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굶주린 맹수만큼 위협적인 존재는 없다. 3년 만의 가을야구를 노리는 삼성 라이온즈도 마찬가지다. 비록 희박한 확률이지만, 한 번 문 상대를 끝까지 놓지 않는 집중력을 선보였다.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삼성은 여전히 가을을 포기하지 않았다.
[엠스플뉴스]단군 신화에서 유래된 개천절에 사자와 호랑이가 제대로 맞붙었다. 맞대결의 결과는 5위 싸움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3경기 차 혹은 1경기 차라는 다른 결과가 의미하는 차이는 컸다.더 주목받은 건 마운드 대결이었다. KBO리그의 현재와 미래가 맞붙었다. KIA 타이거즈는 명실상부 에이스 양현종, 삼성 라이온즈는 특급 신인 양창섭을 선발 마운드에 올렸다. KIA가 3회 초 얻은 2점의 선취 득점은 의미가 없었다. 양현종은 2대 2로 맞선 3회 말 이원석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맞았다. 이후 양현종이 갑작스러운 오른쪽 옆구리 통증으로 빠지면서 경기 양상이 완전히 뒤바뀌었다.마치 굶주린 사자처럼 삼성은 KIA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4회 말 3득점을 더한 삼성은 5회 말에만 무려 장단 8안타 11득점으로 K.O. 펀치를 날렸다. 6회 말에도 추가점으로 총 20득점을 맞춘 삼성은 20대 5로 KIA를 대파했다. 시즌 66승 4무 71패를 기록한 6위 삼성은 5위 KIA(66승 69패)를 한 경기 차로 추격했다.‘가을’이 절박해진 삼성, 포기 없이 끝까지 달린다
사실 삼성은 답답하다. 한껏 날카로운 발톱을 내세웠지만, 먹잇감을 도저히 만나기가 힘들다. 삼성의 잔여 일정이 불과 3경기만 남은 까닭이다. 삼성은 우선 남은 3경기에서 전승을 거두고 잔여 경기가 많이 남은 KIA와 롯데의 경기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삼성이 전승 시 KIA가 4승 5패 이하, 롯데가 7승 3패 이하의 성적을 거둬야 극적인 뒤집기가 가능하다. KIA 혹은 롯데와의 남은 맞대결이 없기에 쉽지 않은 삼성의 분위기다.그래도 가을을 포기할 수 없는 삼성이다. 잔여 경기가 많은 게 오히려 경쟁 팀에 부담일 수도 있다. 삼성은 남은 3경기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총력전이 가능하다. 10월 6일 수원 KT WIZ전에 팀 아델만, 9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에 리살베르토 보니야, 시즌 최종전인 13일 대구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다시 아델만을 선발 마운드에 올릴 수 있다. 선발 자원인 백정현과 양창섭도 모두 불펜에서 대기할 분위기다. 전승 가능성도 충분하다.무엇보다 3년이 넘도록 가을야구를 맛보지 못하는 건 삼성에 꽤 어색한 상황이다. 굶주린 사자의 절박한 심정으로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해서 승리한다면 경쟁 팀이 오히려 쫓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삼성 관계자는 “조금의 가능성이 있는 한 포기란 없다. 우선 우리 경기에 집중해서 승리를 거둔 뒤 하늘의 뜻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가을야구를 향한 절박함을 내비쳤다.베테랑 타자 박한이도 가을야구 참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한이는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더 악을 써야 한다. 한 번이라도 위에 올라가야 어린 선수들이 위에서 노는 맛을 안다. 그러면 내려오기 싫은 마음이 저절로 들 것”이라며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체계적인 리빌딩 구상, 삼성 왕조 재건은 머지않았다
당장 올 시즌 가을야구 진출을 꿈꾸고 있지만, 내년, 그리고 내후년이 더 기대되는 삼성인 것도 사실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착실하게 키우는 젊은 마운드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올 시즌 리그 최고의 불펜 셋업맨으로 활약하는 최충연(68G 8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 3.69)은 내년부터 선발 투수로 보직을 전환할 계획이다.신인 투수로서 인상적인 활약을 준 양창섭(6승)과 최채흥(3승)도 이번 경험을 토대로 내년 시즌에 한 단계 더 발전한 공을 보여줄 거로 기대된다. 재활 중인 기대주 장지훈과 2019 신인 1차 우선지명으로 입단하는 원태인도 내년 1군 합류 가능성이 점쳐진다.또 외국인 잔혹사를 씻어준 아델만과 보니야가 재계약에 성공해 내년 시즌 더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준다면 삼성은 리그 수준급 선발진을 보유할 수 있다. 두 투수는 팀이 원했던 꾸준함을 올 시즌 내내 잘 보여줬다. 이외에도 권오준·우규민·장필준·백정현 등 젊은 투수들의 뒤를 받쳐줄 선배들의 존재감도 기대되는 상황이다.야수 전력도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점점 탄탄해지는 분위기다.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3루수 이원석은 올 시즌 생애 첫 20홈런·90타점 달성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만년 유망주’로 불린 외야수 김헌곤도 올 시즌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과 70타점으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다. 군 문제가 있었던 박해민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로 내년 시즌 삼성에서 활약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다소 아쉬움이 있던 2루수 자리엔 내년 시즌부터 뛸 중고 신인 이학주가 해결책이다. 풀타임 시즌을 소화할 체력이 관건이지만, 이학주가 자리를 잘 잡는다면 내년 삼성 타선의 빈틈은 찾아볼 수 없을 전망이다.물론 극적인 뒤집기로 3년 만의 가을야구를 맛보는 게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가을에 굶주린 사자의 끈질긴 포효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삼성 팬들은 만족스럽다. 체계적인 리빌딩 계획으로 내년, 그리고 내후년 더 강해질 삼성이 기대되는 까닭이다. 왕조 재건을 치밀하게 꿈꾸는 삼성의 큰 그림을 보고 있는 셈이다.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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