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의 '인민날두' 안병준 "경계인이니까 드릴 기쁨도 3배"
량규사·안영학·정대세 이은 4번째 '북한 대표' 경력 K리거
개막 4경기 연속골 폭발…총 5골로 득점 공동선두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저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축구로 기쁨을 드리고 싶어요. (경계에 있는) 저니까 더 많이 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각 개막한 프로축구가 4라운드까지 소화한 현재,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선수는 K리그1이 아닌 K리그2(2부 리그) 수원FC 소속의 공격수 안병준(30)이다.
4경기 연속골, 총 5골로 득점 선두에 오른 그에게 팬들은 '인민날두'라는 별명을 붙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처럼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는 '북한 선수'라는 뜻이다.
안병준은 량규사, 김명휘, 안영학, 정대세에 이어 5번째로 K리그 무대를 밟은 조총련계 선수다. 이 가운데 북한 대표 경력을 가진 K리거는 안병준이 량규사와 안영학, 정대세에 이어 4번째다.
일본에서 일본의 축구를 배웠고, 북한 대표팀에서 뛴 경험이 있는 그는 이제 K리그 그라운드를 누빈다.
수원에서 뛴 건 지난해부터지만 시즌 중반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주목받지 못했다.
안병준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K리그가 몸싸움이 많으니까 개막이 늦어지는 동안 웨이트트레이닝에 주력했다"면서 "근육량이 3~4㎏ 정도 늘었는데, 골 넣는 데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 사령탑 김도균 감독과의 궁합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경기력의 배경이다. 김 감독이 설명하는 상대 공략법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경기를 풀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안병준은 "감독님은 내가 수비 가담을 하면서도 언제든 위협적인 공격을 펼칠 수 있는 자리에 서 있기를 원하시는데, 위치 지정이 거의 미터(m)가 아닌 센티미터(㎝) 수준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세밀하다"고 말했다.
안병준은 쾌활하고 낙천적이다. 라커룸에서는 '착한 동네 형' 역할을 담당한다. 동료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그가 어디서 왔는지 까맣게 잊곤 한다는 게 수원 프런트 전언이다.
골 결정력이 높아진 비결을 묻자 "솔직히 운도 좀 있죠"라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또 '인민날두'라는 별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 별명 참 재미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늘 웃는 안병준도 자신이 경계인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앞서 K리그를 경험한 안영학과 정대세는 실력보다 조총련계 북한 대표선수라는 점 때문에 더 주목받았다.
같은 조총련계인 아내는 그에게 수원의 이적 제의가 왔을 때 흔쾌히 동의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안병준은 "나도 그랬지만, 아내도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 축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생활과 K리그에 조금씩 적응해가면서 꿈은 더 구체적으로 변했다.
북한과 한국, 일본에 모두 발을 걸치고 있기에 자신이 축구로 줄 수 있는 기쁨은 다른 선수의 '3배'가 될 것이라고 안병준은 생각한다.
그는 "일본과 한국의 팬들, 제 친구와 가족들, 나를 응원하는 모든 분께 열심히 뛰는 모습으로 힘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안병준은 내년에는 K리그1에서 뛰고 싶어한다. 북한 대표팀에 복귀하고픈 생각도 지금은 잠시 접어뒀다.
그는 "대표팀에 뽑히는 건 늘 영광이지만, 지금은 수원FC에서 잘하고 싶다. 반드시 승격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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