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서재덕, 윤봉우 등 굵직한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올 시즌 전망이 어두웠던 한국전력. 그러나 한국전력은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며 지난 4일, 단독 3위(승점 34, 11승 10패)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5연승으로 팀 분위기도 좋다.
이렇게 올 시즌 한국전력이 잘 나가고 있는 이유는 장점을 극대화한 결과가 아닌 단점을 보완한 결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한국전력은 창단 이후 얇은 선수층, 그리고 불안한 세터 문제를 고질적으로 앓아왔다. 몇 년이 지나도 이 점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늘 약점으로 남았다.
한국전력 두 날개 공격수, 서재덕과 전광인, 여기에 외국인 선수 펠리페가 더해져 이루는 삼각 편대는 어느 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뒤를 받칠 후보 선수가 없다는 점이 한국전력이 가진 큰 문제였다. 그 전까지 한국전력은 서재덕과 전광인, 두 에이스가 이끌어 가는 느낌이 강한 팀이었다.
(사진 : 한국전력 윙스파이커 공재학)
올 시즌 김철수 감독 부임 이후 한국전력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전들이 부상으로 빠져도 제 2옵션 선수들이 이 공백을 성공적으로 채웠다. 미들블로커 자리는 안우재와 이재목이, 서재덕 공백은 공재학이 든든히 버텨주고 있다. 왼손 골절로 회복 중인 김인혁 역시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서재덕 공백을 채우는 데 한 몫 한 바 있다.
기존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완벽한 수준은 아니다. 긍정적인 것은 그럼에도 이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광인-서재덕 없인 한없이 무기력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주장 전광인은 이들의 활약에 대해 “몇몇 선수들이 빠지긴 했지만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 역시 주전 선수다. 그만한 실력을 가졌다”라며 치켜세웠다.
(사진 : 한국전력 세터 이호건)
한편 고질적인 세터 문제 역시 희망적인 모습이다. 올 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한국전력에 입단한 이호건은 안정적인 볼 배급과 신인답지 않은 배짱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시즌 전 주전 세터로 낙점한 강민웅이 부상으로 이번 시즌 뛸 수 없게 됐다. 다행히 그 부상이 있기 전, KB손해보험과 트레이드를 통해 베테랑 권영민을 영입했지만 다소 안정감이 떨어졌다. 후보 이승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황에서 홀연히 나타난 이호건은 좀처럼 세터 복이 없었던 한국전력 입장에서 ‘복덩이’가 아닐 수 없다.
시즌 초반 주춤했던 외인 펠리페가 최근 상승궤도에 올라선 것 역시 이호건 공이 크다. 이호건이 주전 세터로 뛰기 시작한 2라운드 후반부터 펠리페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난 3라운드까지 공격성공률 42.16%에 머물렀던 펠리페가 4라운드에서는 54.60%을 기록하고 있다. 김철수 감독은 이에 대해 “펠리페가 입맛에 맞는 패스가 올라오면서 좋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 한국전력 김철수 감독)
이렇듯 한국전력이 고질병을 털고 체질 변화에 성공한 건 김철수 감독의 철저한 준비가 있기에 가능했다. 지난 비시즌, 김 감독은 삼성화재에서 부상으로 임의탈퇴 처리된 이재목과 군 전역 후 대한항공과 계약이 종료돼 자유계약 상태였던 공재학을 영입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윙스파이커 안우재를 미들블로커로 전향시키며 파격적으로 팀을 운영했다.
이와 같은 파격은 시즌 초반 많은 의문을 낳았다. ‘초임 감독’의 행보라고 보기에는 변화가 큰 이유였다. 그러나 김철수 감독 선택은 틀리지 않았음이 시즌을 거듭될수록 증명되고 있다.
첫 시즌부터 잇따른 선수 부상으로 힘들게 스케줄을 소화한 김철수 감독. 그러나 팀이 온전치 않은 상황에서도 김 감독은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김철수 감독은 4일 경기를 마친 뒤 “부상 선수들이 모두 돌아오는 그 때, 선두권을 노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 없이도 5연승을 일궈낸 한국전력이 온전한 전력을 갖췄을 때 어떤 경기력을 선보일까. 약점을 보완하고 한 층 더 두터운 전력을 보유하게 된 한국전력. 그들의 ‘완전체’가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 더스파이크 DB (유용우,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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