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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데이터 혁명’이 만들어갈 야구의 신세계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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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30 (금) 11:04

                           
-11월 29일 열린 KBO 윈터미팅, 화두는 데이터 혁명과 인공지능
-경기 자체는 물론 비즈니스까지 데이터 분석 활용하는 메이저리그
-KBO리그, 데이터 통해 리그 신뢰도 높이고 발전 동력 삼아야
 
[배지헌의 브러시백] ‘데이터 혁명’이 만들어갈 야구의 신세계

 
[엠스플뉴스]
 
KBO 윈터미팅이 열린 11월 29일,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에 삼성 라이온즈는 새 외국인 투수 덱 맥과이어 영입 보도자료를 냈다. 
 
삼성의 소개문구 중에 유독 한 대목이 눈에 띄었다. 삼성은 맥과이어에 대해 릴리스 포인트와 익스텐션은 리그 평균 수준이지만, 포심 패스트볼 회전수 2,350rpm, 슬라이더 2,625rpm, 커브 2,652rpm 등 전체적으로 공의 회전수가 좋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구단의 외국인 선수 소개문구는 대동소이했다. 탄탄한 신체조건, 위에서 내리꽂는 빠른 볼, 우수한 제구력, 다양한 변화구 등의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 선수를 소개했다. 단순히 공을 내리꽂는다, 각이 좋다는 식의 표현 대신 릴리스 포인트와 투수판에서의 거리를 얘기했다. ‘위력적인 구위’를 말하는 대신 공의 회전수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삼성은 홈 구장에 설치한 레이더 측정 시스템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팬들에게 홍보하는 구단이다. 차별화된 방식으로 새 외국인 투수를 소개한 삼성의 보도자료는 ‘데이터 혁명’이 어느새 KBO리그에도 성큼 다가와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
 
이날 열린 윈터미팅 첫날 일정을 관통하는 주제 역시 ‘데이터 혁명’이었다. 메이저리그의 데이터 활용 방법부터 인공지능의 야구 활용 가능성, 이를 KBO리그만의 고유한 특성에 어떻게 접목하고 리그 발전에 활용할 수 있을지까지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메이저리그의 데이터 분석, 이제는 ‘혁명’ 아닌 패러다임
 
[배지헌의 브러시백] ‘데이터 혁명’이 만들어갈 야구의 신세계

 
2018 KBO 윈터미팅은 29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구단 관계자와 팬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앤드류 밀러 사업부문 총괄부사장의 ‘데이터와 통찰을 통한 야구단 혁신’ 강연을 시작으로 건축가 정성훈 이사(로세티)의 ‘꿈의 구장’ 강연이 이어졌고 ‘야구에서의 AI 기술’, ‘빅데이터와 프로야구’ 등의 오후 일정이 진행됐다.
 
밀러 부사장은 메이저리그에서 의사결정에 데이터 활용이 중요해진 배경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1990년대 이후 메이저리그 구단의 사업 규모가 커지고 선수 연봉이 폭등하면서, 그만큼 투자 실패에 따르는 리스크가 커졌다. 데이터를 통해 보다 정교하게 선수 가치를 평가하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필요성이 생긴 이유다. 
 
많은 구단이 데이터 분석 전문가를 고용하기 시작했다. 2017, 2018 월드시리즈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우수한 데이터 역량을 보유한 팀들의 대결이었단 사실은 데이터 분석이 더이상 ‘혁명’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데이터를 구단 운영의 모든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신인 드래프트부터 시작이다. 밀러 부사장은 “1,200명 가까운 많은 선수의 키와 나이, 구속 등을 평가하는 방대한 작업을 수동으로는 다 할 수 없다. 애널리틱스 모델을 사용한 정확한 평가를 바탕으로 스카우트 논의가 이뤄진다”고 했다.
 
수백만 달러에서 수천만 달러 몸값이 나가는 외부 선수 영입에서도 데이터 분석은 리스크를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선수 기량을 향상시키는 코칭 방법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통계학과 장원철 교수는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볼배합과 로케이션 조정을 유도해 휴스턴 애스트로스 투수들의 부활을 이끈 브렌트 스트롬 투수코치의 사례, 메이저리그의 발사각도 혁명 등을 예로 들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데이터 활용은 단순히 경기 자체로만 그치지 않는다. 더 많은 팬을 야구장으로 끌어 모으고, 수익을 창출하는 데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밀러 부사장은 ‘누가 우리의 팬인가’라는 기본적 질문에서 시작했다며 데이터를 활용해 팬을 구분하고 프로모션과 경기시간, 좌석 배치 등에 활용한 구체적 사례를 설명했다. 
 
가령 토론토 구단의 경우 데이터를 통해 충성도 높은 열정적 팬, 가족 단위 팬, 젊은 야구팬, 기업고객, 여성팬 등의 5단계로 팬을 구분했다. 젊은 팬이 친구들과 함께하는 ‘소셜’한 경험을 중시한다면, 가족 팬들은 승패보단 자녀와 함께하는 경험을 중시한다는 분류다. 프로모션이나 경기시간 결정 등이 단순히 감이나 관성이 아닌 정교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데이터 분석은 리그 전체의 수준 향상과 사무국의 의사결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신동윤 애슬릿미디어 이사는 메이저리그가 투구추적시스템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메이저리그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형태를 어떻게 극적으로 변화시켰는지 소개한 뒤, 심판 판정 데이터의 투명한 공개가 심판불신을 해소하고 리그 신뢰를 높이는 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혁명, ‘더 나은 의사결정’ 돕는 도구
 
[배지헌의 브러시백] ‘데이터 혁명’이 만들어갈 야구의 신세계

 
이런 ‘데이터 혁명’을 과연 KBO리그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삼성을 비롯해 몇몇 구단이 데이터 분석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데이터 분석 파트를 갖추지 않은 구단도 있다. 이날 포럼에서도 10개 구단이 모두 레이더 추적 시스템을 갖췄지만 활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단 얘기가 나왔다.
 
좋은 데이터 분석팀과 방대한 자료를 갖고서 정작 의사결정에 활용 안하는 구단도 있다. 현장 지도자들의 거부감도 여전하다. 또 ‘데이터 야구’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엉터리로 활용한 사례도 적지 않다. 모 구단 감독은 리그 정상급 우타자가 우완투수 상대 성적보다 좌완상태 성적이 다소 떨어진다는 데이터를 근거로, 우완 에이스 투수를 내리고 좌완 추격조 투수를 기용하기도 했다. 
 
물론 2018 우승팀 SK 와이번스처럼 일찌감치 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닫고 전문 인력을 영입하고 실전에 적용해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NC 다이노스는 선수 스카우트 부서를 아예 데이터 팀에 통합했다. 외국인 선수 영입부터 신인 드래프트까지 이제는 데이터 파트와 협업을 통해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데이터와 인공지능은 현장 지도자와 인간 심판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권위를 깎아내리는 적이 아니다. 오히려 더 나은 판단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에 가깝다. 영화 속에 나오는 “사람과 같은 지능”보단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지능적 행동”이 현재 AI의 모습이란 게 인공지능 전문가 장정선 엔씨소프트 센터장의 설명이다.
 
한 청중이 장 센터장에게 “인공지능이 감독의 투수교체 시점, 볼배합 등을 대체할 수 있는지” 질문했다. 장 센터장은 불가능하지는 않다”면서도 “A 감독 스타일로 투수교체를 하거나, B 감독 같은 방식으로 투수교체를 하게 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나온 결과가 ‘정답’이라고는 얘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 
 
아무리 방대한 데이터가 주어져도, 결국 의사결정을 하는 건 인간의 몫이다. 이런 데이터를 통해 더 합리적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선수, 코치, 구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차이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데이터의 비중이 커질수록 그만큼 ‘소통’의 중요성도 커진다. 지금 메이저리그 구단과 감독들은 일반 팬들은 접근할 수 없는 수준의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일반 팬의 시각에선 납득하기 힘든 선택도 종종 나온다. 
 
이 때문에 단지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만이 아니라 올바른 결정을 팬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과정이 중요해졌다. 구단과 KBO가 일반 팬이 모르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없는 일방적 의사결정은 아시아경기대회 야구 대표팀 같은 사태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패널들은 KBO 차원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팬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많은 데이터 공개는 리그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이런 데이터를 갖고 저마다 분석을 내놓는 새로운 인재 발굴의 계기도 된다. 
 
메이저리그는 이런 인재들을 채용해 데이터 분석 파트를 더 강화하고, 새로운 발전 동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 데이터 공개가 야구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SK 와이번스는 한 야구 매니아의 연구 결과를 선수단 운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구단에 채용해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다. 2018시즌 우승은 거저 얻은 결과가 아니다. 한국 야구에서도 데이터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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