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두산 베어스 구단 버스를 운전하는 한기상 주임
-한기상 주임이 떠올린 김경문 감독님과의 오랜 추억
-한기상 주임의 장인 정신 “내가 직접 점검하고 세차해야 안심된다.”
-“정년까지 무사고로 선수단을 데려다주고 싶다.”
[엠스플뉴스]두산 베어스는 2016년 이후 2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컵을 탈환했다. 144경기라는 장기 레이스에서 정상에 오르려면 꾸준함이 필요하다. 그 꾸준함을 위해서 앞에서 끌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잘 보이지 않는 뒤에서 힘껏 밀어주는 사람도 필요하다.물론 우승을 직접 이끈 선수단과 코치진이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박수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뒤에서 묵묵히 뒷받침해주는 구단 직원들도 더욱 큰 박수 소리를 들으면서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그런 ‘그림자 내조’가 있었기에 선수단이 마음 편하게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무엇보다 경기에 지친 선수단을 태우고 안전하고 편안한 야간 운전에 신경 쓰는 구단 버스 직원들이 보이지 않는 우승 공신들이다. 두산엔 16년째 ‘베어스 운전대’를 잡고 선수단의 발 역할을 대신한 ‘버스 장인’이 있다. 바로 한기상 주임이다.2003년 두산에 입사한 한기상 주임은 16년이 넘는 세월 동안 두산 선수단과 함께했다. ‘안전’은 그의 첫 번째 가치다. 한기상 주임은 버스 운전 경력 내내 무사고 운전으로 버스 장인다운 실력을 보여줬다. 장인의 사명감도 느껴졌다. 한기상 주임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버스 장비를 점검하고 세차도 기계가 아닌 ‘수제 세차’를 한다.운전대를 잡았을 때가 가장 행복하단 한기상 주임은 선수단의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단 한 마디에 뿌듯함을 느낀다. 베어스 운전대를 놓는 그 날까지 무사고로 안전하게 선수단을 편하게 데려다주고 싶단 한기상 주임의 바람을 들어봤다.16년 넘게 두산 선수단의 발이 된 한기상 주임
‘버스 장인’을 뵙게 돼 영광입니다. 16년이 넘도록 두산과 함께하셨습니다.(잠시 상념에 잠기며) 어느새 세월이 그렇게 지났는지. 2003년 두산 입사 때 나이가 43세였는데 이제 환갑을 바라보고 있습니다.야구단 특성상 이동이 불규칙적이고, 이동 거리도 깁니다. 편한 일과는 분명히 아닐 듯싶습니다.시즌 일정에 따라 움직이니까 일과가 유동적입니다. 지방 경기를 가면 야구장에 선수단을 내려주고 숙소에서 쉬다가 다시 경기가 끝날 때 데리러 가요. 아무래도 2연전 체제가 도입된 뒤에 선수단도 그렇고 더 피곤해졌어요. 올 시즌엔 서울·대구·인천·부산·서울을 한 주 동안 이동했는데 13년 경력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웃음).야간 운전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물론 야간 운전이 피곤한 편이지만, 오래 전부터 경험이 많이 쌓였잖아요. 제가 밤잠이 없는 스타일이라 졸음운전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될 수 있으면 선수단이 편안하게 이동하도록 진동 없이 운전하려고 노력합니다.제대로 쉴 시간이 없겠습니다.지금은 그래도 많이 나아졌죠. 원정 경기를 다녀오면 하루 휴식을 취하니까요. 처음엔 월요일 아니면 쉬는 날도 없었습니다. 동창회나 친목 모임은 꿈도 못 꿨죠. 전지훈련을 따라갈 때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편하게 노는 것보단 성실하게 움직이는 자세가 더 필요하다고 봐요.구단 버스를 운전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었을 텐데요.10여 년 전 추석 연휴 때 대구 원정을 내려가는데 차가 엄청 막히더군요. 추풍령 휴게소에 들어가야 하는데 차들이 움직일 기미가 안 보였습니다. 휴게소가 눈앞에 보이는데 한 시간 넘게 서 있었죠. 그래서 휴게소 입구 근처에 차를 세우니까 선수들이 화장실을 가려고 뛰어 들어갔습니다. 또 부산에 태풍이 왔는데 버스가 흔들릴 정도로 심했어요. 그래도 어떻게든 경기 전에 도착해서 안도했던 기억이 납니다.김경문 감독과의 오랜 추억을 꺼내다
그간 여러 감독과 함께 움직였겠지만, 특히 김경문 전 감독과 오랜 기간 함께 했다고 들었습니다.두산에 입사할 때 딱 김경문 감독님이 부임하셨죠. 보통 감독과 코치진이 1호 차에 탑니다. 제가 처음부터 1호 차를 운전했으니까 2011년까지 오랫동안 함께 움직였습니다. 김경문 감독님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분입니다. 추억이 참 많습니다.어떤 추억이 있었을까요.김경문 감독님은 정말 화통한 리더십이 돋보이는 분이셨죠. 선수들을 직접 꾸짖거나 말을 많이 하시는 편은 아니었는데 버스에서 가끔 ‘프로는 프로답게 경기해야 한다’며 짧고 굵게 메시지를 전하기도 하셨습니다. 저에겐 따뜻한 격려 한 마디라도 더 건네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NC 다이노스 감독으로 가셨을 때도 항상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김경문 감독은 버스 안에서 잠을 잘 청하는 편이었습니까.(고갤 내저으며) 거의 안 주무시는 편이었죠. 제가 감독이라는 직업을 안 해 봤지만, 옆에서 지켜보니 신경이 정말 쓰이고 속이 터질 때도 많더라고요. TV를 주로 보시다가 제 옆으로 오셔서 고생한다고 격려도 해주셨죠. 감독님이 ‘감독을 하면 사람이 망가지고 늙는다’고 말씀하신 게 기억나네요.김진욱 감독과 송일수 감독과도 함께 지낸 기억이 있겠군요.김진욱 감독님은 정말 사람이 좋으신 분이죠. 싫은 소리 하나 안 하시는 신사였어요. 항상 부드럽게 얘기하셨습니다. 송일수 감독님은 1년 동안 잠시 계셨고, 한국말이 서투셔서 크게 얘길 나눈 적은 없었네요.(한기상 주임은 2015년 김태형 감독 부임과 함께 순환 보직 근무 형태로 2군 버스 운전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2군 버스를 담당한 한기상 주임은 올 시즌부터 다시 1군 버스 운전을 맡게 됐다)오랜 기간 두산에 있었지만, 2015년에서야 팀의 우승을 봤습니다. 감흥이 남달랐을 텐데요.사실 저는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정말 우승하는 줄 알았어요. 1·2차전에서 승리한 뒤 3차전에서 다니엘 리오스와 당시엔 신인 투수인 김광현이 붙었죠. 끝났다 싶었는데 김광현 선수가 대단한 투구를 보여주더군요. 이후 이상하게 우승 문턱에서 계속 무너졌습니다. 다행히 2015년에 입사 뒤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지켜봤죠. ‘드디어 해냈구나’라는 생각에 정말 행복했습니다.“승리 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
이제 유년 시절 얘길 들어보려고 하는데요. 어릴 때부터 운전에 관심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고향이 강원도 화천인데 그때 집안이 잘살았어요. 부모님께서 대학을 보내주겠다고 하셨는데 이상하게 어릴 때부터 버스 운전이 멋있어서 꼭 하고 싶더라고요. 이미 중학교 때부터 운전과 관련한 이론은 다 습득한 상태였죠. 버스를 타서도 기사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면서 질문도 많이 한 기억이 납니다(웃음).대형 운전면허를 한 번에 따셨겠군요.당연하죠(웃음). 보통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공식도 안 썼어요. 결국, 부모님 몰래 버스 운전을 배우고 곧바로 버스 회사에 취직했습니다.타고난 실력인가요(웃음).처음 고속도로에서 버스를 운전한 기억이 생생해요. 약간 불안했지만, 너무 편안하게 운전하는 저 자신에 놀랐습니다. 정작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버스엔 잘 타지 않는 편입니다. 제가 직접 운전해야 마음이 편하거든요(웃음).무사고 운전의 비법이 궁금합니다.아무래도 오랜 경험에서 나오지만, ‘설마’, ‘이건 아닌가’ 싶을 때 그걸 하지 않는 거죠. 100% 안전하다고 느낄 때 움직입니다. 다른 차가 불안하게 느껴지면 추월을 절대 안 해요. 또 버스 운전 전에 준비를 꼼꼼하게 해야죠.버스 점검이나 세차를 직접 손으로 한다고 들었습니다.버스 관리를 스스로 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운전 전에 일찍 와서 철저하게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조심해서 나쁠 게 없죠. 세차하더라도 기계 자동 세차를 하면 흠집이 많이 나요. 조금 힘이 들어도 관두는 날까진 제가 직접 손수 닦으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사명감’이랄까. 그런 게 있는 거죠.야구도 어렸을 적부터 좋아한 건가요.어렸을 때부터 축구나 스케이트를 좋아했습니다. 오히려 야구는 하나도 몰랐죠. 야구단에 입사해서야 야구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야구를 알고 보니까 정말 재밌더군요. 작은 공을 가지고 머리를 써야 하니까요.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이제 타구 소리만 들어도 안타나 홈런인 게 느껴집니다(웃음).구단 버스를 운전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 언제인가요.프로는 승부의 세계잖아요. 버스에서 편하게 쉰 우리 선수단이 경기에서 이기면 뿌듯하죠.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만 들어도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얘길 쭉 들어 보니 버스 운전대와 뗄 레야 뗄 수 없는 운명인 듯싶습니다.버스 점검을 꼼꼼히 한 뒤 선수단을 잘 태워서 안전하게 숙소에 도착해야 마음이 편해집니다. 정년퇴임까지 무사고로 우리 선수단을 안전하게 데려다주고 싶죠. 꿈이라기보단 그게 제가 가장하고 싶은 일입니다. 저는 운전대를 잡을 때가 가장 행복하죠. 이게 제 운명인 것 같습니다.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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