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KB손해보험 미들블로커 이선규가 ‘1,000 블로킹’ 금자탑을 쌓았다.
이선규는 지난 11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 홈경기에서 V-리그 남자부 최초로 통산 1,000 블로킹 달성에 성공했다.
경기 시작 전, 그는 기록 달성에 블로킹 단 하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 역사적인 블로킹은 2세트 시작과 함께 나왔다. 2세트 첫 랠리에서 상대 타이스 공격을 이선규가 블로킹해 득점했다. 이날 이선규는 3개 블로킹을 추가하면서 통산 블로킹 개수는 1,002개(이하 모든 기록 11일 기준)가 됐다.
비록 여자부 현대건설 양효진이 지난 6일, 한 발 먼저 1,000 블로킹에 성공해 V-리그 통산 최초에는 실패했지만 대기록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통산 블로킹 1위 이선규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남자부 통산 블로킹 2위 윤봉우는 11일 현재 835개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윤봉우는 부상으로 올 시즌 더 이상 경기에 나설 수 없다. 3위 하현용 또한 743개로 이선규와는 차이가 크다.
블로킹은 한 세트에 한 개 이상 잡아내기 힘든 득점이다. 올 시즌 블로킹 1위 현대캐피탈 신영석 역시 세트 당 0.888개를 기록 중이다. 한 시즌 블로킹 1위가 올리는 블로킹 득점은 백여 개 남짓. 이선규가 세운 기록이 빛이 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나이로 서른여덟. 적지 않은 나이지만 여전히 정상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이선규다. 올 시즌 이선규는 세트 당 블로킹 0.500개(11일 기준)로 블로킹 부분 5위에 올라 있다. 여기에 속공 성공률 56.45%로 이 부분 7위, 여느 미들블로커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그는 V-리그 원년 현대캐피탈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13년 삼성화재를 거쳐 2016년 KB손해보험으로 둥지를 옮겼다. 그 가운데 무려 네 차례(2005, 2005~2006, 2007~2008, 2008~2009 시즌)나 블로킹 상을 수상했다. 프로 뿐 아니라 여러 국제무대에서도 한국 코트 중앙을 지키며 맹활약했다.
이날 이선규는 대기록 달성과 더불어 팀 승리 또한 챙겨 겹경사를 맞았다. 이 승리는 2위 삼성화재를 꺾고 3연승을 달리는 것이어서 의미가 컸다. 올 시즌 KB손해보험에겐 첫 번째 3연승이었다.
이선규는 11일 삼성화재와 경기 후 “겹경사를 맞았다”라며 웃었다. 1,000 블로킹 달성과 함께 승리까지 챙겼다는 의미였다.
이어 4세트 듀스 상황, 본인이 서브에이스로 경기를 마무리 지은 것도 이야기했다. “블로킹 기록을 세운 날인데 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정말 간절했다. 다행히 마지막 내 서브가 네트를 타고 넘어가 에이스가 됐다. 내 기록 달성을 자축하는 득점처럼 느껴졌다. 팀 3연승도, 기록 달성도 모두 기분 좋은 경기였다.”
이선규는 경기 전, 기록 달성에 단 하나 남았던 것에 대해 설명했다. “딱 하나 남은 상황이었다. 사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최대한 빨리 해야겠다는 조바심도 있었다. 다행히 2세트 시작과 함께 기록을 달성한 뒤부터 경기가 잘 풀렸다. 동료들도 내 득점에 같이 기뻐해줬다. 그 덕분에 경기 분위기를 좋게 가져갈 수 있었다.”
쉽지 않은 기록을 달성한 소회도 밝혔다. “어린 시절 팬들이 ‘블로킹 1,000개까지 하세요!’라고 했을 때는 그저 꿈처럼만 느껴졌다. 정말 멀게만 느껴졌던 기록을 달성하게 돼 벅차다. 그 동안 블로킹 하나를 위해 많은 스트레스와 싸웠고 노력을 쏟았다. 그런 것들이 쌓여 이 기록이 있게 했다. 치열하게 싸워 온 내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뒤이어 “이 기록은 1,100개, 혹은 그 이상을 할 수 있도록 내게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언젠가는 깨질 기록이지만 내가 현역으로 뛰는 동안에는 계속 최초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도 전했다.
매 경기 V-리그에 새 발자취를 남기며 ‘기준’이 되고 있는 이선규. 그러나 그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달려 나가겠다는 각오를 말했다. 아직 끝이 아니다. 이선규가 앞으로 써내려갈 그 역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사진/ 더스파이크 DB (신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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