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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리포트] ‘반슬라이크 영입’ 두산 라인업,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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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7 (수) 10:00

                           
| 외국인 타자의 활약이 변변찮은 가운데서도 두산 베어스는 압도적인 리그 1위를 달렸다. 그런데 이런 두산에 메이저리그 홈런타자 출신의 스캇 반슬라이크가 합류한다면 어떨까? 
 
 
[엠스플뉴스]
 
만화나 영화에 나오는 무술 고수들은 실력을 감추기 위해 무거운 모래 주머니를 차고 다닌다. 리그 최강팀 두산 베어스에겐 외국인 타자가 바로 모래 주머니 같은 존재였다. 
 
두산은 10개 구단 가운데 외국인 타자의 팀 공헌도가 가장 낮은 팀이다. 집으로 간 지미 파레디스는 올 시즌 21경기에 출전해 딱 9개의 안타만 때렸다. 타율은 0.138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평균치와 비슷한 수준이고,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는 -0.71승으로 팀의 승리보단 패배에 기여한 바가 컸다.
 
놀라운 건 이런 외국인 타자를 데리고서도 두산 타선이 10개 구단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단 점이다. 6월 26일까지 두산은 리그 득점 1위(475점), 리그 최다루타(1307루타), 팀타율 1위(0.303), 팀OPS 1위(0.855)를 기록했다. 외국인 타자가 야구 좋아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준의 타격을 했음에도 압도적인 공격력을 자랑했다.
 
안 그래도 강한 두산 타선이 앞으로 더 강해질 전망이다. 파레디스 대신 새 외국인 타자로 ‘거포’ 스캇 반슬라이크(Scott Van Slyke)가 합류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26일 보도자료를 내어 반슬라이크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류현진 메이저리그 선발등판 경기 때마다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며 ‘류현진 도우미’로 불리던 선수가 연봉 32만 달러에 KBO리그행을 택했다. 한국 TV 중계방송에 등장하는 시간대도 오전 11시에서 오후 6시 반으로 옮겼다.
 
아버지는 호타준족, 아들은 홈런타자
 
[외국인 리포트] ‘반슬라이크 영입’ 두산 라인업,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반슬라이크는 ‘야구인 2세’ 출신이다. 아버지 앤디 반슬라이크(Andy Van Slyke)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스타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1979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 지명으로 입단해 데뷔 첫해(1983년)부터 1992년까지 10년 연속 빅리그 주전 선수로 활약했다.
 
아버지 반슬라이크는 호타준족 외야수였다. 준수한 공격력에 6시즌 연속 20도루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빠른 발을 자랑했고, 5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차지할 만큼 외야 수비력도 뛰어났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이적 직후인 1987년과 1988년엔 2년 연속 20홈런 이상-30도루 이상을 기록했다. 
 
반면 아들 반슬라이크는 아버지와 거의 모든 면에서 대조적이다. 키 185cm로 몸무게 86kg였던 아버지와 달리 아들은 키 195cm에 100kg의 거구를 자랑한다. 도루가 주특기였던 아버지와 달리 빅리그 통산 도루 11개로 뛰는 야구와는 영 거리가 멀다. 
 
대신 홈런 파워 하나는 일품이다. 2014년엔 212타석 동안 11개의 홈런에 장타율 0.524로 뛰어난 장타력을 과시했다. 우월한 체격조건에 손목을 잘 활용한 스윙으로 큼직한 타구를 외야로 날려 보내는 게 특기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간결하게 치는데도 타구 비거리가 꽤 긴 편이다. 
 
엘리트 코스만 밟은 아버지와 달리, 아들의 메이저리그 여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2005 신인드래프트에서 14라운드(전체 436순위)로 뒤늦게 지명을 받았고, 빅리그 데뷔(2012년)까지는 7년이란 긴 세월이 필요했다. 
 
빅리그 데뷔 이후엔 주로 플래툰 요원과 대타로 제한적 기회만 주어졌다. 재능 넘치는 다저스 외야진에서 ‘파워 원툴’의 반슬라이크가 할 수 있는 역할엔 한계가 있었다. 마이애미 말린스로 이적한 올 시즌엔 한 경기도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채 트리플 A에서만 뛰었다. 서른 두 살 생일을 앞둔 반슬라이크가 한국행을 ‘강하게 원한’ 이유다.
 
‘우타거포-1루 가능’ 반슬라이크, 두산에 딱 들어맞는 카드
 
[외국인 리포트] ‘반슬라이크 영입’ 두산 라인업,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반슬라이크는 최근 몇 년간 슬럼프에 시달렸다. 지난해 트리플A 타율 0.222에 그쳤고 올해도 45경기에서 0.248로 그리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진 못했다. 하지만 최근 활약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다.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296에 3홈런을 기록하며 서서히 타격감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두산 관계자는 “반슬라이크가 5월초 중이염 수술로 전력에서 이탈했다가 6월부터 복귀했다.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면서 몸 상태가 올라왔다고 본다”며 2명의 후보 가운데 반슬라이크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빅리그 무대에서 반슬라이크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볼을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특유의 레그킥 타격폼 탓에 타격 타이밍이 자주 흔들리면서, 타격감을 꾸준히 이어가는 데 애를 먹었다. 
 
올해 들어 반슬라이크는 레그킥 타법을 버리고 토탭(toe-tap)으로 변화를 꾀했다. 비록 빅리그 진입엔 실패했지만, 트리플 A 45경기에서 8홈런 장타율 0.467를 기록하며 여전한 파워를 과시했다. 게다가 KBO리그는 상대적으로 메이저리그에 비해 150km/h 이상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가 적은 편이다. 반슬라이크 같은 타자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다.
 
반슬라이크는 두산의 현재 팀 구성에도 딱 들어맞는 선수다. 김태형 감독은 “기존 거포 좌타자들과 조화를 이룰 우타자 거포가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한 바 있다. 두산 우타라인의 홈런 수는 37개로 10개팀 가운데 9위다. 통산 좌투수 상대 장타율 0.462에 OPS 0.820의 ‘좌완 킬러’ 출신 반슬라이크가 합류하면 무게감이 확 달라질 수 있다. 
 
포지션도 두산이 가장 필요로 하는 1루수와 코너 외야수다. 다른 포지션에선 지구방위대급 공격력을 자랑하는 두산은 유독 1루수(OPS 0.729)와 우익수(0.658) 자리에서만 리그 10위의 인간적인 공격 지표를 기록하고 있다. 1루는 오재일의 부진으로 지난해보다 경쟁력이 떨어졌고, 우익수 자리엔 아직 확실한 주인을 찾지 못했다.
 
반슬라이크는 메이저리그에서 1루수로 65경기, 외야수로 255경기를 뛴 경험이 있다. 반슬라이크가 제몫만 해주면 두산 라인업에서 인간미를 느낄 만한 구석은 조금도 남지 않게 된다. 기존 1루-우익수 요원들의 분발을 자극하는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반슬라이크 영입을 발표한 26일 마산 NC전에서 오재일은 홈런과 볼넷 2개를 기록했다.
 
그간 외국인 타자부터 국내 좌완 선발, 1루수 공격력까지 온갖 모래 주머니를 주렁주렁 달고서도 압도적 리그 1위를 달린 두산이다. 26일까지 2위 한화와 게임차는 6.5게임차에 달한다. 두산의 1위 자릴 위협할 만큼 투타 균형을 갖춘 팀도 눈에 띄지 않는 실정이다. 
 
그런 두산이 이젠 반슬라이크 영입으로 이제 외국인 타자 모래 주머니를 떼어냈다. 1루수 약점과 '우타 거포 부재'란 모래 주머니도 함께 떼냈다. 인간미라곤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외국인 타자 교체 승부수로 본격적인 1위 굳히기에 나선 두산이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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