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아산/현승섭 기자] 그동안 공격적이지 못했다고 반성한 김정은. ‘3광’이 다 같이 상승세를 탄다면 얼마나 더 무서워질까?
우리은행이 16일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OK저축은행과의 시즌 세 번째 맞대결에서 65-60으로 승리했다. 우리은행은 11승 2패를 기록하며 2위 KB스타즈와의 경기 차를 1.5경기로 벌렸다. 반면 OK저축은행은 3연패에 빠지며 4승 9패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발목 부상에서 회복 중인 크리스탈 토마스가 없이 경기를 소화했다. 다미리스 단타스를 앞세운 OK저축은행에 우리은행이 골밑에서 절대적인 열세에 시달릴 것이라 예상된 경기였다. 그러나 여기서 김정은이 진가를 발휘했다. 김정은은 단타스를 상대로 골밑에서 최대한 버티며 협력 수비를 유도했다. 게다가 4쿼터에만 10득점을 몰아넣으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김정은은 이날 경기에서 19득점 7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더불어 개인 통산 3점슛 500개 성공(통산 9위)이라는 영예도 챙겼다.
김정은은 진이 빠진 듯한 표정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체력소모가 엄청났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김정은은 “팀이 위기 상태였다. 2연패 중이었는데 토마스마저 부상을 당해서 선수들이 엄청나게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토마스가 없는 두 경기를 모두 잡아서 다행이다. 외국 선수 없이 승리를 거둔 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고 승리소감을 말했다.
김정은은 이날 경기에서 3점슛 3개를 넣으며 역대 9번째로 3점슛 500개 성공 반열에 올랐다. 김정은은 기록에 살짝 민망해하는 눈치였다. 김정은은 “오래 뛰다보면 기록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내가 원래 3점슛을 많이 던지는 선수가 아니다. 기록을 보니 ‘내가 여기서 오래 뛰었구나’라고 생각했다(웃음)”며 겸손하게 대답했다.
김정은은 빅맨이 없는 우리은행 특성상 수비 시 상대 빅맨을 막아야 한다. 크리스탈 토마스가 없었던 이날 경기에서는 그 부담이 배가 됐을 터. 이날 경기의 단타스에 대한 수비를 묻는 질문에 김정은은 “단타스는 막을 수가 없다. 힘도 좋고 기술도 좋다. 나는 최대한 단타스에게 좋은 자리만 내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선수들이 협력수비를 할 시간을 벌었다. 선수들이 잘 도와줬다. 줄 점수는 다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단타스는 이날 경기에서 20득점을 기록했다.
이어서 김정은은 “때때로 몸싸움이 겁나기도 한다. 몸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작년보다는 힘을 분배하는 요령이 생겼다. 40분 내내 힘으로 막으면 내가 버티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은행 자체 수비 조직력이 좋아서 내 수비가 좋아 보이는 것이다. 팀원들의 도움이 있어서 잘 막을 수 있었다”며 이날 수비의 공을 팀 동료들에게 돌렸다.
우리은행에는 박혜진, 임영희, 김정은 등 해결사가 즐비하다. 이들은 소위 ‘3광’으로 불리고 있다. 서로에게 의지하는지 묻는 질문에 김정은은 자기 반성을 하기 시작했다.
“팀이 이기고 있어서 그렇지 내 공격력은 떨어지고 있었다. 이전 경기를 되돌아보면 공격시도도 적고 공도 많이 잡고 있지 않았다. 공을 받으러 다니지 않고 피해 다니는 내 모습을 비디오로 봤다. 스스로 한심하다고 느꼈다. 시즌 초반에 (임)영희 언니가 아직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내가 공격적으로 했었다. 그런데 영희 언니가 좋아지고 (박)혜진이도 득점포가 터지는 사이에 내가 그동안 미루고 있었다. 나는 그저 혜진이나 영희 언니에게 미루는 듯 빼주는 일만 하고 있었다. 우리 셋은 공존하면서 서로 득을 보는데, 그동안 내가 사실 공격 면에서는 구멍이었다. 오늘은 슛이 터져서 좀 풀린 것도 있지만, 오늘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 공격 횟수를 늘리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공격이 잘 풀렸던 것 같다. 감독님도 결국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렸다고 하셨다. 결국 나는 스스로를 챙겨서 다른 두 명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
이어서 김정은은 자신이 ‘3광’ 대열에 낀 것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김정은은 “나는 솔직히 3광에 끼지 않는다. 좋은 팀에 있으니 낀 거지, 나는 팀이 통합 6연패를 달성하는 동안 크게 공헌 한 것도 없다. 그래서 좀 민망하다. 좋은 팀에서 좋은 선수를 만나서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지난 시즌에 데뷔 후 처음으로 통합 우승을 맛봤다. 게다가 챔피언 결정전 MVP도 수상했다. 이룰 것은 다 이룬 지난 시즌. 현재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13년 동안 우승을 간절히 원했었는데, 막상 이루니 공허한 기분을 느꼈다. 다시 어떻게 시작하나 걱정을 한다. 그래도 이젠 2번째 시즌이니 좀 더 여유를 가지려고 한다. 지난 시즌에는 내심 우승 욕심을 부렸는데, 이제는 우리은행 선수답게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우리은행은 6인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3광을 제외한 동생들, 최은실, 김소니아, 박다정의 고생도 만만치 않았다. 끝으로 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받은 김정은은 “우리가 여기에 오기까지 어린 선수들이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굉장히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다. 질문도 많이 하고, 언니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려고 한다. 각자 책임감 있게 경기에 임하는 그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며 동생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사진=WKBL
2018-12-17 현승섭([email protected])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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