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크스부르크, 주포 핀보가손 부상으로 결장. 그레고리치 최전방 원톱으로 전진시키면서 구자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 구자철 선제골 포함 패스 성공률 82.6%로 팀내 독보적 1위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아우크스부르크가 간판 공격수 알프레드 핀보가손의 부상 공백 속에서도 3-0으로 승리하며 분데스리가 7위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 '주축 빠진' 아우크스부르크, 값진 대승 거두다
아우크스부르크가 WWK 아레나에서 열린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의 2017/18 시즌 분데스리가 21라운드 홈경기에서 3-0 대승을 거두었다.
이 경기를 앞두고 아우크스부르크는 핀보가손과 제프리 하우레우가 모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비형 미드필더 라니 케디라는 경고 누적으로 프랑크푸르트전에 출전할 수 없었고, 주전 오른쪽 측면 수비수 다니엘 오파레는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더 이상 뛰기 싫다는 의사를 밝혀(샬케 감독 도메니코 테데스코와 불법접촉한 사실이 언론에 포착됐다) 내부 징계를 받았다.
이로 인해 아우크스부르크는 선발 라인업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했다. 하우레우와 오파레의 빈 자리는 유스 출신 선수들인 케빈 단소와 라파엘 프람베르거가 대체했다. 케디라의 역할은 백업 중앙 미드필더 얀 모라벡이 대신 메웠다. 주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미하엘 그레고리치가 최전방 공격수로 전진 배치됐고, 후반기 들어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구자철이 중앙으로 이동했다. 대신 마르첼 헬러가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섰다.
핀보가손은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 3위(11골)를 달리고 있는 아우크스부르크 주포이다. 수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하우레우와 케디라, 오파레가 동시에 결장했다. 공수 전반에 걸쳐 큰 전력 누수가 발생한 아우크스부르크였다.
게다가 상대 프랑크푸르트는 이번 시즌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20라운드까지 분데스리가 4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래저래 아우크스부르크 입장에서 고전이 예상될 수 밖에 없었던 경기였다.
하지만 아우크스부르크는 평소대로 허리부터 수비까지 단단하게 닫은 채 프랑크푸르트의 공격을 괴롭혔다. 이에 더해 효과적인 역습과 집요할 정도로 적극적인 측면 공격을 통해 프랑크푸르트 스리백의 배후를 공략해 나갔다. 특히 분데스리가 도움 1위를 달리고 있는 왼쪽 측면 수비수 필립 막스와 왼쪽 측면 미드필더 카이우비가 아우크스부르크의 공격을 주도했다.
무엇보다도 구자철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선발 출전이 주효했다. 구자철은 경기 시작 2분 만에 프람베르거의 전진 패스를 힐 패스로 내주는 척하면서 그냥 흘려주었고, 이를 그레고리치가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골대를 빗나갔다. 비록 골이 되진 않았으나 상대 수비수들의 시선을 속이는 구자철의 센스가 빛나는 장면이었다.
이에 더해 구자철은 중요한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19분경 수비형 미드필더 다니엘 바이어의 중거리 슈팅이 프랑크푸르트 중앙 미드필더 케빈-프린스 보아텡 다리에 맞고 굴절된 걸 페널티 박스 안에서 잡아낸 구자철은 좁은 공간에서 영리한 터닝 동작에 이은 침착한 볼 터치로 상대 수비수 시몽 팔레트와의 간격을 벌린 뒤 다리 사이를 관통하는 정교한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사실상 이 골이 결정적이었다. 프랑크푸르트는 20라운드까지 단 20실점으로 바이에른 뮌헨(16실점)에 이어 최소 실점 2위를 달리고 있기에 분데스리가 4위까지 올라올 수 있었으나 팀 득점은 26골로 최다 득점 11위에 그치고 있는 전형적인 수비 위주의 팀이다. 즉 선제 실점은 프랑크푸르트에게 있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아우크스부르크는 한층 더 수비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프랑크푸르트의 배후를 공략해 나갔다. 반면 프랑크푸르트는 무리해서 공격적으로 나서다 실수를 연발하면서 자멸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우크스부르크는 후반 31분경 카이우비의 헤딩 패스를 그레고리치가 환상적인 터닝 슈팅으로 추가 골을 넣으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마지막으로 교체 투입된 아우크스부르크 유스 출신 공격수 마르코 리흐터가 프랑크푸르트 수비수 카를로스 살세도의 패스를 가로채어 볼을 몰고 가다 과감한 왼발 슈팅으로 3-0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아우크스부르크 공격에 있어 막스와 함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핀보가손이 결장했기에 득점에 있어 문제가 발생할 위험성이 많았던 경기였다. 하지만 핀보가손 대신 원톱으로 전진 배치된 그레고리치가 시즌 9호골을 넣었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오랜만에 선발 출전한 구자철도 후반기 4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상승 무드를 이어갔다. 게다가 유스 출신 공격수 리흐터가 데뷔골을 넣었다. 이래저래 아우크스부르크 입장에선 의미있는 대승이었다.
무엇보다도 프랑크푸르트전에 승리를 거두면서 아우크스부르크는 분데스리가 7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4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승점 차는 단 3점.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이 가시권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반면 프랑크푸르트는 승리했다면 2위 진입이 가능했지만 패하면서 6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 구자철은 중앙 공미가 제격
역시 구자철에겐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가 제격이었다. 이번 시즌 구자철은 전반기 내내 3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으나 겉도는 문제를 노출했다. 이로 인해 후반기 3경기에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고, 18라운드 함부르크전에선 골을 넣으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으나 구자철 스타일 자체가 전형적인 측면 미드필더가 아니다 보니 측면 공략에 있어선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실제 구자철은 19라운드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전과 20라운드 쾰른전에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키커 평점 4점에 그쳤다(키커지 평점은 1점부터 6점까지 주어지고, 점수가 낮을수록 좋은 평점에 해당한다. 즉 평점 4점은 평균 이하를 의미한다). 아우크스부르크의 최대 약점이 오른쪽 측면이다 보니 팀 사정상 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일 뿐, 구자철에게 최적의 포지션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하지만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이번 경기에서 구자철은 키커 평점 2.5점을 받으며 아우크스부르크 수비수 마틴 힌터레거(평점 2점)에 이어 공동 2위에 해당하는 높은 평점을 받았다. 승부에 있어 견인차가 되는 선제골을 넣었고, 센스 있는 움직임을 선보였으며, 무엇보다도 패스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구자철의 패스 성공률은 82.6%로 아우크스부르크 선수들 중에선 독보적으로 높은 성공률을 자랑했다(나머지 아우크스부르크 선수들의 패스 성공률은 70%를 채 넘기지 못했다).
구자철에게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가 가장 적합하다는 건 과거를 돌이켜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구자철이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좋은 활약상을 펼친 시기는 항상 붙박이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던 시즌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구자철은 대부분의 시즌 동안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는 물론 좌우 측면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구자철은 2011/12 시즌 후반기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임대로 뛰면서 15경기에서 5골 2도움과 함께 강등 위기의 팀을 구해냈다. 2015/16 시즌엔 8골 4도움을 올리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핀보가손이 6주 가량 결장할 예정이다. 즉 최소 6경기 가량은 핀보가손 없이 경리를 치러야 한다. 핀보가손이 복귀한다면 구자철은 다시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 전까지는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중책을 수행할 예정이다. .
한편 분데스리가 공식 트위터는 구자철이 골을 넣자 "2018년은 그의 해가 될까? 전반기에 무득점이었던 구자철이 후반기 2경기에서 연달아 골을 넣고 있다"라는 문구와 함께 골 세레모니 사진을 올렸다. 전반기 내내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린 아우크스부르크가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 속에서도 후반기에도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구자철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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