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맨'으로 거듭난 김호남 "팬들 응원 덕에 빠르게 맘 붙였죠"
제주에서 이적한 이후 2골 터뜨리며 부활…"단순하게 생각했던 게 약 된 듯"
"인천의 공통분모는 '배고픔'…거짓 없이 뛰는 선수로 기억 남고 싶어"
(인천=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힘들 때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이 진짜 은인이라잖아요. 저한테는 인천 팬들의 그래요."
'인천맨'으로 거듭난 김호남(30)은 푸른색 유니폼이 더는 어색하지 않았다.
22일 인천의 한 카페에서 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의 김호남을 만났다.
훈련이 끝난 직후임에도 깔끔하게 세운 머리로 카페에 들어온 그는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트레이드 과정에서 받았던 상처는 말끔히 털어버린 모습이었다.
2016년부터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김호남은 지난 7월 갑작스레 인천 남준재와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두 선수 모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갑작스러운 트레이드였다.
김호남은 "오전까지 코치님과 슈팅 훈련을 진행하면서 다음 경기를 준비 중이었는데, 그날 점심때 이적 통보를 받고 바로 짐을 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그는 홀로 인천행 비행기에 올랐다. 쌍둥이를 임신한 만삭의 아내는 제주에 남았다. 인천에 집을 새로 구하기까지는 몇주가 더 걸렸다.
김호남은 "프로니까 내 의사와 관계없이 팀을 옮길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아내가 임신 중인 것을 구단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사전에 아무런 언질도 없었던 부분은 솔직히 서운했다"고 털어놨다.
아쉬움도 컸지만, 김호남은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았다.
첫 경기에 출전하기 전 그는 유상철 인천 감독을 따로 찾아갔다.
유 감독이 원하는 축구가 무엇인지, 자신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어떤 것인지 묻기 위함이었다.
유 감독은 김호남에게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는 성실성과 프로의식을 계속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김호남은 응원 섞인 이 조언 덕분에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마음이 가벼워지자 경기력은 살아났다.
이적 전까지 제주에서 17경기 무득점에 그쳤던 김호남은 인천에 합류한 후 2골을 터뜨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10일 인천의 '천적'이던 수원 삼성전에서는 결승 골을 넣어 팀의 최하위 탈출을 이끌었다.
김호남은 "인천에 합류하고 난 후 경기 외적인 것들에 대한 생각은 접어두고 내가 할 수 있는 축구에만 집중했다"며 "생각이 단순해지고 나니 원하는 플레이가 나왔다"고 했다.
인천은 김호남 외에도 여름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외국인 용병도 바뀌었고 단기 임대로 팀에 합류한 선수들도 있었다.
조직력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새 옷을 입은 인천의 '신입생'들은 빠르게 호흡을 맞춰나갔다.
김호남은 "여기 모인 선수들은 모두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다양한 형태로 인천에 합류했지만, '배고픔'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두 여기가 아니면 끝이라는 마음으로 뛰기 때문에 단합이 잘 되는 것 같다"며 "새로 온 선수들에게 자리를 내준 기존 선수들도 아쉬운 내색 없이 응원과 격려를 보내준다"고 전했다.
김호남은 인천에 빠르게 정을 붙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팬들의 응원을 첫손에 꼽았다.
그는 "첫 경기였던 FC 서울전에서 인천 팬들이 예상보다 너무 큰 응원을 해주셔서 울컥했다"며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따듯한 환대에 큰 감동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군대에 다녀온 후 처음으로 편지를 전해주는 학생 팬도 만나봤다"며 "인천 팬들이 열정적이라는 것은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미래의 포부를 묻는 말에 김호남은 "인천에서 오래 뛰고 싶지만, 팀 상황에 따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프로"라면서도 "경기장에 있는 동안 만큼은 거짓 없이 모든 것을 쏟아붓는 선수로 인천 팬들의 기억에 남고 싶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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