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스플 이슈] 선동열, 대표팀 감독 자진사퇴 "참담한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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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1월 14일 자진사퇴했다. 선 감독은 이날 오후 2시 30분 KBO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저는 오늘 국가대표 야구 감독직에서 스스로 물러난다"고 밝혔다.
미리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선 감독은 지난 9월 3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를 마치고 귀국할 당시를 언급했다. 선 감독은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이었음에도 변변한 환영식조차 없었다. 세레모니조차 할 수 없었다. 금메달을 목에 걸수도 없었다.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금메달의 명예와 분투한 선수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한 데에 대해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선 감독은 "그때 저는 결심했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보호하고 금메달의 명예를 되찾는 적절한 시점에 사퇴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오래전부터 사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또 10월 2018 국회 국정감사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증인 출석 자리에서 국회의원으로부터 '그 우승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것도 사퇴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선 감독은 "감독의 책임은 무한책임"이라며 "저는 그 책임을 회피해본 적이 없다. 다만, 선수선발과 경기운영에 대한 감독의 권한은 독립적이되, 존중되어야 한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귀국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간 여러 일들이 있었다"는 말로 감독으로서 자신의 권한이 존중받지 못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선 감독은 한국청렴운동본부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자신을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신고한 해프닝도 언급했다. 선 감독은 "억측에 기반한 모함이다. 마음 아팠다"면서도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종결 처분이 내려졌다. 구체적 문제 제기가 무엇이었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 종결처분되었는지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을 뿐"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선 감독은 자신을 국감장에 불러낸 정치권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 선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으며, 대한체육회 역사상, 국가대표 감독 역사상, 한국야구 역사상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고 비판한 뒤 "스포츠가 정치적 소비의 대상이 되는, 그리하여 무분별하게 증인으로 소환되는 사례는 제가 마지막이길 간절히 희망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되어야 마땅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선 감독은 정운찬 KBO 총재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선 감독은 "불행하게도 KBO 총재께서도 국정감사에 출석해야만 했다. 전임감독제에 대한 총재의 생각, 비로소 알게 됐다"며 "저의 자진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 믿는다"고 비꼬았다. 국감 출석 당시 정 총재는 전임감독제에 대해 개인 생각을 전제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의 ‘스타 선수가 명장이 되란 법 없다’라는 지적, 늘 명심하도록 하겠다"는 말에서도 선 감독의 불편한 심기가 묻어난다.
선 감독은 "감독직 수행에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첫째는 인내심을 갖는 것. 둘째는 인내하는 것. 셋째로 가장 중요한 것이 인내심"이라며 "이런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사표를 제 가슴속에 담아두고 기다리기에는 너무 고통스러웠다. 수차례 사퇴를 공표하고 싶었지만 야구인으로서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대표 야구선수단의 명예 회복, 국가대표 야구 감독으로서의 자존심 회복,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영예 회복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야구인의 대축제인 포스트시즌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말로 이 시점에 대표팀 감독 사퇴를 발표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선 감독은 "이제 때가 됐다"며 "오늘 사퇴하는 것이 야구에 대한 저의 절대적 존경심을 표현함은 물론 새 국가대표 감독 선임을 통해 프리미어12나 도쿄올림픽 준비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말로 앞으로 남은 국제대회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계속해서 선 감독은 "마지막으로 지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구성 과정에서 있었던 논란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리고자 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선 감독은 "기자회견과 국정감사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우리 시대 청년들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다. 병역 특례에 대한 시대적 비판에 둔감했다. 금메달 획득이라는 목표에 매달려 시대의 정서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며 "다시 한번 정중한 사과의 말씀드린다"고 했다.
끝으로 선 감독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공을 만지기 시작한 이래 저는 눈을 뜨자마자 야구를 생각했고, 밥 먹을 때도 야구를 생각했고, 잘 때도, 꿈속에서도 야구만을 생각하고 살아왔다"고 지난 날을 돌아본 뒤 "앞으로도 야구에 대한 저의 열정은 변함이 없을 것"이란 말로 훗날을 기약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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