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감독의 '경청 리더십'…김진성·양의지 의견 적극 수용
"자주 써 주세요"·"송명기 올려요" 한국시리즈 우승에 결정적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이동욱 감독이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에서 김진성(35)과 양의지(33)의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NC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끈 이동욱 감독은 선수들의 의견을 허투루 넘기지 않는 '경청 리더십'을 보여줬다.
NC는 지난 17∼24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6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4승 2패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전 경기에 등판한 투수가 있다.
베테랑 우완 불펜 김진성이다.
김진성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6경기에 모두 등판해 6⅔이닝 5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철벽투'를 펼치고 3홀드를 수확해 NC 우승에 기여했다.
단순히 자주 등판한 것이 아니었다. 김진성은 늘 위기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다.
1차전은 4-2로 앞선 6회초 1사 2, 3루에서, 2차전은 1-3으로 밀린 7회초 무사 1루에서, 3차전은 6-6으로 따라잡힌 7회말 무사 1, 3루에 등판했다.
4차전에선 2-0으로 앞선 6회말 무사 1루, 5차전은 8회초 5-0으로 앞선 무사 3루에서 긴급 투입됐고, 6차전에서도 어김없이 4-0으로 앞선 7회초 무사 1, 2루에 투입돼 팀을 구했다.
정규시즌이었다면 불펜 투수의 6경기 연속 등판은 '혹사' 논란에 휩싸일 법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김진성의 전 경기 등판은 이 감독과 김진성의 두터운 신뢰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김진성은 이 감독에게 힘이 넘친다며 '많이 내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감독은 김진성이 좋은 구위를 보여주면서도 효율적으로 투구하는 것을 보고 그를 계속 중용했다. 김진성은 3차전(24구)을 제외하고 경기당 10개 안팎(8∼15구)의 공을 던졌다.
사실 김진성은 올해 시즌 전 연봉 협상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고 미국 스프링캠프 도중 귀국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래서 2군에서 개막을 맞았고 여름이 다 돼서야 1군에 합류했다.
그러나 김진성은 시즌 중반 크게 흔들렸던 NC 불펜에 큰 힘을 줬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투혼을 불태우며 팀에 우승을 선물했다.
이 감독은 자칫 미운털이 박힐 뻔한 김진성을 포용하고 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그는 오히려 "현재 불펜에서 가장 믿음직한 투수가 김진성",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선수"라며 무한 신뢰로 김진성의 기를 살려줬다.
이 감독은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인 6차전 승부처에서 포수 양의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4-2로 앞선 8회초를 앞두고 이 감독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2이닝만 더 막으면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7차전까지 가면 너무 많은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6차전에서 끝내야 했다.
NC는 선발투수 드루 루친스키(5이닝 무실점)와 마이크 라이트(1이닝 1실점), 임정호(1실점), 김진성(1이닝 무실점)을 차례로 투입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 감독은 김진성을 8회초에도 올려야 하는지 고민했으나, 김진성이 지쳐가는 기색을 보여 걱정하고 있었다.
그때 더그아웃에서 양의지가 투수코치에게 '송명기는 준비 안 하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이 감독 귀에 들렸다.
송명기는 4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승리를 따낸 투수다. 이틀을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양의지는 송명기의 공에 힘이 넘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양의지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던지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고, 이 감독은 양의지를 믿고 실제로 송명기를 투입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송명기는 8회초를 삼자범퇴로 끝내며 두산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그리고 NC는 창단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이 감독이 선수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그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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