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비밀번호 끝내고 포스트시즌 진출 이룬 한화-3김 시대에 해결 못한 가을야구 숙제, 초보 한용덕 감독이 달성-비밀번호,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성과 이어가야-가을야구 경쟁력 충분한 한화, 어디까지 올라갈까
[엠스플뉴스]대전에서 가을 향기가 난다. 한화 이글스가 길었던 비밀번호의 사슬을 끊고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한화는 9월 2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1위 두산 베어스를 5대 4로 꺾고 74승 62패, 승률 0.544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티켓을 손에 넣었다. 4위 넥센과 간격도 3.5경기차로 준플레이오프 직행이 거의 확정적이다.‘3김’도 못 푼 한화의 10년 숙원, 초보 한용덕이 풀었다
한화의 가을야구 진출은 김인식 감독 시절인 2007년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이후 김인식, 김응용, 김성근 등 당대의 명장들이 차례로 한화를 거쳐갔지만 10년 동안 하위권만 맴돌았다. 감독을 바꿔봐도, 외부 영입에 거액을 쏟아부어도 좀처럼 잡히지 않던 가을야구가 초보 감독 한용덕 체제에서 마침내 한화의 손에 들어왔다.한 감독 체제에서 한화는 확실히 달라졌다. 한 감독은 팀에 대한 애정이 깊은 레전드 출신 코치들을 불러모았고, 선수단에게 단합을 강조했다. 외부 영입 대신 기존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중시했고, 외국인 영입에서도 몸값과 이름값에 치중하던 기조를 벗어났다. 그 결과 제라드 호잉, 키버스 샘슨이란 ‘복덩이’가 굴러 들어왔다.한 감독은 ‘공격적’인 야구를 추구했다. 선수들에게 눈치보지 않고 자신있는 플레이를 하도록 주문했다. 공격도, 수비도, 주루도, 모든 면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강조했다.볼을 남발하는 투수는 2군으로 내려보냈고, 타자들은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배트를 돌렸다. 통산 팀도루 최하위(2,912개)로 뛰는 야구와는 담을 쌓았던 한화가 올 시즌엔 팀 도루 1위(116개) 팀으로 변신했다.원칙에 충실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유연하고 빠르게 변화에 대처했다. 송은범, 이태양 등 선발 자원을 불펜으로 돌려 뒷문을 강화한 게 대표적인 예다. 초반 시행착오를 딛고 5월 1일 4위로 올라선 한화는 이후 단 한번도 하위권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대전에 진동하는 가을향기, 오래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이제 포스트시즌 진출이란 1차 목표는 이뤘다. 정말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한화에서 앞서 장기간 비밀번호를 끝내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룬 팀은 1989년 태평양 돌핀스, 2008년 롯데 자이언츠, 2013년 LG 트윈스가 있다.이 가운데 태평양은 프랜차이즈가 생긴 이후 8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을 달성했다. 삼미, 청보가 이루지 못한 포스트시즌을 이룬 뒤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을 격파해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지나친 투수 혹사 후유증으로 이듬해부터는 다시 하위권 신세를 면치 못했다.반면 2008년 롯데와 2013년 LG는 그해 가을야구에서는 ‘광속탈락’했지만, 일회성 포스트시즌 진출에 그치지 않고 이후로도 꾸준히 상위권에 오르며 중흥기를 맞이했다. 비밀번호를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상위권 전력을 유지하며 성과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시즌 전 한화는 전문가들로부터 하위권 전력이란 평가를 받았다. ‘리빌딩 시즌’ ‘세대교체 시즌’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으로 조기에 가을야구 진출을 이뤘다.그러다보니 아직 전력상 불안정한 요소가 있는 게 사실이다. 팀 승률은 0.544지만 득실점으로 구하는 기대승률은 0.485로 5할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잘 보여준다.국내선발 육성은 아직 성과를 내지 못했고, 노장이 많은 타선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이제 막 2군과 육성에 투자를 시작한 만큼, 올 시즌 거둔 성과를 앞으로 계속 이어가야 할 한화다.물론 눈앞에 다가온 11년 만의 포스트시즌도 결코 놓칠 수 없다. 한화는 포스트시즌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팀이다. 단기전 승패는 불펜 싸움이 크게 좌우한다. 한화는 리그 최고 수준의 불펜을 보유한 팀이다. 또 정근우, 정우람, 송은범, 권 혁 등 풍부한 우승 경험을 보유한 베테랑 선수들도 있다.한화는 1위 두산 상대로 마지막 2경기를 승리하며 8승 8패 동률도 시즌을 마쳤다. 한화엔 한용덕 감독을 비롯해 두산에서 우승을 경험한 코칭스태프가 여럿이다. 단기전을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잘 알고, 두산을 누구보다 잘 아는 코치진의 존재도 한화에겐 큰 힘이다.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은 이뤘다. 이제는 이 가을야구를 올 시즌 최대한 오랫동안 즐기는 일, 그리고 올 시즌 이후에도 계속해서 진출하는 과제가 남았다. 대전야구장에 가득 퍼져나갈 진한 가을향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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