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2018 리뷰 ② 추신수, 롤러코스터 같았던 시즌
[엠스플뉴스]
2018시즌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은 어떤 활약을 펼쳤을까? <엠스플뉴스>는 올겨울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의 2018시즌 활약상을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내년 시즌을 전망하는 2018 리뷰 시리즈를 연재할 예정이다. 2018 리뷰에서 다룰 두 번째 선수는 생애 첫 올스타 선정 및 52경기 연속 출루라는 대기록을 남겼으나, 커리어 최악의 후반기를 보냈던 추신수다.
스프링캠프: 레그킥을 장착하다
올 시즌 추신수에 관해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를 한 가지만 꼽자면, '레그킥'일 것이다. 2018시즌을 앞두고 추신수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LA 다저스 3루수 저스틴 터너의 은사로도 잘 알려진 덕 래타 개인 타격 인스트럭터에게 레슨을 받으면서 레그킥 장착에 나선 것이다. 추신수는 '사전 동작이 최소화된 타격폼'을 이용해 공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치는 타자였다. 이는 추신수가 커리어 내내 높은 출루율을 유지하고, 패스트볼을 상대로 강했던 비결이다.
하지만 간결한 타격폼에는 단점도 있었다. 힘을 모으는 동작이 없기 때문에 장타 생산에 있어선 불리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추신수는 레그킥 장착을 시도하는 이유로 2017시즌 약한 땅볼타구가 많았다는 점을 꼽았다. 추신수가 레그킥 장착을 시도한 것은 이는 레그킥과 어퍼스윙을 기반으로 '공을 강하게 멀리 치는 것'에 집중하는 최근 타격 트랜드를 수용함으로써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추신수의 이런 시도는 역사적인 52경기 연속 출루로 이어졌다.
전반기: 현역 최장 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경신하다
하지만 레그킥 장착 효과는 곧바로 나타나지 않았다. 커리어 내내 간소화된 타격폼을 이용해 타격하던 추신수는 중간에 레그킥이란 동작이 추가되면서 공을 인식하고 스윙할 때까지의 시간이 길어진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시즌 초반 추신수가 택한 방식은 공을 지켜보는 시간을 줄이고 (레그킥 동작을 포함해) 스윙을 시작하는 시기를 일찍 가져가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공을 보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추신수의 선구안이 흐트러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개막후 한달간 타율 .233 OPS .727에 그쳤던 추신수에게 도우미가 나타났다. 바로 텍사스의 보조 타격 코치인 저스틴 마쇼어다. 마쇼어는 레그킥을 하면서 볼넷이 줄어드는 문제로 고민하던 추신수에게 히팅 포인트를 뒤로 가져갈 것을 조언했다. 한편, 그 과정을 통해서 생긴 변화가 있다. 레그킥의 높이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레그킥을 간소화함으로써 추신수는 공을 보는 시간이 다시 길어졌고, 무서운 속도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전반기까지 90경기 18홈런 43타점 타율 .293 OPS .911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2.8승을 기록한 추신수는 한국인 야수 최초이자, 개인 통산 첫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정됐다. 심지어 올스타전이 열리기 직전까지 51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는 구단 단일 시즌 최장 기록(종전 46경기)이자, 현역 최장 기록(종전 48경기)이다. 한편, 추신수는 올스타전 이후 출전한 첫 경기에서 자신의 연속 출루 기록을 52경기로 늘렸다.
후반기: 끊임없는 추락, 커리어 최악의 후반기
하지만 그 이후에 벌어진 일을 우리는 알고 있다. 추신수의 성적은 후반기 들어 추락을 거듭했다. 그 원인을 찾긴 어렵지 않다. 추신수의 평균 '타구 속도'는 후반기 들어 소폭 감소(전반기 89.9마일→후반기 88.3마일)했지만,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발사각도였다. 전반기까지 평균 7.9°였던 추신수의 타구 각도는 후반기 들어 2.2°도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땅볼 비율이 전반기 45.9%에서 후반기 58.6%로 늘어났다.
그러면서 잘 맞은 타구가 수비 시프트에 걸리는 비율이 높아졌고, 타율 하락이 찾아왔다. 한편, 발사 각도의 하락은 장타력 감소를 불러일으켰다. 그렇다면 추신수의 발사각도가 줄어든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 9월 20일 필자는 '[이현우의 MLB+] 추신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란 칼럼을 통해 그 원인을 후반기 들어 레그킥을 하기 전 토텝(toe-tap, 발끝으로 지면을 툭툭 튕기는 동작)하는 동작이 길어지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즉, 스윙 전까지 과정이 길어지면서 타이밍이 맞지 않았단 얘기다. 레그킥을 거의 하지 않다시피 하면서 전반기에 비해 중심 이동도 원활하지 않아진 것도 문제다. 이렇듯 추신수의 사전 동작이 길어진 것은 나이에 따른 체력 문제이거나, 급격한 타격폼 수정으로 인해 새로운 타격폼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추신수의 내년 시즌 반등 여부 역시 이 부분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즌 종료 후: 트레이드설에 휩싸인 겨울
시즌을 마치고 현지 매체들은 추신수를 '트레이드 가능 선수'로 분류하고, 여러 트레이드 예상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 28일 MLB.com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선발 투수 제프 사마자와 추신수의 트레이드를 논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해당 글에서 "추신수의 트레이드 가치는 2018 올스타전 전후로 정점에 달했다. 어쩌면 지금이 텍사스가 잔여 연봉이 2년 4200만 달러에 달하는 만 36세 외야수를 넘길 가장 좋은 기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7일 <블리처리포트>는 더 노골적으로 "텍사스가 팀 연봉을 줄이고 싶다면 올 시즌 OPS .810을 기록한 베테랑 외야수 추신수를 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소속팀 텍사스가 시즌 중간 좌완 콜 해멀스가 트레이드되고, 얼마 전 애드리안 벨트레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리빌딩이 불가피해진 것과 관련이 깊다. 어쩌면 내년 시즌 추신수는 텍사스가 아닌 다른 팀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년 시즌 전망: 후반기 부진 원인을 분석해야
어느덧 2013년 겨울 추신수가 텍사스와 맺은 7년 1억 3000만 달러 계약도 2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사이 추신수의 나이는 만 36세가 됐다. 이는 2005년 데뷔해 종횡무진 활약한 추신수를 볼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2018년 추신수는 후반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정규시즌 146경기 21홈런 83득점 62타점 타율 .264 OPS .810 WAR 2.4승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남김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추신수는 레그킥을 장착하고 전반기에 뛰어난 활약을 펼침으로써 나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트레이드 얘기가 나오는 것도 어쨌든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기록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트레이드 가치가 없었다면 언급조차도 되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만약 추신수가 커리어 최악의 후반기를 보내지 않았더라면 타격부문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내년 시즌 활약을 위한 추신수의 과제는 하나다.
올 시즌 후반기의 부진 원인을 면밀히 진단하고 내년 시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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