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휴식기 도입 검토하는 EPL, 감독-팬 반응 엇갈린다
[골닷컴] 한만성 기자 =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가 사상 최초로 겨울 휴식기 도입 검토에 나선 가운데, 이를 두고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프리미어 리그가 오는 2019-2020 시즌부터 유럽 타 리그와 비슷한 형태로 겨울에 휴식기에 돌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프리미어 리그의 겨울 휴식기 도입 필요성은 수년간 꾸준히 제기된 사안이다. 프리미어 리그는 12~1월 기간에 최소 2주가량 휴식기에 돌입하는 타 리그와 달리, 오히려 겨울에 더 많은 경기를 치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시즌 현재 프리미어 리그 선두에 오른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 12~1월 기간에 프리미어 리그, 챔피언스 리그, 리그컵, FA컵 일정을 한꺼번에 병행하며 두 달간 무려 17경기를 치렀다.
프리미어 리그가 겨울 휴식기를 돌입할 적기로 2019-2020 시즌을 지목한 이유는 이때가 조만간 새롭게 체결될 TV 중계권 계약 조건이 적용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현재 '스카이 스포츠'와 'BT 스포트'가 보유한 잉글랜드 내 중계권 계약은 오는 2018-19 시즌을 끝으로 종료된다. 현재 계약 조건상 광고 유치와 시청률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겨울 기간에 열릴 경기 일정을 조정하는 건 어렵다.
'BBC'는 프리미어 리그가 수개월간 겨울 휴식기 도입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했고,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프리미어 리그는 연말 일정이 잉글랜드 축구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점을 고려해 휴식기를 도입하더라도 시기는 1월로 잡을 계획이다. 12~1월 두 달간 17경기를 치른 맨시티는 1월에만 8경기를 소화했다. 만약 프리미어 리그가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을 배출하면, 해당 팀은 다음 시즌 12월에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까지 출전해야 한다. 실제로 2012년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한 첼시는 2012-13 시즌 12~1월 두 달 사이에 다섯 개 대회 일정을 병행했다.
프리미어 리그 구단을 이끄는 감독들은 그동안 겨울 휴식기 도입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지난 연말 연초 기간에 총 19경기를 치른 아르센 벵거 감독은 "겨울에 축구를 할 수 없다면 나는 울지도 모른다"며 전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은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 기간에 지금처럼 수많은 경기를 치러야 하는 일정은 "선수를 죽이는 일"이라며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다. 조세 무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역시 과거 언론을 통해 " 겨울 휴식기가 도입되면 프리미어 리그 구단의 챔피언스 리그 성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은 프리미어 리그가 겨울 휴식기를 도입하면 자국 대표팀의 국제대회 성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장담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편 프리미어 리그의 겨울 휴식기 도입 검토 소식을 접한 팬들도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BBC'가 독자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한 결과 한 팬은 "겨울에 축구를 볼 수 없다는 건 팬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그러나 선수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선수들은 더 여유 있게 부상 위험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프리미어 리그 팀들이 쉬는 동안 TV 방송사가 2군 리그나 유소년 팀 경기를 조명해주는 것도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팬은 "겨울 휴식기 도입보다는 프리미어 리그 팀들을 아예 리그컵 일정에서 제외하는 건 어떨까?"라며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
반면 어느 한 팬은 "축구 선수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근로자에게 겨울 휴식기를 부여할 수는 없나? 나도 매년 겨울마다 약 5주간 이탈리아 남부 지역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다"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냈다. 이를 독자 기고란에 게재한 'BBC'는 "맞는 말이다. 우리도 동의한다"며 재치 있는 댓글로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