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아쉬움 드러낸 이정현 “국가대표 선수들 응원 부탁드린다”
[점프볼=용인/민준구 기자]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내 죄송하다.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전주 KCC의 에이스, 그리고 남자농구 대표팀의 슈터 이정현이 3주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KCC에 돌아왔다. 아시안게임 내내 컨디션 난조로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이지 못한 이정현은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얼굴살이 쏙 빠진 채, 용인 마북리 KCC 체육관으로 들어온 이정현은 몸과 마음이 지친 모습을 보였다. 수개월 간, 아시안게임 금메달 하나를 바라고 뛰었지만, 이란이라는 큰 벽에 가로막혔다. 열심히 뛰었지만, 가장 중요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힘든 표정을 쉽게 지울 수 없었다.
이정현은 “현재 컨디션이 좋지 않다. 아시안게임 내내 출전시간도 들쭉날쭉했고 환경 자체도 너무 열악했다”며 “3주라는 긴 시간 동안 자카르타에 있으면서 많이 지쳤다.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축제였던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무수한 문제점을 드러내며 성공하지 못한 대회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기본적인 먹고 자는 것에 문제가 많았다. 이정현은 “물에 대한 문제는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다. 선수촌 역시 먼지가 많고 좁았다. 화장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냄새도 심해 편히 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정현은 “(허재)감독님과 (김상식)코치님이 최대한 한식을 먹이려고 노력하셨다. 선수촌에선 아침에 빵, 점심은 미리 챙겨 온 햇반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정말 힘들었다(웃음)”며 애써 웃음 지었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었던 환경. 그러나 이정현은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지우지 못했다. “더 잘했어야 했다. 팬들에게 격려를 받으려면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너무 죄송하다.” 이정현의 말이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힘든 여건 속에서도 동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문제도 많았지만, 열심히 뛴 선수들에게 책임이 돌아가서는 안 된다. 이정현은 “동메달이라는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선수라면 대회 목표가 우승 또는 금메달이어야 한다. 끝까지 도달하지 못해 아쉬운 건 사실이다”라며 “5월부터 아시안게임 우승을 보고 달려왔는데 준비한 걸 다 보여드리지 못했다. 응원해주신 팬분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라고 답했다.
첫 아시안게임 출전이었던 이정현은 예전만 못한 모습을 보였다. 해결사 역할을 해야 했지만, 결선 토너먼트에선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그는 “감독님도 내가 힘들다는 걸 잘 알고 계셨다. 그래서 다른 선수들을 많이 뛰게 하셨다고 생각한다. 준비를 잘했어야 했는데 몸 상태가 좋지 못했다. 5월부터 윌리엄 존스컵 때까지는 괜찮았었는데 8월부터 꺾이기 시작하더라. 팀내 고참으로 어린 선수들을 이끌었어야 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고 역할 수행을 다 해내지 못한 부분에 실망감이 크다”고 이야기했다.
잠시 팀에 돌아온 이정현은 9월 13일, 17일에 열리는 중국농구월드컵 예선에 참가하기 위해 다시 진천으로 떠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비시즌 훈련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이정현은 “팀 훈련을 함께 하지 못해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국가대표로 뽑힌다는 건 최고의 영광이다. (최승태)코치님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팀내 전술 및 이야기를 듣고 있다. 오늘도 연습경기를 보며 빨리 적응할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지난 시즌, 4강에서 여정을 끝낸 KCC는 이번 시즌 통합우승을 위해 쉼 없이 달리고 있다. NBA 출신 스테이시 오그먼 코치와 버논 해밀턴 코치를 영입했고 유현준, 김국찬, 김진용 등 신인 선수들도 팀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올라섰다.
이정현은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체적인 선수구성은 물론 신인선수들도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다시 돌아올 때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내가 잘해야 한다. 경기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지만, 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열심히 할 생각이다”라고 다짐했다.
끝으로 이정현은 최근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남자농구 대표팀을 위해 한 마디를 남겼다.
“많은 분들이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비판 아닌 비난을 하고 계시다고 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선수들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뛸 수 있는 힘을 주셨으면 한다. 선수들이 바라는 건 응원 하나뿐이다.”
# 사진_점프볼 DB(한필상, 홍기웅 기자)
2018-09-05 민준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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