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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선발은 100구 이하, 불펜은 연투 최소화... SK의 특별한 투수 운영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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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8 (토)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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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8.04.28 (토) 13:33

                           
| SK 와이번스의 마운드 운영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선발투수의 투구수는 100구 이하로 제한하고, 불펜투수의 연투도 최소화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수진을 운영하는 SK의 마운드 운영 전략을 살펴봤다.


 




 


[엠스플뉴스]


 


SK 와이번스 에이스 김광현은 올 시즌 ‘특별관리’ 대상이다.


 


올해는 김광현이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에서 돌아온 첫 시즌이다. 개막 전 SK 구단은 김광현의 이닝과 투구수를 ‘110이닝-투구수 2000개’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이는 선언적 성경이 강하다.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 달라질 여지가 있다. 분명한 건, SK가 김광현의 팔꿈치를 철저하게 보호하고 관리하기로 정했단 점이다.


 


SK 선발진, 조기강판은 적고 퀵후크는 많다... 이유는?


 




 


그런데 이건 김광현에게만 해당되는 원칙이 아니다. SK 선발투수진 모두가 공유하는 원칙이다. 올 시즌 기록을 보자. 4월 28일 현재 SK 선발투수진은 경기당 평균 5.57이닝을 던질 동안 평균 89.82구를 던졌다. 10개 구단 중에 선발 평균 투구수가 90구 미만인 팀은 SK 하나뿐이다.


 


SK 선발투수가 100구 이상 많은 공을 던지는 장면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앙헬 산체스가 105구와 106구를 각각 한 번씩 던졌고 문승원이 100구 경기를 두 번 했다. 메릴 켈리도 102구 경기가 한 차례, 박종훈이 101구 경기를 한 번 던진 게 전부다. 


 


부상에서 돌아온 김광현의 경기당 평균 투구수는 82.83구로 90구도 되지 않는다. 27일 넥센전에서 98구로 시즌 최다 투구수를 던진 게 화제가 될 정도다. 나왔다 하면 110구, 126구를 던지는 KIA 양현종이나 헥터 노에시의 기용법은 SK 선발진에게 마치 딴 나라 얘기처럼 보인다. 


 


144경기 시즌을 길게 보고 하는 운용이다. 산체스, 김광현은 매 이닝 전력을 다해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이다. 1회부터 마치 마무리투수처럼 전력투구를 한다. 이런 투구를 시즌 후반, 포스트시즌, 그리고 먼 미래까지 무리없이 계속 이어가긴 쉽지 않다. 


 


켈리는 지난 3년간 연 평균 30경기-190.1이닝을 던졌다. 박종훈-문승원은 아직 한 시즌 160이닝 이상을 던져본 적이 없는 투수들이다. 이런 투수들이 시즌 시작부터 144경기 끝까지 건강을 지키면서, 싱싱한 구위를 유지하려면 시즌 중에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SK 선발진이 다른 팀에 비해 적은 이닝을 던지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SK의 평균 5.57이닝은 10개 팀 중에 5위에 해당한다. 퀄리티스타트 12차례, 퀄리티스타트+가 6차례로 선발진이 충분히 제 몫을 해내는 중이다. 


 


5회 이전 조기강판은 리그에서 가장 적은 2회에 불과하다. 존 안에 던진 공 비율이 46.9%로 리그 1위일 만큼 스트라이크 위주의 공격적인 피칭을 한 결과다.


 


대신 투구수 100개가 가까워지면 지체없이 마운드에서 내린다. 그래서 퀵 후크가 10차례로 리그 2번째로 많다(롯데 11회로 최다). 조기강판은 가장 적고, 퀵후크는 가장 많은 SK 선발진의 기록에 숨은 사연이다.


 


2017년과 같은 불펜 구성, 하지만 다른 성적


 




 


선발투수를 일찍 내리고 불펜을 가동하는 건 강력한 불펜을 보유한 팀의 전략이다. 지난 시즌 리그 최약체 불펜으로 고통받은 SK로선 쉽지 않은 선택이다. 


 


지난해 SK는 불펜 평균자책 5.63(7위)에 리그 최다인 22개 블론세이브, 구원투수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 4.15로 리그 꼴찌를 기록했다. 다 잡은 경기를 구원 실패로 날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선발투수의 부담을 줄이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불펜투수들이 짊어져야 한다. SK 불펜으로 가능한 일일까.


 


놀라운 건 SK가 선발 부담을 줄이면서, 불펜 투수들에게도 부담을 최소화하는 운영을 펼치고 있단 점이다. 올 시즌 SK 불펜투수 중에 3연투를 한 투수는 아무도 없다. 연투 자체도 최소화했다. 손혁 투수코치는 “트레이 힐만 감독이 투수들 관리를 정말 잘 해준다. 연투한 투수는 다음날 꼭 쉬게 한다. 시즌을 멀리 보고 운영한다”고 밝혔다.


 


벌떼 불펜 시즌 2다. 28일 현재 SK에서 10이닝 이상 던진 불펜 투수는 총 7명. 10이닝 이상 불펜투수가 가장 많은 팀이 바로 SK다. 


 


잘 던지는 특정 불펜투수만 고집하지 않는다. 마무리 박정배를 축으로 서진용, 정영일, 윤희상, 전유수, 박희수, 신재웅 등이 고르게 등판해 부담을 나눠 갖는다. 27일 넥센전에선 김광현이 5회를 끝으로 물러난 뒤 서진용-윤희상-정영일-전유수가 차례로 나와 각각 1이닝을 책임졌다. 


 


불펜투수 개개인의 기록만 보면 그리 뛰어나진 않다. 서진용의 평균자책은 7.04에 달하고 전유수도 7.59의 평균자책을 기록 중이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환한 윤희상은 5.91의 평균자책을 기록했다. 불펜 평균자책 5.14에 구원WPA(추가한 승리확률) -2.05(9위)는 그렇게 대단한 기록이라 말하기 어렵다. 기록만 보면 작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딴판이다. 6회, 7회까지 리드한 경기에서 18승 1패로 승률 0.947(2위). 8회까지 리드한 경기는 17승 무패로 100% 승률을 자랑한다. 26일 두산전에서도 5-0으로 앞서다 5-4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박정배가 9회를 완벽하게 막아내 끝내 승리를 챙겼다. 같은 투수진을 갖고도, 어떻게 기용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결과가 다르다.


 


힐만 감독은 “크게 봤을 때 작년보다 불펜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힐만 감독은 “전반적으로 젊은 투수들이 작년보다 빠른 공을 던지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유리한 카운트를 잡는 부분과 빠른 볼 커맨드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면 앞으로 더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손혁 투수코치도 SK 불펜이 시즌을 거듭할 수록 성적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 코치는 “한명씩 돌아가면서 실점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올라가서 맞아 봐야 50, 60경기 넘어갔을 때 투수들이 자기 만의 것을 정리할 수 있다. 그래서 투수들에게 더 공격적으로 던지라고, 맞으라고 얘기한다”고 했다.


 


물론 장기 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모든 게 계획대로만 흘러가진 않는다. 아직까지 순조로운 SK의 마운드 운영이 시즌 중반 부상이나 여러 변수를 만나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SK가 합리적인 원칙 아래 계획을 갖고 시즌을 치르고 있단 점이다. SK의 목표는 단순히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게 아니다. 모든 투수들이 건강한 구위를 유지하며 오랫동안 가을야구 무대에 남아 있는 것, 그리고 가을야구 도전이 가능한 전력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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