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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26번째 남자' 에드윈 잭슨의 끝나지 않은 도전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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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7 (수) 16:22

                           
[이현우의 MLB+] '26번째 남자' 에드윈 잭슨의 끝나지 않은 도전

 
[엠스플뉴스]
 
프랜차이즈 스타(franchise player)란 한 프로스포츠 구단에 소속되어 오랫동안 활약을 펼친 선수를 말한다. 명확한 기준선을 정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한 팀에서 데뷔해 팬들과 고락을 함께한 구단의 간판급 선수에게 붙는 별칭이다. 이 중에서도 선수 생활의 시작과 끝을 한 팀에서만 한 선수는 원 클럽 맨(one-club man)이라고 불리며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프로스포츠 구단과 첫 계약을 맺은 거의 모든 유망주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 은퇴할 때까지 한 팀에서 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선택받은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현역 생활 동안 이 팀 저 팀을 오가며 활약하다 은퇴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저니맨(Journey man)의 삶이다.
 
저니맨은 프랜차이즈 스타의 반대말이다. 용어 자체는 서양의 중세 수공업에서 장인과 도제 사이에 있는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일감을 받아 생활하는 수공업자를 일컫는 말에서 유래했다. 이는 실로 절묘한 용어 차용이 아닐 수 없다. 
 
프로스포츠를 처음 접한 이들은 저니맨이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팀 저 팀을 떠도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정말로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은 팀을 자주 옮기지도 못한다. 그들은 주축이 될만한 실력을 갖추진 못했지만,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기량을 갖추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팀도 그들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현우의 MLB+] '26번째 남자' 에드윈 잭슨의 끝나지 않은 도전

 
현대 프로스포츠에서 저니맨이란 이렇듯 주전(장인)과 후보(도제) 사이에 있는 선수를 말한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대타 전문타자 맷 스테어스와 최고의 자질을 가진 투수 옥타비오 도텔이다. 두 선수는 13개 팀에 몸을 담으며, 역대 가장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뛴 선수로 남아있다. 그런데 올해 또 한 명의 선수가 이 대열에 합류했다.
 
바로 에드윈 잭슨(34)이다. 6월 초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마이너 계약을 체결한 잭슨은 지난 26일(한국시간) 디트로이트와의 경기에 등판해 6이닝 6피안타 1실점 7탈삼진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다저스에서의 보낸 초창기 5년이 커리어에 미친 영향
 
 
 
잭슨은 1983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미군 조리병이었던 그의 아버지가 서독에 파병을 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세 살 때 미국으로 다시 건너와 조지아주 콜럼버스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는 콜럼버스 고교 재학시절 외야수로서 팀의 조지아주 고교리그 우승을 이끌며 주목을 받았고, 2001년 드래프트 6라운드에서 LA 다저스에 지명됐다.
 
하지만 다저스가 눈여겨본 것은 그의 타격능력이 아닌 강력한 어깨였다. 다저스는 2001년 만 17세였던 잭슨을 루키리그에서 불펜 투수로 등판시켰다. 이후 이듬해에는 선발 투수로 보직을 변경시켰다. 결과는 대성공. 싱글A에서 선발로 나선 잭슨은 짧은 투구 경력에도 불구하고 5승 2패 104.2이닝 평균자책점 1.98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2003년 다저스는 투수 전환 후 2년 만에 더블A에서 7승 7패 148.1이닝 평균자책 3.70을 기록 중이던 잭슨을 메이저리그로 불러들였다. 이해 만 19세였던 잭슨은 빅리그에서 4경기(3선발)에 등판해 2승 1패 22.0이닝 평균자책점 2.45라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잭슨은 이후 2년간 4승 3패 평균자책점 6.75에 그치며, 탬파베이로 트레이드됐다.
 
이미 15년이나 지난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다저스에서 보낸 초창기 5년이 이후 잭슨의 커리어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먼저 잭슨은 프로에 진출해서야 본격적으로 투수로 등판하기 시작했다. 이는 만 34세인 지금도 평균 94마일(151.3km/h)에 육박하는 강력한 패스트볼을 던질 만큼 싱싱한 어깨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이현우의 MLB+] '26번째 남자' 에드윈 잭슨의 끝나지 않은 도전

 
한편, 잭슨은 2012년 이후 커브볼과 체인지업 그리고 컷 패스트볼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두 가지 구종에 의존하는 투피치 투수에 가깝다. 이는 투수로 보직을 옮긴 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잭슨이 새로운 구종을 익힐 겨를도 없이 메이저리그에 콜업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잭슨은 데뷔 후 4년간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빅리그와 마이너를 오가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잭슨은 만 24세였던 2008년부터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에드윈 잭슨이 여전히 빅리그에 남아있을 수 있는 비결은?
 
[이현우의 MLB+] '26번째 남자' 에드윈 잭슨의 끝나지 않은 도전

 
탬파베이 데블레이스가 레이스로 팀명을 변경한 2008시즌 잭슨은 14승 11패 183.1이닝 평균자책 4.42로 팀 내 다승 공동 1위에 올랐고,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로 팀을 옮긴 2009시즌에는 13승 9패 214.0이닝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하며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애리조나로 이적한 2010시즌에는 6월 27일 노히트노런(no-hitter)을 달성하기도 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다섯 시즌 동안 잭슨의 연평균 성적은 12승 10패 199.0이닝 평균자책점 4.06. 팀의 1-2선발을 맡기에는 부족하지만, 부상 없이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3-4선발로서는 모자람이 없는 성적이었다. 5년간 6개 팀을 떠돌며 거둔 이와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잭슨은 마침내 한 구단에 정착할만한 기회를 얻었다.
 
2013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컵스와 4년 5200만 달러라는 거액에 계약을 맺은 것이다. 하지만 이때부터 잭슨의 몰락이 시작됐다. 잭슨은 2013시즌 18패로 다패왕에 올랐고, 2014년 한술 더 떠 6승 15패 평균자책 6.33을 기록했다. 결국 2015년 중반 잭슨은 컵스로부터 방출당한 후 애틀랜타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이후 잭슨은 풀타임 선발 자리를 내려놓게 된다.
 
지난 2년간 잭슨은 4개 팀을 오가며 10승 13패 평균자책점 5.57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그는 끝내 새로운 팀을 찾아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다. 그럴 수 있었던 기본적인 배경은 앞서 언급했듯이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력적인 구위와 내구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노히트노런과 올스타 출전을 비롯해 젊은 날에 보여준 임팩트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현우의 MLB+] '26번째 남자' 에드윈 잭슨의 끝나지 않은 도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한때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던 잭슨은 이제 완벽한 26번째 남자(25인 로스터 밖에 있는 선수를 이르는 관용어)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이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으며, 경쟁을 즐기고 있다. 이것이 잭슨보다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다른 투수들이 사라졌음에도, 그는 여전히 빅리그에 남아있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많은 사람은 정상에 있을 때 물러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끊임없이 도전하는 베테랑의 모습도 그에 못지않은 감동을 준다. 어제를 시작으로 어느덧 빅리그에서 열여섯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잭슨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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