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이현우의 MLB+] 오타니, '절반의 성공'을 거두다

일병 news1

조회 711

추천 0

2018.11.14 (수) 20:24

                           
[이현우의 MLB+] 오타니, '절반의 성공'을 거두다

 
[엠스플뉴스]
 
2018시즌 초반 메이저리그 최고의 히트상품은 단연 오타니 쇼헤이(23·LA 에인절스)였다. 오타니가 등판할 때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스포츠 전문 매체 ESPN, CBS스포츠 등 유력 미국 스포츠 채널의 대문은 그의 이름으로 온통 도배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시즌 중반이 되자 오타니에 대한 관심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원인은 단순했다. 팔꿈치 부상 때문이다. 오타니는 지난 6월(한국시간) 팔꿈치 측부인대(UCL) 염좌로 1달여간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복귀하긴 했지만, 부상 이후 오타니는 투타 겸업을 멈추고 한동안 타자로서만 경기에 나섰다.
 
2018시즌 초 오타니가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베이브 루스 이후 100여 년간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메이저리그에서의 투타 겸업에 도전했고, 수많은 부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투구와 타격 양쪽에서 모두 인상적인 성적을 남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부상 이후에는 '일반적인 선수'처럼 타자로만 나서고 있으니, 관심이 줄어드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드는 것과는 관계없이 타자로만 나서기 시작한 오타니의 방망이에는 불이 붙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절정은 약 3개월 만에 투수 복귀전에서 팔꿈치 부상이 악화되면서 토미존 수술을 권고받은 9월 6일 경기부터 시작됐다. 토미존 수술을 권고받은 후 몇 시간 뒤 오타니는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 4타수 4안타 4득점 3타점을 기록했다. 이후 오타니는 23경기에서 26안타 6홈런 17타점 타율 .313 OPS .990을 기록하고 시즌을 끝마쳤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 '타자 오타니'가 기록한 성적은 114경기 367타석 22홈런 61타점 10도루 타율 .285 OPS .925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2.8승. 투타 겸업과 팔꿈치 부상 여파로 인해 규정타석을 채우진 못한 점은 아쉽지만, 올 시즌 오타니의 비율 타격 성적은 AL 올해의 신인 경쟁 후보로 꼽혔던 미겔 안두하와 글레이버 토레스를 압도했다.
 
AL 올해의 신인상 후보 3명의 성적 비교
 
1. 오타니 쇼헤이(타자): 타율 .285 22홈런 61타점 10도루 wRC+ 152 WAR 2.8승
1. 오타니 쇼헤이(투수): 4승 2패 51.2이닝 63탈삼진 ERA 3.31 FIP 3.56 WAR 1.0승
2. 미겔 안두하: 타율 .297 27홈런 92타점 2도루 wRC+ 128 WAR 2.7승
3. 글레이버 토레스: 타율 .271 24홈런 77타점 6도루 wRC+ 120 WAR 1.9승
 
여기에 투수로서도 4승 2패 51.2이닝 63탈삼진 평균자책점 3.31 WAR 1.0승을 거둔 오타니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 결과 1위표 25개 2위표 4개를 받아 총점 137점을 기록하며, 89점에 그친 2위 안두하를 압도적인 차이로 제치고 2018 AL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됐다. 이는 오타니의 투타 기여도를 고려했을 때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타자 오타니'가 지닌 진정한 매력은 단순히 숫자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다. 오타니의 진정한 매력은 그가 여전히 발전 도상에 놓여있는 선수라는 데 있다.
 
아직 발전 도상에 놓여 있는 '타자 오타니'
 
[이현우의 MLB+] 오타니, '절반의 성공'을 거두다
[이현우의 MLB+] 오타니, '절반의 성공'을 거두다

 
올해 정규시즌이 개막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메이저리그 전문가 및 팬들에게 "만약 오타니가 투타겸업을 포기하고 타격과 투구 가운데 하나만을 택해야 할 경우 어떤 보직을 택해야 할지"를 물으면, 대체로 투수를 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다시 묻는다면 대답은 정반대가 될 확률이 높다.
 
시범경기가 끝날 무렵까지 타율 .085에 그쳤던 오타니는 정규시즌을 사흘 앞둔 3월 27일 경기에서부터 레그킥을 하지 않고 타격을 하기 시작했다(영상). 레그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레그킥 타법의 장점인 '중심 이동이 원활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공을 강하고 멀리 칠 수 있다는 점'을 포기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 대신 빠른 공에 대응하기 수월해진다.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고교 시절 이후 유지해왔던 타격폼을 한순간에 바꾸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 놀라운 점은 타격폼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 3경기 연속 홈런을 치는 등 맹타를 휘두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오타니가 놀라운 적응력과 함께 레그킥을 하지 않아도 장타를 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밖에도 오타니는 시즌 초 몸쪽 코스에 붙인 빠른공을 약점으로 지목받았으나, 후반기에 들어서자 바깥쪽 공보다 오히려 몸쪽 공을 더 잘 치기 시작했다(하단 그림). 한편,  7월까지 타율 .170 0홈런 2타점 OPS .500에 그쳤던 좌투수 상대 성적 역시 8월 이후에는 타율 .283 2홈런 11타점 OPS .831까지 끌어올렸다(좌투수 상대 비율: 오타니 30.0%, 안두하 28.5%).
 
[이현우의 MLB+] 오타니, '절반의 성공'을 거두다

 
오타니가 이렇듯 타자로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는 '타자로서의 경험치'와 깊은 관련이 있다. 고교 시절 투수보다 타자로서 더 뛰어난 완성도를 지니고 있었던 오타니는 프로 데뷔 이후 2년 차까지 타격 훈련은 거의 하지 않고 투구 훈련에만 매진했다. 3년 차부터 타격 훈련도 시작했지만, 그때도 투구 훈련 비율이 8:2 정도로 더 높았다. 
 
게다가 투타 겸업으로 인해 실전 타석 경험도 전업 타자에 비해 거의 1/2 수준에 불과했다. 즉, 오타니는 프로 경력 6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진출 전까진 완성된 타자가 아니었다. 따라서 오타니의 타격능력은 경험이 쌓여감에 따라 앞으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데뷔 후 처음으로 타자로서만 뛰게 될 내년 시즌 오타니의 타격 성적이 기대되는 이유다.
 
하지만 이처럼 승승장구한 '타자 오타니'와는 달리, '투수 오타니'는 그렇지 못했다.
 
토미존 수술을 받은 '투수 오타니'
 
 
 
오타니가 투수로서 갖춘 '스펙'은 겉보기론 완벽하다. 팔꿈치 부상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오타니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무려 155.6km/h에 달했다. 오타니는 피안타율 .036 헛스윙율 55.8%에 달하는 최고급 스플리터와 그에 비견되는 슬라이더(피안타율 .140 헛스윙율 39.8%)도 던진다. 하지만 정작 지닌 구위에 비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다.
 
물론 결정적인 원인은 시즌 초에 입은 팔꿈치 부상에 있었다. 그리고 오타니의 팔꿈치는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 코르티손 주사 치료를 받았을만큼 손상돼 있었다. 하지만 끝내 토미존 수술을 받게 된 데에는 미국 진출 이후 볼배합이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 시즌 오타니의 슬라이더 비율은 24.6% 스플리터 비율은 23.4%에 달했다.
 
특히 팔꿈치 부상을 입기 직전에는 변화구 구사 비율이 더욱 높아졌다. 왜냐하면, 제구가 정교하지 못한 까닭에 빠른 구속에도 불구하고 패스트볼이 난타를 당했기 때문이다(피안타율 .382 피장타율 .540).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오타니는 빠른 변화구에 의존했고, 이런 결정은 결국 팔꿈치 부상이 악화되는 결과를 낳았을 확률이 높다.
 
한편, 투타겹업으로 인한 피로누적이 팔꿈치 상태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그 결과 오타니는 시즌 종료 후 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적어도 내년에는 투수로서 뛰지 못한다. 또한, 내년 풀타임 타자로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 거둘수록 투타겸업에서 멀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투타겸업을 꿈꾸는 오타니로선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임에는 틀림이 없다.
 
오타니의 구종 비율 및 성적
 
[패스트볼] 구사율 46.3% 피안타율 .382(76타수 29피안타)
[슬라이더] 구사율 24.6% 피안타율 .140(50타수 7피안타)
[스플리터] 구사율 22.4% 피안타율 .036(55타수 2피안타)
[커브] 구사율 6.6% 피안타율 .000(6타수 0피안타) 
 
그리고 이는 베이브 루스 이후 100여년 만에 등장한 진짜 투타겸업 선수인 오타니가 역사적인 기록을 남기길 바라는 그의 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타자로서 엄청난 발전 가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AL 올해의 신인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타니의 첫 시즌을 '완벽한 성공'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오타니가 내비친 투타겸업 가능성은 유소년 야구뿐만 아니라, 프로 레벨에서도 투타겸업을 시도하는 선수들이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으며, 스스로는 순수한 타자로서도 손에 꼽힐만한 재능을 갖춘 선수임을 입증했다. 따라서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에 최소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평할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오타니에게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야구팬들이 오타니에게 걸고 있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말해준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 <엠스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이전검색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