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스플 KS] 손지환 코치의 쪽잠이 만든 ‘신들린 시프트’
[엠스플뉴스]
“정말 잘하고 싶었습니다.”
SK 와이번스 손지환 수비코치는 짜릿한 ‘V4’를 맛본 뒤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총 11경기를 펼치는 동안 손 코치는 제대로 눈도 붙이지 못한 채 경기를 준비했다.
책임감과 압박감이 상당히 컸다. 올 시즌 도중 1군 수비코치로 보직을 이동한 손 코치는 SK의 약점으로 항상 지적받은 불안정한 수비를 고쳐야 했다. 특히 실책 하나가 시리즈 흐름을 좌우하는 가을 야구에서 SK의 수비는 시한폭탄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 평가를 들을수록 손 코치는 더 독하게 마음을 먹고 준비했다. 구단 전력분석팀과 엄청난 양의 공부를 소화한 손 코치는 야구장 안뿐만 아니라 집에 돌아가서도 상대 타자들의 타구를 상세하게 분석했다. 두 시간 정도만 쪽잠을 자고 수비 시프트 준비에 몰두하기도 했다.
“1군에 처음 올라와서부터 팀 수비 하나는 잘 만들고 싶었다. 전력분석팀과 항상 의사소통을 활발히 했다. 집에 가서도 계속 상대 타자들의 타구 영상을 분석하고 고민했다. 무엇보다 트레이 힐만 감독님이 수비와 관련해선 나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믿어주셨다. 그 믿음을 바탕으로 선수들과도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다.” 손 코치의 말이다.
힐만 감독도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우리 팀의 훌륭한 수비는 모두 다 손지환 코치의 노력 덕분이다. 손 코치의 정교한 수비 시프트가 큰 도움이 됐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국시리즈에서 SK의 탄탄한 수비가 더 빛났다. 시리즈 총 실책 개수에서 SK(4개)는 두산(7개)보다 적었다. 게다가 신들린 수비 시프트도 감탄사를 자아냈다. 두산 타선은 병살타만 무려 7개를 때리면서 자멸했다. 두산은 김재환과 외국인 거포의 부재로 홈런보단 그라운드 내 인플레이 타구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잘 맞은 타구라도 담장을 넘기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수비수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갈 확률이 높다. SK 수비진은 두산 타선에 그 틈을 허용치 않았다.
“나도 신기할 정도로 수비 시프트를 할 때마다 그 방향으로 상대 타구가 많이 날아왔다. 할수록 욕심이 생기더라. 그래서 선수들이 힘들었을 거다. 플레이오프 때부터 평소보다 수비 훈련을 더 많이 시켰다. 그런 훈련을 참고 버텨줬기에 단기전에서 우리 팀 수비가 달라진 듯싶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선 선발 3루수로 깜짝 출전해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인 강승호도 손 코치의 수비 시프트 칭찬을 빼놓지 않았다. 강승호는 “손지환 코치님이 상대 타자 타구 분석을 정말 잘해주셨다. 공부를 많이 하신 결과 같다. 수비 시프트로 옮긴 곳에 곧바로 타구가 날아와서 수비하기가 정말 편안했다”며 고갤 끄덕였다.
강승호의 칭찬에도 손 코치는 선수 덕분이라며 강하게 손사래를 쳤다.
“시리즈 1차전 때 두산 야수진의 다리가 안 움직이는 걸 보고 우리 팀 선수단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신경을 썼는데 먼저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고, 철저한 준비가 답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나를 향한 좋은 얘기는 다 과찬이다. 선수들의 활약 덕분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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