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중심타자 송광민, 3일 롯데전 앞두고 2군행-한용덕 감독의 작심 비판, “팀 플레이 위배 행동 용납 못해”-한용덕 감독과 송광민, 부상 둘러싼 생각차로 갈등 쌓였다-세대교체 둘러싼 한화의 팀 내 갈등, 송광민 사태로 수면 위 올랐다
[엠스플뉴스]한화 이글스의 ‘세대교체’ 방향을 둘러싼 갈등.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전면적으로 시작된 느낌이다.한화 주전 3루수이자 중심타자인 송광민이 10월 3일 2군에 내려갔다. 한용덕 감독은 경기전 취재진이 모인 자리에서 송광민을 겨냥해 이례적일 만큼 강도높은 발언을 쏟아냈다.“송광민을 2군으로 내렸다. 특별한 부상이 있는 건 아니다. 본인이 몸이 좀 안 좋으시다고 한다”며 운을 뗀 한 감독은 얼마 안 가 작심한 듯 속에 있는 말을 꺼냈다.“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벗어난 행동을 해서 제 마음이 많이 다쳤다. 여태까지 다른 선수들이 고생해서 이렇게 팀이 만들어온 것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개인적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 팀 플레이에 위배되는 생각과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 나는 팀만 생각한다.” 한 감독의 말이다.한 감독은 가까이에 있던 구단 관계자를 향해 ‘내 말이 너무 센가요?’라고 재차 확인하면서도, “말을 하면 할수록 화가 난다”며 격앙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한용덕-송광민 갈등, 시즌 초부터 이어진 히스토리
한용덕 감독의 송광민 ‘저격’에는 히스토리가 있다. 사실 송광민은 훈련이나 경기에 임하는 태도,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나쁜 평을 받았던 선수가 아니다. 한 감독도 취임 이후 줄곧 송광민을 여러 차례 칭찬했고, 최진행을 대신해 임시 주장도 맡겼다. 송광민을 잘 아는 야구인도 “송광민이 그럴 선수가 아닌데…”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다.직접적인 계기는 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팀 훈련이다. 이날 송광민을 타격 훈련을 하다 옆구리 통증을 호소했고, 병원 검진을 받았다. 검진 결과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지만, 송광민 본인은 통증이 있다고 맞섰다.통증은 선수 본인이 가장 잘 안다. 안그래도 엄지발가락 통증을 안고 경기를 치러온 송광민이다. 하지만 송광민이 이미 FA(자유계약선수) 일수를 다 채운데다 포스트시즌 진출도 확정된 뒤라 ‘태업’ 오해를 불렀다.한화 관계자는 “3일 경기 전 면담에서 선수가 ‘대타도 어려울 것 같다’고 의사를 표했다. 검진 결과는 부상이 없다고 나오는데, 중요한 시기에 경기 출전이 어렵다고 한 것에 대해 감독님이 실망한 것 같다”고 전했다.한 감독과 송광민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즌 초부터 허리, 허벅지 등에 잦은 잔부상으로 100% 컨디션으로 경기를 치르는 데 어려움을 겪은 송광민이다. 어쩔 수 없이 훈련과 경기에 빠지는 상황이 자주 생겼다. 1루 수비 겸업에 대한 부담감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여기서 불신의 씨앗이 싹을 틔웠다.한 감독은 7월 22일 대구 삼성전에서 경기 도중 송광민의 플레이를 질책한 뒤 교체했다. 이후 송광민이 허벅지 통증을 얘기했고, 이틀 뒤 실제로 허벅지 근육 손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는데 이 과정에서도 오해와 갈등이 생겼다. 선수는 정말로 아파서 통증을 호소했는데, 묘한 타이밍 때문에 ‘불만 표출’로 오해를 샀다는 후문이다.3주 동안 재활을 거친 송광민은 아시아경기대회 휴식기 이후 돌아와 맹타를 휘둘렀다. 하지만 최근 엄지발가락 통증 등이 겹치면서 페이스가 뚝 떨어졌고, 9월 30일 KIA전에선 결정적인 상황에 제몫을 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샀다. 그리고 2일과 3일 사이 생긴 상황으로 불신이 커지면서 결국 2군행이란 결과가 나왔다.송광민 2군행, ‘세대교체’ 둘러싼 갈등 본격화
이번 사태를 단순히 한용덕 감독과 송광민의 개인적인 감정 싸움으로만 보긴 어렵다. 잘 나가는 팀은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수면 위로는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안으로는 온갖 갈등과 분쟁이 있어도 어떻게든 덮고 지나가고, 나중에 성적이 해결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하지만 리그 3위로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앞둔 시점에서 한 감독은 내부 문제를 감추지 않고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자신이 생각하는 팀의 방향에 크든 작든 ‘반기’를 드는 선수는 아무리 주축선수라도 간과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송광민 개인만이 아니라 한화 선수단 전체, 특히 베테랑 선수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송광민의 부상을 놓고 선수는 ‘진짜 아프다’고 호소했고 코칭스태프는 태업으로 봤다.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놓고도 선수 입장에선 100% 전력을 다하기 힘든 나름의 고충이 있었지만, 코칭스태프 생각은 달랐다. 한 감독은 시즌 초부터 투구 결과가 나쁘지 않아도 ‘볼질’을 하는 투수는 단호하게 2군으로 내려보내곤 했다. 송광민을 적출해 시즌 막바지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팀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의도가 읽힌다.한편으로는 한화의 세대교체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볼 수 있다. 한화는 올 시즌을 세대교체와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시작했다. 한화는 베테랑이 너무 많아 선수단에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몇몇 베테랑 선수가 팀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던 면도 있다. 한 감독도 사령탑에 오르면서 구단으로부터 임기 내 세대교체 임무를 받았고, ‘총대’를 메는 역할을 해야 할 입장이었다.구단의 기조가 분명한 만큼 기존 베테랑 선수들은 큰 위기를 맞았다. 젊은 선수들을 압도할 만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면 1군에 올라오기 힘든 분위기였다. 실제로 시즌 초부터 몇몇 베테랑이 전력에서 배제됐고, 시즌 내내 2군에만 머물렀다. 일부 노장 사이에서는 불만의 원성도 터져나왔다. 물론 이런 소리는 상위권을 질주하는 팀 성적에 묻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송광민은 임시 주장을 맡은 뒤 베테랑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하려 했다. 인터뷰를 통해서도 베테랑 선배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얘길 꺼냈다. 선수 기용은 감독 권한이다. 세대교체를 진행하려던 한 감독 입장에선 이런 송광민의 얘기가 서운하게 느껴진 부분이 있었다. 여기에 부상을 둘러싼 견해차가 겹치면서, 송광민이 한 감독의 눈 밖으로 나가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한 감독은 두산 베어스에서 김태형 감독을 보좌하며 감독 수업을 쌓았다. 평상시에는 온화해 보이지만, 필요할 때는 직설적인 강한 화법도 망설이지 않는다. 어떤 때는 김태형 감독의 화법보다 더 강하게 느껴질 때도 많다. 송광민 2군행에 대한 한 감독의 작심 발언도 그랬다. 팀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팀이 추구하는 방향과 다른 언행을 하는 선수는 주전이라도 배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이미 한화는 지난 시즌부터 베테랑 정리 작업을 시작했다. 시즌 중에 노장 선수들을 과감하게 정리했고, 이 과정에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한 감독의 ‘송광민 공개 저격’으로 갈등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감독이 선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강경 대응이 앞으로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는 알 수 없다. 팀 분위기를 다잡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지만, 이미 알게 모르게 상처와 불만이 쌓인 베테랑들 사이에서 반발을 살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사태를 전해들은 원로 야구인은 "감독 이기는 선수도 없지만, 선수 이기는 감독도 없는 게 야구계의 현실이다. 베테랑 선수와 초년 감독 사이의 갈등은 늘 있어왔던 일이지만, 이번 한화같은 경우 공개적으로 갈등을 드러냈다는 게 의외"라며 "감독에게 주도권이 있는 상황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선수가 고개를 숙이는 쪽으로 일단 정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하지만 송광민의 K.O.패로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이미 시작된 세대교체 갈등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당장 중심타자 없이 치를 수도 있는 포스트시즌도 문제다. ‘송광민 사태’가 이번 포스트시즌에, 그리고 앞으로 한화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궁금하다.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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