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이민욱 칼럼니스트] 올 시즌 서부 컨퍼런스에서 가장 놀라운 팀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새크라멘토 킹스일 것이다. 개막 전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적과 경기력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디애런 팍스, 윌리 컬리-스테인 등 여러 선전 요인이 있겠지만, 네만야 비엘리차(208cm, F)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1988년생으로, 세르비아 국가대표이기도 한 비엘리차는 올 시즌 킹스의 주전으로 출전, 평균 11.4득점 5.7리바운드로 활약하며 킹스 선전을 돕고 있다. 3점슛 성공률 47.9%는 리그 전체 4위.
스페이싱을 지향하는 현대 농구에서 반드시 갖춰야 할 포지션인 ‘스트래치 4’의 역할을 잘 해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경기운영을 도우며 동료들의 득점 기회도 살리고 있으며, 재치있는 수비로 팀에 기여도 하고 있다.
그간 유럽과 국제대회에서는 빛을 봤지만, NBA에서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비엘리차의 올-어라운드함이 올 시즌 들어 데이브 예거 감독을 만나 비로소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3일(한국 시간)에 가진 친정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전에서도 비엘리차는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29분간 25득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 2블록을 기록하며 킹스의 승리(141-130)를 도운 것이다. 이에 앞서 시즌 초반인 10월 24일 멤피스 그리즐리스전에서는 시즌 첫 더블더블(11점 11리바운드)과 함께 커리어하이 3블록을, 바로 다음 경기였던 10월 26일 워싱턴 위저즈 전에서는 26득점에 3점슛 6개를성공시키기도 했다. 3점슛 6개도 커리어하이였다.
사실, 유럽 팬들에게 비엘리차의 이런 활약은 어색하지 않다. 그는 유럽을 대표하는 대표 농구선수였다. 2014-2015시즌 유로리그에서는 페네르바체 이스탄불 소속으로 출전해 MVP가 되기도 했다. 세르비아 대표팀에서도 핵심선수로 맹활약을 펼쳤다. 덕분에 비엘리차는 2015년 NBA 미네소타와 3년 계약을 맺으며 미국 농구에 발을 들였고, 3년간 팀의 식스맨으로 주로 경기에 나섰다.
이 시기 비엘리차는 좋은 활약을 펼친 적도 있었으나, 코트에서의 역할이 무척 제한적이었다. 주전 위주의 경기 운영을 펼치는 탐 티보듀 감독은 지금 예거 감독처럼 비엘리차를 크게 신뢰하지 않았다. 결국 2017-2018시즌이 끝나고 비엘리차는 미네소타가 퀄리파잉 오퍼를 철회하며 비제한적 선수(Unrestricted Free Agent) 신분이 되었다.
그러나 새크라멘토 킹스 선수가 되기까지는 다소 부침이 있었다. 모라토리움 기간에 필라델피아 76ERS와 1년 440만 달러에 구두로 합의를 가졌다가 이를 철회한 것이다. 돌연 가족 문제로 유럽에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비엘리차가 입은 유니폼은 유럽이 아닌 NBA 구단 유니폼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선수단 살림을 꾸려온 블라디 디박 단장이 비엘리차에게 적극적인 구애이 메시지를 보냈다. 디박은 비엘리차 세대 선수들이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다. 게다가 새크라멘토에는 페자 스토야코비치)부단장)를 비롯해 세르비아 출신도 있었고, 페네르바체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대표팀 동료 보그단 보그다노비치(198cm, G)도 있었다.
비엘리차는 지난 7월, 《야후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디박의 적극적인 설득에 넘어갔다고 고백했다. 그는 “구단(킹스)의 믿음과 의지가 나와 내 가족들을 매료시켰다. 나는 킹스를 도울 수 있고 새크라멘토 공동체의 일원이 될 준비가 되어 있다”며 계약 배경을 설명했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그는 킹스와 3년 2,05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고,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당시 디박 단장의 비엘리차 영입을 위한 노력도 결실을 맺고 있는 것 같다.
비엘리차의 활약이 봄까지 계속되어 2006년 이후 첫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는 킹스의 ‘소원 성취’에 힘을 보탤 수 있길 기대해본다.
#사진=NBA 미디어센트럴
2018-12-17 이민욱([email protected])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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