 6년 됐는데, 다른 감독님들 중에는 10년 이상 한 분도 많아요.
 
오래 한다고 통산 100승과 10차례 우승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한 기록입니다.
 
100승 했다고 학교 동문회에서 축하 행사를 계획한다고 하시더군요. 평생 야구만 해오다가 본의 아니게 대접을 받게 된 것 같아서 감사할 뿐입니다. 
 
처음 동국대학교 감독으로 올 때만 해도 100승까지 하게 될 줄은 생각 못 하셨죠?
 
생각 못 했죠. 솔직히 감독이 언제 어떻게 그만둘지 누가 알겠어요. 100승은 정말 생각도 못 했어요. 한 경기 한 경기 이길 때마다 다 피를 말리고 긴장하면서 승리를 올렸죠.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까요. 그렇게 1승 1승 하다 보니 어느샌가 100승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해태 선수 시절부터 우승과 유난히 인연이 깊었습니다. 입단 첫해인 1986년부터 1989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현역 시절에만 총 8번의 우승을 경험했습니다. 코치 시절까지 하면 총 우승 횟수가 9번이나 됩니다. 해태 시절의 경험이 대학 감독으로 10번의 우승을 하는 데 도움이 됐나요.
 
물론입니다. 김응용 감독님을 비롯해 여러 감독님을 만나면서 그분들의 좋은 점을 보고 배울 수 있었어요. 비록 야구는 잘하지 못했지만, 좋은 지도자와 동료들을 만난 덕분에 우승은 원 없이 해볼 수 있었죠. (웃음)
 
지나친 겸손입니다. 김성한이라는 거목 때문에 경기 출전 기회가 부족하긴 했지만, 그래도 한국야구 최초의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이름을 날리셨잖아요.
 
만약 요즘같이 트레이드가 활성화된 시대였다면, 다른 팀에서 기회를 얻어서 더 좋은 성적을 냈을지도 모르죠. 그래도 그 시절 고생했던 게 지금 감독하는 데 적지 않게 도움이 됩니다. 경기 못 나가는 선수들, 야구 못하는 친구들 마음이 이해가 되거든요.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대하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더 격려해 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주전 대거 빠져나간 2014년 ‘4관왕’ 달성한 비결은?
 
[엠스플 인터뷰] ‘100승 감독' 이건열의 '기쁨보다 앞선 걱정'

 
원래는 2013년에도 KIA 타이거즈 코칭스태프 구상에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갑자기 대학 감독으로 무대를 옮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모교의 감독 제안을 받아서 오게 됐죠. 고민도 했지만,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내 야구’를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에 오게 됐어요. 
 
‘내 야구’라.
 
프로야구는 코치마다 각자 맡은 분야가 있고 여러 제약이 있잖아요.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과 스트레스도 심하구요. 프로에 비하면 조그만 구멍가게나 마찬가지지만, 한번 제 마음대로 후배들과 함께 원 없이 야구해보고 싶은 마음에 대학 감독직을 수락했어요.
 
KIA에서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군요. (웃음)
 
성적이 좋지 않으면 선수도 비난을 받지만, 감독과 코치도 그에 못지않게 많은 비난을 받아요. 사실 전 인터넷 게시판이나 댓글 같은 걸 전혀 읽지 않는 편인데, 어느 날인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저한테 ‘인터넷 게시판 절대 들어가지 말아라’는 얘기를 자꾸 하는 거에요. 제 딸애도 ‘아빠,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 절대 읽지 마’라고 신신당부를 했구요. 딸애는 이미 다 읽어서 알고 있었던 거죠.
 
지금 와서 얘기지만 당시 몇몇 커뮤니티엔 타이거즈 코칭스태프에 대한 원색적 비난은 물론이고, 살해 협박도 심심찮게 올라왔던 것으로 압니다. 그걸 가족들이 읽으셨군요. 
 
하도 그런 소리를 많이 들어서 어느 날 들어가서 올라온 글들을 직접 읽어봤어요. 정말... (잠시 말을 멈춘 뒤) 연예인들이 악플 때문에 자살한다는 얘길 듣고도 실감이 안 됐는데 왜 그랬는지 알겠더군요. 그 뒤로 사람 만나러 약속장소에 갔다가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피해 다니곤 했습니다. 점점 사람들을 점점 안 만나게 되더군요. 
 
왜 프로를 떠나 대학행을 선택하셨는지,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대학에 온 뒤엔 마음이 한결 편합니다. 눈치 보거나 스트레스받는 일 없이 열심히 운동 가르치면 되니까요. 
 
부임 당시 동국대는 대학야구 최강 전력을 갖춘 팀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반면 전임 감독이 입시 비리에 연루돼 자리에서 물러난 뒤라 다소 어수선한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지도자가 자꾸 바뀌고, 왔다 갔다 하고 하니까 선수들 마음이 흔들릴 순 있었을 거에요. 지도 방식이 달라지니까 헷갈렸을 수도 있구요.
 
그래도 빠르게 팀 분위기 안정을 이뤘고, 첫 대회부터 바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멤버가 굉장히 좋았죠. 고영표, 강민국, 양석환, 최병욱 등 4학년 멤버에다 부원 수도 40명이 넘었어요. 남들도 다 저더러 ‘동국대가 최고 멤버’라고 하더군요. 첫 대회에서 하필 동기인 장채근 감독이 이끄는 홍익대와 결승에서 붙었는데, 4-0으로 이기면서 우승을 차지했죠. 
 
사실 감독님의 진가가 드러난 건 첫해보다는 2년 차인 2014년입니다. 기존 주전 멤버가 모두 빠져나간 상황에서도 4개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대학 최강자의 자리를 굳혔으니까요.
 
2013년 주전 선수 중에 12명이 졸업해서 12명 다 프로를 갔어요. 남들이 그러더군요. 동국대는 이제 안 된다고. 오히려 오기가 생겼죠. 멤버가 좋아서 우승했다는 소리 안 들으려고, 겨울부터 선수들을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아마 제가 그렇게 열심히 지도한 건 야구 코치 시작한 이후로 그때가 처음이었을 거에요. (웃음)
 
성과가 있었군요.
 
처음 연습경기 할 때만 해도 고교 팀에게 깨지고, 다른 대학팀과 연습경기에선 완패를 당했어요. 답답했죠. 그런데 경기를 계속 치르다 보니 어린 선수들이 점점 실력이 발전하는 게 눈에 보였어요. 그래도 쭉 치고 올라가더니 4번이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나중에 4학년들 휴식 주고 1학년들 기용한 경기 아니었다면, 전승 우승도 충분히 가능했을 거에요.
 
“다른 팀 감독, 선수들이 ‘동국대는 기본기 강하다’ 할 때 자부심 느껴”
 
[엠스플 인터뷰] ‘100승 감독' 이건열의 '기쁨보다 앞선 걱정'

 
처음 대학야구 감독으로 오면서 ‘내가 감독이 되면 이런 야구를 해야지’ 구상하셨던 게 있나요.
 
‘내 야구를 한번 해보자’는 생각 하나로 왔습니다. 그리고 감독을 하면서 한 가지 세운 원칙이 있어요.
 
그게 뭔가요.
 
선수들이 하기 싫은 걸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 겁니다. 저도 현역 선수 때 돌이켜보면 누가 시켜도 하기 싫은 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 했거든요. 제가 현역 때 싫었던 일이라면, 선수들도 싫어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전 단체 미팅도 웬만하면 안 해요. 훈련도 선수들에게 강요하지 않습니다.

당시 동국대에서 뛴 선수들은 ‘감독님 오신 뒤로 훈련 방식부터 달라졌다’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라서 놀랐다는 반응도 많았구요.
 
일본에 전지훈련을 갔는데 처음에 3일 훈련 후 하루 휴식, 4일 훈련 후 하루 휴식을 줬습니다. 코치 말론 원래 6일 훈련하고 하루를 쉬었다더군요. 뭐, 정답이 어디 있겠습니까. 몸 아픈 선수는 훈련에서 반드시 빠지게 했고, 특정 투수에게만 무리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되도록 한 경기 투구수 100구를 넘기는 투수가 나오지 않게 하려고 했어요. 어린 후배들 데리고 무리시키고 어거지로 이겨서 내 성적 내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대신 ‘기본’을 소홀히 하는 선수에 대해선 엄하셨다구요. 
 
아마추어 야구 선수로서 ‘기본’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커버 플레이 제대로 안 하는 선수, 자기 방망이 안 맞았다고 찡그리고 앉아 있는 선수는 가차 없이 교체했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운동장에서 대충대충 플레이하거나, 야구 잘한다고 건방을 떨지 않아요. 동국대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 것도 그 힘이 아닐까 싶어요. 제일 기분 좋을 때도 다른 팀 선수나 감독들에게 ‘동국대는 기본기가 강한 팀’이란 말을 들을 때에요.
 
선수들의 인성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다 스무 살 넘은 선수들이고 성인이잖아요. 대학 생활, 야구부 생활도 일종의 ‘사회생활’이라 할 수 있죠. 그래서 선수들에게 항상 당부합니다. 수업받으러 학교 갈 때 항상 옷차림 깨끗하게 하고 다니라구요. 원정 숙소 가면 깨끗하게 사용하고, 뒷정리도 반드시 하고 나오게 합니다. 집에서도 아들 노릇 좀 하라고 얘기해요. 자기 이불은 자기가 좀 개고, 집 청소도 하면서 부모님 도와드리라구요.
 
부모님들이 좋아하겠습니다. (웃음)
 
한번은 어떤 부모님이 학교에 오셔서 그래요. “우리 애가 동국대 입학한 뒤에 생활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참 좋았죠. 또 우리가 사용하는 원정 숙소 사장님들도 가끔 전화해서 ‘동국대 선수들 언제 오느냐’고 물어볼 정도입니다.
 
그렇군요.
 
여기선 운동 선수지만 죽을 때까지 야구만 할 건 아니잖아요. 프로에 갈 선수도 있겠지만 사회에 나가서 회사 다니는 친구도 있을 거고, 장사를 하는 친구도 있을 거에요. 어딜 가든 동국대 출신이 ‘야구선수 출신’이라고 욕먹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선수들이 잘 따라줘서 고마울 뿐이죠. 시키지 않아도 다들 알아서 훈련하고, 대학생답게 자기 할 일을 찾아서 하니까요. 그게 동국대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이긴 경기보단 진 경기, 잘 된 선수보다는 잘 안 된 선수가 생각나”
 
[엠스플 인터뷰] ‘100승 감독' 이건열의 '기쁨보다 앞선 걱정'

 
100승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어떤 경기였나요. 아무래도 첫 우승을 차지한 2013 전국대학야구 춘계리그전일까요.
 
물론 첫 우승 기뻤죠. 감독 되고 나서 첫 시즌 첫 대회부터 우승을 했으니까요. 사실 이긴 경기야 수도 없이 많죠. 결승전에서 9회말 끝내기로 우승을 차지한 적도 있구요. 하지만 진짜 제가 잊지 못할 경기는 따로 있습니다.
 
어떤 경기인가요.
 
2015년 9월 21일 열린 전국대학야구 추계리그전 준결승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건국대 상대로 7회까지 7-0으로 앞서고 있어서 당연히 이길 줄 알았죠. 그런데 8회초 3점, 9회초 6점을 주면서 7-9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어요. 그 경기 지고 난 뒤 ‘아, 이게 바로 야구구나’ 깨달았죠. 
 
워낙 보기 드문 역전극이 펼쳐진 경기라, 아마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한동안 화제가 됐습니다. 
 
미리 결승전 생각한다고 너무 여유를 부렸어요. 다음 경기 생각에 잘 던지는 투수를 뺐는데, 그 뒤로는 누가 올라와도 다 얻어맞더라구요. 여유 부리고 건방 떨면 어떻게 되는지 그때 확실히 깨달았죠. 제가 술을 잘 마시는 편이 아닌데, 그날은 난생처음 정신을 잃을 때까지 폭음을 했어요.
 
이긴 경기보단 진 경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지 않습니까. 주제를 바꿔보겠습니다. 지난 6년 동안 함께한 선수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다면, 누구일까요.
 
고마운 친구들이 많죠. 고영표, 양석환은 저 100승 했다고 축하 전화도 해주고, 영표는 경기 없는 날 화분까지 하나 보내줬어요. 프로에 가서 다들 잘하고 있어서 참 보기가 좋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모든 친구들이 영표나 석환이처럼 잘 풀리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런 친구들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워요.
 
잘 된 선수들보다는 잘 안 된 선수들이 더 마음에 남으셨군요.
 
일례도 두산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최동현이란 친구가 있어요. 이 친구가 4학년 때 팔꿈치 수술을 했어요. 본인과 부모님은 참고 던지겠다고 했지만, 저는 1년이라도 빨리 수술하고 재활 잘해서 프로에서 잘하는 게 낫다고 봤어요. ‘어차피 1차 지명받을 선수인데 뭐하러 아픈 거 참고 공을 던집니까. 팀 성적 안 나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얘기하고는 눈 딱 감고 수술을 받게 했죠.
 
참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프로 입단한 뒤 아직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쉬운 마음이죠. 제자들이 다들 잘 풀리고 하면 좋은데 그렇지 못한 친구들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100승 기쁨보다 앞선 대학야구 걱정
 
[엠스플 인터뷰] ‘100승 감독' 이건열의 '기쁨보다 앞선 걱정'

 
가슴 아플 일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요즘 대학야구가 정말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2013년 동국대 멤버 12명이 전원 프로 지명을 받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난해 열린 신인드래프트에서 뽑힌 대학 선수는 110명 중에 19명에 불과했습니다.
 
앞으로 점점 더 줄어들지도 몰라요. 대학야구가 어렵다는 얘기는 몇 년 전부터 계속 나왔잖아요. 이제는 그 단계도 지난 것 같아요. 뭐랄까,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고 해야 할까요. 정말 걱정입니다.
 
최근 대학야구 감독자 협의회가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대학야구에 무관심한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정조준해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말로는 다들 대학야구를 살려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보면 대학야구가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경기장 문제만 해도 그래요.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야구장에서 대회를 해야 많은 사람이 관람하고, 스카우트들도 와서 선수들을 보고 할 텐데 고등학교, 중학교 야구에 밀려 지방에서 대회를 치르는 실정이거든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올해 대학야구 경기를 한 경기도 취재하지 못했습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부산 기장, 전남 순천 등에서 경기가 열리다 보니 찾아가고 싶어도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선수들 보면 참 안타까워요. 금요일 밤에 버스를 타고 경기장으로 출발해서, 일요일 늦게 버스타고 돌아옵니다. 거의 녹초가 되어 와 갖고는 월요일에 다시 학교 수업을 받으러 가야 해요. 쉴 틈이 나질 않아요. ‘정유라 사태’ 이후 특기생 학사행정이 엄격해지면서 이젠 학점을 못 채운 선수는 경기에도 나갈 수 없게 됐습니다. 
 
수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건 농구, 축구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농구장, 축구장은 대학교 캠퍼스 안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운동을 하다 시간이 되면 강의실로 가면 되죠. 야구는 달라요. 야구장이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 동국대만 해도 학교 캠퍼스는 서울 장충동에 있지만, 이곳 야구장은 고양시 일산이잖아요. 운동하다 수업받으러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선수들도 참 힘들겠습니다. 
 
사실 야구선수가 대학 생활을 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친구들도 만나고, 견문도 쌓고, 자격증과 학위를 따서 야구를 안 해도 먹고살 길을 찾을 수도 있구요. 하지만 요즘 고교에서 야구 잘하는 친구들은 죄다 프로에 가서 빠르게 성공할 생각만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대학야구 선수 수급이 점점 어려워지는 거죠. 게다가 요즘 야구 선수들은 수업도 전부 들어야 하고, 주말에는 지방 멀리까지 가서 경기해야 하고... 선수들 보면 참 시대를 잘못 태어나서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선수들도 힘들지만 대학 지도자들이 느끼는 고충도 클 것 같습니다.
 
대학야구가 워낙 침체하고 발전이 없다 보니까, 지도자들도 점점 타성에 젖게 되는 것 같아요. 원치 않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맘대로 되는 게 없으니까, 나중엔 다 포기하고 ‘될 대로 돼라’는 식이 되는 거에요. 어느 순간 보면 저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더라구요. 
 
대학야구 구성원들 모두가 깊은 무력감을 느끼고 있단 말씀이군요. 
 
절에 올라가서 ‘내가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하고 마음을 다잡긴 하는데, 솔직히 요즘엔 예전만큼 낙이 없는 게 사실이에요. 무엇보다, 대학야구가 앞으로도 계속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 정말 걱정입니다. 다시 선수들과 함께 야구하는 ‘재미’를 되찾고 싶습니다. 그런 날이 올 수 있게, 많은 야구팬들이 도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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