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혁의 야구세상] 감독의 팀 운영과 선수의 반발, 문제는 프로의식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팀의 베테랑 외야수인 이용규(34)가 난데없이 트레이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용규는 1월 말 한화와 계약기간 2+1년에 최대 26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그런 이용규가 트레이드를 요구한 것은 한용덕 감독의 시즌 구상을 볼 때 자신이 주전에서 밀려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이용규는 지난 1월말 고참 투수 권혁이 구단과 FA 협상을 하다 방출을 요구해 두산으로 이적한 것을 보고 자신도 쉽게 팀을 옮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권혁과 이용규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이용규는 이미 계약을 맺은 상태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놓고는 다시 내보내 달라는 것은 생떼에 불과하다.
국가대표 테이블세터로도 활약한 이용규는 그동안 주로 맡았던 1,2번 타자와 중견수 대신 한 감독이 올 시즌 '9번 타자 좌익수'로 출전시키겠다는 방침을 정하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팀이든 감독의 운영방안에 100% 만족하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감독이 수많은 선수의 희망 사항을 모두 들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감독의 팀 운영방안에 반기를 드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구단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감독의 권위가 흔들리면 팀을 이끌고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베이브 루스와 밀러 허긴스 감독이다.
미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슈퍼스타인 루스는 우쭐대기 좋아했고 감독마저 업신여기기 일쑤였다.
팀 훈련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아예 빠지기도 했고 술에 취한 채 경기장에 나타나기도 했다.
허긴스 감독은 몇 차례 경고했지만, 루스가 말을 듣지 않자 출장정지와 벌금 5천 달러 징계를 내렸다. 당시 5천 달러는 웬만한 선수 연봉에 해당하는 큰 액수였다.
발끈한 루스는 구단주를 만나 감독을 자르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구단주가 "감독 말을 따르지 않으려면 유니폼을 벗어라"고 하자 당황한 루스는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사실 허긴스 감독은 구단주와 먼저 상의를 하고 루스의 버릇을 고친 것이다.
이 사건으로 감독과 선수의 관계가 명확하게 정립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루스 vs 허긴스 사건'이 없었다면 수천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스타들이 득실거리는 메이저리그 감독들은 경기를 제대로 치르기는커녕 타순을 짜는데도 선수 눈치를 봐야 할 것이다.
이용규는 타순이 불만이라면 경기에서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면 된다.
시즌 중 수도 없이 변하는 게 팀 타순이다.
만약 감독이 타순을 엉망으로 짜거나 팀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 구단에서 판단하고 신임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이용규의 이번 행동은 프로답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1군 복귀를 준비하는 것이 팀이나 선수 모두에게 피해를 덜 끼치는 해결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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